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국민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김소연 입력 2022. 8. 17. 21:06 수정 2022. 9. 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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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56만명·피해액 2500억원 '머지포인트 사태' 1년
선불금 내면 할인·돌려막기 하다 펑~ '에바종' 똑같아

지난해 7월 뒤늦게 ‘머지포인트’를 알았습니다. ‘머지포인트를 구입하면 머지와 제휴한 다양한 매장에서 그 포인트를 현금처럼, 그것도 20% 할인된 금액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죠. 혜택이 엄청나게 파격적인 데다 제휴 매장도 이마트, 파리바게뜨 등 모두 멀쩡한 곳이어서 소비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수십~수백만원어치 포인트를 구입했더랬죠. 가입자가 무려 100만명까지 늘어났습니다. 다들 머지포인트를 구입해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는데, 명색이 기자라면서 이런 것도 몰랐나 자책하며 뒤늦게 머지포인트를 구입하려던 시점에 갑자기 서비스가 중단되고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검찰이 밝힌 피해자는 56만명, 피해액은 250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게 꼭 1년 전인 지난해 8월 초 일입니다.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책을 제시받기는커녕 분통만 터뜨리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당시 머지포인트 사태 관련 “누적 발행 1000억원 상당의 유사 선불 지급 결제업자를 금융당국이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겠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업자 등록 업체가 아니라 파악이 어려웠다”며 “금융감독원이 여타 유사 미등록 업체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재산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라고 연신 유감을 표현하고 머리를 조아렸죠. 그뿐인가요.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는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했죠.

그리고 꼭 1년. 이번에는 에바종 사태가 터졌습니다. ‘일정 금액을 내면 6개월이나 1년 동안 유명 고급호텔과 피트니스를 자유롭게, 그것도 할인된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에바종 사건의 핵심입니다.

‘미리 선불금을 내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한 점, 그렇게 돌려막기 하다 펑~ 터져버린 점, 알고 보니 운영 업체가 자본잠식 상태였던 점, 이미 업계에서는 ‘이상하다’ 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왔던 점 등 에바종 사태는 머지포인트 사태와 쌍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사 미등록 업체를 전수조사한다던,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던 금감원은 그동안 무얼 한 걸까요?

이런 와중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윤곽이 나왔고 그래서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전자금융업자가 선불 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에 의무 예치해야 하는 비중을 50%에서 100%로 늘리는 게 골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머지포인트도 에바종도 모두 전자금융업자가 아닙니다. 지난해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지 못한 것도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업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으면서, 전금법 개정으로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어떻게 예방하겠다는 것인지…. 1년 전의 기막힘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네요.

마침내… 소비자는 완전히 붕괴됐어요… 머지포인트와 에바종을 당신의 미결 사건으로 두고 싶은 겁니까? 국민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김소연 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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