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중 절반만 빗물터널에 썼어도..폭우 피해 유발한 박원순의 '개발 기피증'

임상균 입력 2022. 8. 1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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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안전에 아낌없이 투자" 외치더니 예산 핑계로 대거 취소
시민단체 퍼준 돈 일부만 투자했어도 강남 등 피해 막아
2012년 2월 초 서울시를 이끌던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도쿄를 방문했다. 서울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짓겠다는 오세훈 직전 시장의 계획에 대한 검토를 위해서였다.

방문지는 ‘칸다가와 환상 7호선 지하조절지’라는 명칭의 빗물터널이었다. 칸다천 범람 위험이 생기면 총 4.5㎞ 길이의 터널로 강물을 끌어들여 임시 저장한다. 1조4000억원을 들여 1997년 완공했으나 3년 만에 투자비 이상 뽑았다는 게 도쿄도의 설명이었다.

“토목형 예산은 절감하더라도 도시 안전 인프라에는 아낌없이 투자해야 합니다.”

현장 방문 후 나온 박 전 시장의 멘트는 빗물터널 필요성에 공감하는 듯했다. “도쿄도가 오랜 시간 많은 돈을 들여 시설이 잘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발언도 나왔다. 하지만 서울로 돌아온 그는 7곳 대상지 중 양천구 신정동 1곳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취소해버렸다.

예산의 효율적 배치를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만나 “수십 년에 한 번 내리는 큰비에 완벽히 대응하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쏟아붓는 건 낭비”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가끔 벌어지는 일은 비 오는 날 옷 젖는 것처럼 다 같이 그러려니 해야 더 중요한 곳에 사회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표현도 나왔다.

박 전 시장이 취소한 후보지에는 강남역, 도림천도 있었다. 이번 폭우에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강남역에서는 다수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시민의 삶과 생명에 직결되는 홍수 관리보다 더 중요한 곳이 어디였을까. 박 전 시장의 속내는 모르겠지만 시민단체를 먹여 살리는 데 열정을 다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의 ‘서울시 민간보조 공모 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시민단체 공모 사업에 쓴 예산이 총 7111억원에 이른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내부 검토 문건을 제시하며 “지난 10년간 민간 단체 위탁으로 인해 1조원의 낭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 논란은 있지만 박 전 시장이 공공에서 마땅히 해야 하거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을 민간 시민단체로 위탁하면서 엄청난 돈을 퍼부은 것만큼은 분명했다. 같은 사업이라도 민간 위탁으로 진행한다면 해당 단체의 운영비·인건비로 추가 예산이 나갈 수밖에 없다. 서울시 공무원 노조까지 박원순 시절 시민단체 위탁 지원 사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나설 정도다.

이래놓고 박 전 시장은 예산 효율성을 이유로 빗물터널을 막았다. 1곳 공사비로 1300억원 정도가 거론됐다. 시민단체 공모 사업에 쓴 7000억원의 절반만 투입했어도 폭우 피해의 상당수는 막을 수 있었다.

이쯤 되면 빗물터널 반대 이유가 정말 예산 때문이었는지 의심해야 한다. 토목과 개발에 대한 박 전 시장의 거부감과 기피증은 유명했다.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하로 규제하는 발상도 여기서 나왔다. ‘자연·역사·사람’이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주장하던 그였다.

특정 정치인의 신념과 소신 때문에 서울 시민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폭우 때마다 절망적인 피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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