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헌트' 연출 고민하는 이정재에게 한 말 [쿠키인터뷰]

이준범 입력 2022. 8.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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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에서 김정도(정우성)는 안기부 국내팀 차장보다 군인에 더 가까운 인물로 등장한다. 포마드로 정돈한 머리부터 언제나 검은 정장을 입고 침착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 그가 보여주는 폭력성과 단호한 면이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일지 궁금하게 한다.

영화 초반부터 김정도와 박평호(이정재)는 강하게 부딪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절친한 동료라는 사실이 빠르게 지워진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인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우성은 동료 배우 이정재가 신인 감독 이정재가 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얘길 들려줬다. 처음엔 ‘헌트’를 제작하려고 감독을 찾던 이정재가 결국 스스로 감독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 정우성이 곁에 있었다.

“처음에 정재씨가 이런 작품을 제작해보고 싶다고 했을 땐 동료로 응원하고 옆에서 도울 일 있으면 도우려고 했어요. 연출할 감독을 찾는 시간이 길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시나리오가 수정될 때마다 읽고 의견을 줬어요. 그러다가 ‘나한테 연출을 해보라는데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하더라고요. 전 그때 영화 ‘보호자’를 연출하면서 출연할 때라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알아서 웃었죠. ‘고생도 같이 해봐야지’란 생각이 들었는지 쉽게 ‘그러세요’라고 했어요. 적극적으로 ‘해보세요’라고 하거나 ‘하지 마세요’라고 할 수 없었죠. 스스로에게 진짜 할 수 있는지 묻고 확인하는 시간이 있던 것 같아요.”

영화 ‘헌트’ 스틸컷

정우성은 ‘헌트’를 여러 차례 거절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처음 연출에 도전하는 신인 감독 이정재가 연출에 집중하길 바랐다. 연출 도전하는 것만도 버거울 텐데, 정우성과 23년 만에 다시 만나는 영화로 주목받는 것에 부담을 느낄까 걱정했다.

“‘헌트’를 1년에 한 번씩 거절했어요. 시나리오가 나빠서가 아니에요. (이정재 감독이) 처음 같이 출연하면 어떻겠냐고 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 가지에 도전하는 것도 버겁잖아요. 바구니에 달걀 두 개를 넣고 깨지는 것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감독에 도전하는 게 낫지 않냐고 했죠. 타당한 말이라며 다른 배우를 찾겠다고 하더라고요. 캐스팅이 쉽지 않으니까 같이 하자고 다시 제안이 왔어요. 그땐 이 사람이 책임 회피하지 않고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달걀이 깨지든 말든 후회 없이 해봐야겠다고 결심하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정우성은 일본의 어느 노부부가 50년 전부터 만들고 있는 포마드를 직접 구입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불안한 내면을 들키지 않으려는 김정도를 표현하려고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 사진을 보면서 헤어스타일을 고민했고, 그에 맞는 포마드를 찾았다.

배우 정우성.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정도나 평호 모두 딜레마를 겪는 인물이잖아요. 정도는 군인으로서 군인의 본분이 무엇인지, 군인으로 시민에게 가하는 폭력이 정당한지, 그걸 되돌릴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요. 폭력을 당한 사람들의 억울함이나 한(恨)에 공감하고 그 무게를 짊어진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무거운 인물일 수밖에 없었어요. 자신이 가진 딜레마를 밖으로 들키지 않으려고 외모에 허점이 없는 인물로 설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헤어스타일도 그렇게 정해졌어요.”

‘헌트’는 정우성이 연출하고 출연한 영화 ‘보호자’보다 늦게 촬영했지만, 먼저 개봉하며 공개 순서가 바뀌었다. 이미 감독으로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는 정우성이 이정재 감독의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은 남달랐다. 결국 다 해내는 친구의 모습에 뿌듯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다 지켜봤어요. 감독으로서 현장에 있을 때 작업량이 얼마나 다른지 아니까 지치지 않길 바랐어요. 현장에서 귀를 열고 스태프 의견을 듣는 감독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감독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고독에 절대 지지 않길 바랐어요. 그걸 다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로서 뿌듯했습니다. 짠하기도 했고요. 네, 그랬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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