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한 업무·적은 사례비..지쳐가는 부목사들

최경식 입력 2022. 8. 17. 21:04 수정 2022. 8. 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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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데이터연구소, 553명 설문조사
임시직 편견 상존
근로시간·노동자 정의 불투명
정규직으로의 인식전환
당회인준 등 제도개선 필요


서울에서 사역하는 한 교회 부목사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 얼마 전부터 몸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성 장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온라인 사역까지 더해 생각보다 많은 일을 감당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뒤따르는 사례비가 적은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어디 가서 쉽사리 고충을 토로하지도 못한다. 부목사에 대한 교계의 보수적인 인식과 제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국내 교회 부목사 총 5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부목사가 보는 한국 교회’에 따르면, 부목사들의 생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2점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그만큼 목회자로서의 생활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부목사들이 생활을 함에 있어 가장 힘든 점으로 꼽은 것은 과다한 업무량(47%)과 적은 사례비(46%)였다. 이어 자율성 부재(27%), 담임 목사와의 관계/갈등(21%), 교인들의 갑질(9%) 등이 있었다.

현재 전임 부목사들의 경우 주 평균 5.7일을 근무하고 있다. 이는 주 5일 근무하는 일반 기업 직장인들보다 긴 것이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8시간으로, 주 5일 하루 8시간 총 40시간 기준 대비 40%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목사들의 월 평균 사례비는 26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평균 가구소득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월 평균 가구소득은 332만원이고, 지난 1·4분기 월 평균 가구소득은 482만원이었다. 교회 규모에 따라 사례비는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는데, 작은 교회일수록 열악한 모습이었다. 특히 교인수 100명 미만 교회 부목사의 월 사례비는 177만원으로, 올해 최저 임금인 199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코로나19로 달라진 사역 환경은 부목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사역이 보편화됐는데, 이 역시 부목사들이 감당해야 한다. 현재 국내 교회 부목사들 4명 중 3명(73%)이 온라인 사역에 관여하고 있고, 대부분의 부목사들(82%)은 온라인 사역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더욱이 온라인 사역을 하는 부목사들 중 86%는 온라인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목사들에 대한 교계의 보수적인 인식이 열악한 처우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교계는 상황이 변해도 여전히 부목사라는 직책을 임시직으로만 여기고 있다. 충청도에서 사역하는 A목사는 “부목사로 재직하는 기간이 길어졌음에도 교계는 부목사를 ‘수련목’이라고 부른다. 일정기간 교육기간을 갖고 담임 목사들을 보조하다 떠나는 임시직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목사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문제다. 이에 따라 부목사들의 근로시간 및 노동자로서의 정의가 불투명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경기도에서 사역하는 B목사는 “가령 새벽기도를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한 문제가 항상 따라다녀 (부목사 입장에선) 근로로 생각하는 것도 사회적으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목사들은)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고 있는 간부직으로 인식돼 노동자로 여겨지지 않아 열악한 처우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변화하는 만큼 부목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부목사들도 하나의 정규직, 전문직으로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과거와 달리 최근엔 한 곳에서 장기간 머무는 부목사들이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부목사들을 임시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아울러 제도적인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조성돈 실천신대 교수는 “현재 많은 부목사들은 1년짜리 임시직으로 당회 인준을 받고 있는데, 이것을 바꿔 정규직으로서 당회 인준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 과정의 필요성도 거론됐다. 조 교수는 “수많은 부목사들은 교회에 들어오기 전에 자신이 받는 처우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며 “일반 기업들처럼 사역 계약서를 체결해 부목사들도 사전에 기간 및 월급 수준 등을 알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기아대책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했다. 표본추출은 편의 추출로 목회데이터연구소 구독자 중 부목사 DB 활용 및 담임목사를 통한 해당 교회 부목사 대상 모바일로 진행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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