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B 원클럽맨'의 첫 PO 승리 소감
리브 샌드박스의 ‘원 클럽 맨’ 조재읍 코치가 팀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을 달성한 소감을 밝혔다.
리브 샌박은 17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DRX와의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에서 3대 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한 이들은 이제 정규 리그 1위 젠지 또는 2위 T1과 결승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리브 샌박의 전신 팀 배틀코믹스 시절부터 선수로 활동했고, 이 팀에서 유니폼을 벗은 뒤 밴픽 노트를 잡은 조 코치는 이날 승리가 유독 기쁘다. 창단 이후 첫 플레이오프 상위 라운드 진출의 쾌거,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조 코치는 “선수 시절 가보지 못했던 영역인데 코치로는 비교적 빨리 도달했다”며 웃었다.
-DRX를 꺾고 팀 창단 최초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했다.
“선수 시절 가보지 못했던 영역에 코치로 도달해 감회가 새롭고, 오늘 승리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
-오늘 경기 전략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12.14패치 이후 오브젝트 사냥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선수들이 적응을 어려워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양 쪽 모두로부터 타이밍 계산 미스가 나와 엎치락뒤치락했다. 여전히 예전처럼 게임을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그 점을 인지시켰다.”
-리브 샌박 뿐 아니라 DRX도 비슷한 실수를 했다고 보나.
“우리 팀뿐만 아니라 모든 팀이 적응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기엔 오늘 상대도 이 부분에 대한 세부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아마 DRX는 라인 주도권을 오브젝트 사냥으로 연결하는 콘셉트의 밴픽을 준비해왔던 것 같다. 전략은 잘 짜왔지만, 오브젝트 사냥 변화에 대한 준비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리브 샌박은 DRX 상대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인다.
“DRX 바텀 듀오가 경험도 많고 실력도 좋다. 그들을 공략할 방법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전략의 완성도를 떠나 선수들이 실력으로 이겨줬다고 생각한다. 밴픽에 선수들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평소에는 선수들이 희망하는 구도를 말해도 내가 별로라고 판단하면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다. 오늘은 선수들이 플레이를 잘해줄 것 같아 마음 편하게 밴픽을 짰다.“
-첫 두 세트를 잘 이겨놓고 한 번 넘어졌다. 3세트의 패인은 무엇이라 보나.
“앞선 두 세트를 이기기도 해 선수들이 하고 싶어하는 픽을 고르게 했다. 선수들은 각자의 상성 구도를 중시하고, 나는 팀의 전체적인 조합을 중시하게 돼 있다. 확실히 플레이오프는 각자의 주도권보다는 팀 파이트에서 힘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선수들도 3세트를 치르며 그 점을 느꼈는지 경기 후 바로 피드백이 나오더라.”
-코치로서 체감하는 다전제와 정규 리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정규 리그는 패치가 계속 바뀌다 보니 조커 픽이 잘 먹힌다. 다전제는 유리한 팀만 조커 픽을 쓸 수 있다. 불리한 쪽이 쓰는 건 승부수가 된다. 정석 조합이 더 좋다. 보통 정석 조합은 한타가 좋은 대신 라인전이 약하다. 라인전을 잘 넘기고 한타에서 조합의 힘을 살려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팀이 강팀이다. 젠지가 유리하다고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겼지만, 승리 팀도 보완할 점이 있는 게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특징이다.
“리브 샌박은 조급하게 게임 하면 안 된다. 내구도 패치 이후로 게임이 확연히 달라졌다. 스프링 시즌과 달리 이제는 한 번에 많은 걸 하려고 하면 진다. 스프링 시즌 땐 한 명만 잡아도 스노우볼이 아주 빠르게 굴러갔다. 지금은 한 명이 잡혀도 구도만 잘 잡으면 4대5 한타를 이길 수 있다. 앞서 한 명을 잡는 데 전보다 많은 스킬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잡힌 쪽에서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한다.
“한 명을 잡아도 요즘엔 그게 꼭 눈에 띄는 이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프로 단계에서 킬을 내면 보통 드래곤·전령을 치거나 포탑을 깨는 식으로 다음 스텝을 크게 밟으려 한다. 이제는 스텝을 전보다 더 세분화해서 나눠 밟아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조급하게 풀어나가는 팀들이 많다. 우리 팀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해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렇게 하는 게 정답이었기 때문이다. 프로 레벨에서 그런 판단을 갑자기 바꾸기란 쉽지 않다. 빠르게 적응하는 팀이 강팀이라 생각한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어떤 팀을 만날 거로 예상하나.
“상대 선택권을 가진 젠지가 우릴 고를 거로 확신하고 있다. 젠지와 스크림을 안 한 지 좀 됐다. 우릴 고른다는 증거 아니겠나. 젠지가 우릴 선택하는 게 납득은 간다. 솔직하게 ‘젠지를 이길 것’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적어도 우릴 고른 걸 후회하게는 만들어주겠다. 이제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우리가 가진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열망이 더 크다.”
-팀이 스프링 시즌 이후 괄목상대했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선수의 성장은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라 본다. 코치진이 해줄 수 있는 건 자신의 지식에 의존해 메타의 흐름을 알려주는 것까지다. 어떻게 실전에 적용할 것인가는 선수에게 달렸다. 선수들이 코치진을 믿게 된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부터 시너지가 났다. LCK에 재능 없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와 코치진이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는가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온다.”
-끝으로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다면.
“샌드박스 네트워크 이필성 대표님의 생일이 얼마 전이었다. 지난 시즌들처럼 애매한 결과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팀 역대 최고 성적 기록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 항상 고생하는 강태수, 허원석 코치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두 사람이 정말 많이 고생하고 있다. 끝으로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께도 감사드린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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