[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흥행 성공의 열쇠, 팩션영화

데스크 2022. 8.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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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텐트폴 대전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영화 '헌트'가 제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이 저조한 성적을 내며 한국영화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상업, 오락영화의 미덕인 재미를 제공함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정재 감독의 '헌트'는 2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영화의 흥행공식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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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여름 텐트폴 대전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영화 ‘헌트’가 제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텐트폴 영화란 유명 감독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흥행이 확실시 예상되는 상업영화를 말한다. 올해 여름 4편의 영화가 라인업 했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이 저조한 성적을 내며 한국영화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재 감독의 ‘헌트’가 개봉 1주일 만에 누적 관객수 200만 명을 넘기며 추세를 반전시켰다. 배우 이정재가 한국의 쟁쟁한 감독들을 제친 것이다.


영화 ‘헌트’는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관리를 통해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 분)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 분)가 조직 내 숨어든 남파 공작원 동림을 색출하는 이야기다. 동림을 통해 일급 기밀사항이 유출되자 해외팀과 국내팀은 서로를 의심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게 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의심과 경계 속 두 남자의 신념을 건 작전이 시작된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영화에 담았다. 한국 관객들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이 가미된 팩션영화를 선호한다. 이는 그동안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명량’ ‘관상’ ‘광해 : 왕이 된 남자’ ‘변호인’ ‘택시운전사’ ‘암살’ ‘실미도’까지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은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팩션영화였다. 영화 ‘헌트’ 역시 역사적 배경을 근간으로 픽션에 집중했다. 모티브가 된 것은 5·18 민주화운동과 북한 장교 이웅평 월남 사건 그리고 아웅산 테러사건 등 격변했던 대한민국 근현대사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며 사실과 픽션을 가미한 그럴듯한 팩션영화를 만들어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업, 오락영화로서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 속 모티브가 되는 사건이 많다보니 초반부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역사적 배경을 모르는 젊은 관객들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첩보, 액션영화의 장점을 살려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중 스파이 동림을 찾기 위해 벌이는 각축전과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신경전은 기분 좋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액션영화의 묘미인 카체이싱과 총격전, 맨몸 격투신 등은 부족한 개연성을 상쇄시켜 준다. 상업, 오락영화의 미덕인 재미를 제공함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배우 출신 감독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 30년차 배우 이정재는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그간 멜로,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섭렵하며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는 ‘헌트’로 연기는 물론 각본, 연출, 제작까지 맡으며 멀티플레이어의 면모를 자랑했다.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전문가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도 또한 높였 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특장점은 연기다. 연기자의 장점을 살려 구체적이고 섬세한 연기 디렉팅으로 영화 속 배우들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국내 진출로 한국 영화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비록 외국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작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흥행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정재 감독의 ‘헌트’는 2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영화의 흥행공식을 만들었다. 온라인 서비스와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한국영화의 외부환경에 큰 변화가 있지만 영화 ‘헌트’는 팩션영화 장르와 섬세한 연기 디렉팅이 한국영화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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