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말하고, 들으세요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2022. 8. 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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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환자에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참으로 조심스럽습니다.

환자는 심각하게 물었는데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의사의 말을 잘 듣는 환자일수록 의사의 한마디는 절대적입니다.

환자에게 보호자가 못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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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편지>

의사로서 환자에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참으로 조심스럽습니다. 환자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진료 시간을 내어줄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합니다. 오늘은, 의사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이병욱 박사의 작품, <고흐 오베르 교회 오마쥬> 53.0x53.0cm Acrylic on Canvas, 2020

저는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진료하기 시작합니다. 어디가 아픈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어떤 옷을 입고 왔는지, 걸음걸이는 어떤지, 일거수일투족이 저의 관찰 대상입니다. 보통은 30분 정도의 초진을 하고 나면 환자의 특성이 완전히 파악됩니다. 저는 수천 번의 수술을 했지만 같은 위암이라 하더라도 한 번도 같은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전 세계 79억 인구가 있다면 암도 79억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환자마다 필요로 하는 말도 다릅니다.

“선생님,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먹고 싶은 것, 입맛 당기는 대로 먹으면 됩니다”라는 답변을 한 의사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환자는 심각하게 물었는데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평소에 식단을 짜서 깐깐하게 챙겨 먹던 사람이라면 저 조언이 좋은 조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질문을 한 환자가 평소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외식이나 패스트푸드를 즐기던 사람이라면 저렇게 말해선 곤란합니다.

같은 질문에 “규칙적으로 식사하시고, 식단을 짜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 하세요”라고 답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깔끔한 성격에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규칙적인 식사를 운운하면 이런 환자는 냉장고에 식단을 짜 붙이고 그대로 먹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매끼 정해놓은 반찬을 한 가지라도 빠뜨리면 불안해 할 지도 모릅니다.

환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기 전에 질문한 환자의 성격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가 평소 의사의 말을 어느 정도 신중하게 받아들이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의사의 말을 잘 듣는 환자일수록 의사의 한마디는 절대적입니다.

환자에 대한 조언은 맞춤형이 아니면 곤란합니다. 조언할 때는 의사의 입장에서 말할 게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말해야 합니다. 환자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아야 정확한 답을 줄 수 있습니다. 만약 아까의 상황에서 깐깐한 모범생 같은 환자라면 이렇게 말하면 좋을 것입니다.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 이왕이면 가공하지 않은 자연식을 드시고, 한 번씩은 먹고 싶은 것을 먹어도 됩니다. 먹기 힘들 땐 죽이라도 먹어야 기운을 차릴 수 있고요.”

밥 먹는 걸 싫어하는 환자에게는 잘 먹으라는 잔소리를 해야 합니다. 몸에 좋은 걸 지나치게 밝히는 사람에게는 보조 식품에 현혹되지 말고 세 끼 식사부터 잘 챙겨 먹으라고 일러줘야 하고요.

의사는 환자를 어르고 달래고 더불어 보호자까지 어르고 달래야 하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보호자에게 환자가 못하는 말을. 환자에게 보호자가 못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의사입니다. 환자를 위한 맞춤형 조언을 해줘야 합니다. 꼼꼼하고 세밀하고 친절하게 격려하고, 환자의 입장에서 설명을 잘 해준다면 의사의 말은 분명 은 쟁반위 금 사과 같은 조언이 될 것입니다. 이는 환자를 살게 하는 한 마디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사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세요. 환자마다 성격이 다르듯 의사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꼼꼼한 의사와 지나치게 대범한 의사가 있습니다. 의사의 성격을 고려해서 말을 이해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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