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혼선 반성과 인사 쇄신 없는 윤 대통령 100일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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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의지, 출근길 소통 평가할 만
“국민 뜻 받들겠다” 실천으로 이어지길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취임 100일 회견에서 “국정 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의 뜻”이라며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탈원전 정책 폐기와 집값 안정, 규제 개선과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마련 등 취임 후 추진한 국정과제도 상세히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저부터 분골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취임 초기 국정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민심을 살피겠다는 자세는 적절하지만, 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아쉬웠다. 인사 쇄신 질문에 윤 대통령은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 같은 정치적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정 운영 부정평가의 주원인은 바로 인사 실패다. 윤 대통령은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등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을 무리하게 발탁하고, 검찰 출신 등 측근을 과도하게 기용해 논란을 빚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이 있는 이들의 대통령실 근무나 관저 공사 수주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회견에서 자성이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 수행과 관련해 조직과 정책,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통령실부터 짚어보겠다고 했다. 만 5세 취학 등 설익은 정책이 추진된 과정에서 당정 협의나 대통령실의 검증이 부족했으니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여당 분란에 큰 책임이 있는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2선 퇴진 요구 여론이 많은데도 윤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당 대표와의 마찰에 대해 “다른 정치인의 발언을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넘겼다. 결국 국정 혼선에 대한 반성도, 새 출발을 위한 인사 쇄신도 없이 그동안의 성과만 나열한 회견이 됐다. 당·정부·대통령실을 망라한 과감한 쇄신 없이 위기 극복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노동 유연화와 임금 격차를 아우른 노동개혁이나 연금개혁 등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 갈등 대응을 강조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발표한 ‘담대한 구상’의 후속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등 북한이 중시하는 안전 보장 관련 조치를 언급한 것도 적절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 관련 충돌 없이 징용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찾아볼 수 없던 출근길 약식 회견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발언이 논란을 낳았음에도 국민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은 것이어서 높이 살 만하다. 지난 100일간 윤 대통령은 자칫 오만했다가는 민심이 얼마나 빨리 떠나는지를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반면교사로 삼아 국정 기조를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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