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금강산' 절경에 몸도 마음도 말끔히 씻어내다

남호철 2022. 8. 1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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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정 '명승 1호' 소금강 계곡 품은 오대산 노인봉
노인봉 정상에서 본 오대산 비로봉. 진고개 너머 강릉시 연곡면 쪽 골짜기에 구름바다가 넘실대고 있다.


소금강(小金剛)은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금강산에 견줄 만해서 붙은 이름이다. 전국에 소금강으로 불리는 곳이 많지만 원조는 국가 지정 ‘명승 1호’인 오대산 소금강이 아닐까. 오대산 소금강은 오대산 봉우리 중 하나인 노인봉(老人峰·1338m) 동쪽 사면에서 발원해 연곡천과 합쳐져 동해로 빠져나간다. 노인봉은 과거 청학산(靑鶴山)으로 불리던 곳이다. 봉우리 동쪽 기슭에 들어선 마을이 청학동이다.

이곳 소금강은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율곡 이이의 글에서 유래했다. 1569년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온 율곡은 연곡천을 거슬러 올라 청학동 계곡을 찾아 ‘유청학산기’(游靑鶴山記)라는 기행문을 남겼다. 청학동 계곡의 빼어난 산세가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소금강으로 이름 붙였다. 실제 금강산과 닮은 경치도 여럿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구룡폭포와 만물상이나 금강산 연주담과 흡사한 명칭으로 불리는 소금강 연화담 등이다.

가벼운 걸음으로 소금강의 명소를 감상하려면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탐방비원센터가 있는 연곡면 삼산리에서 출발해 구룡폭포까지 다녀온다. 왕복 5㎞에 경사가 급하지 않아 두세 시간이면 충분히 오갈 수 있다.

계곡 전체를 눈에 담고 싶으면 노인봉에서 내려가며 풍광을 즐긴다. 출발지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병내리와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의 경계에 위치한 진고개(泥峴)다. 고개 이름은 비가 오면 온통 진창이 된다는 데서 유래했다.

야생화 군락지인 고위평탄면을 걷는 등산객.


진고개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서면 과거 화전민이 살았다는 고위평탄면이 펼쳐진다. 드넓은 초지에 야생 들꽃이 무리를 이뤘다. 1시간 40분 정도면 노인봉에 도착한다.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어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노인봉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멀리 고봉준령의 산줄기가 중중첩첩 이어진다. 황병산(1407m)과 소황병산이 눈앞에 있는 듯 가깝다. 소황병산 뒤로 대관령의 풍력발전기가 시야에 잡힌다. 소금강 계곡에서 운해를 이루며 밀려오던 구름이 그 앞에서 춤을 춘다. 안내판에는 멀리 주문진과 경포 등이 표시돼 있으나 모두 구름바다 속에 잠겨 있다. 노인봉 아래에는 소금강 계곡의 비경이 숨어 있다.

아래로 내려서면 노인봉대피소다. 소금강 계곡으로 길을 잡는다. 목적지 소금강탐방지원센터까지는 약 9㎞다. 계곡의 시작인 낙영폭포(落影瀑布)까지 1.7㎞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산에서 내린 물줄기가 모여들어 커지다가 낙영폭포에 이르러 소리를 내지르며 물을 쏟아낸다. 물은 밑으로 내달려 광폭포, 삼폭포를 지난다.

낙영폭포에서 4㎞쯤 지나면 넓고 평평한 바위가 하얀 구름 모양처럼 겹쳐 있다. 백운대(白雲臺)다. 계곡물은 평평하고 넓게 퍼져 흐르며 구름을 덮듯이 바위를 타고 넘는다. 백운대를 지나면 물도 많아지고 다양한 형태의 계곡이 펼쳐진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우뚝 솟은 절벽이 마주한다. 바생김이 기괴하고 다양한 물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소금강 만물상(萬物相)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원숭이 모양 등 다양한 군상을 드러낸다.

소금강 제1경에 꼽히는 구룡폭포를 찾은 탐방객이 거대한 바위를 타고 용틀임하듯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다.


만물상을 지나 소금강 제1경에 꼽히는 구룡폭포(九龍瀑布)에 이른다. 크고 작은 9개 폭포가 이어져 9마리의 용이 폭포를 하나씩 차지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직접 볼 수 있는 폭포는 제8폭포와 9폭포다. 거대한 바위를 타고 힘차게 휘어져 떨어지는 물줄기가 꿈틀대는 용의 몸짓을 연상시킨다. 폭포수의 새하얀 물줄기를 보고 청량한 소리를 들으며 ‘폭포멍’ ‘물멍’을 즐기면 코로나19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나간다.

낙영폭포나 백운대는 인적이 드물었지만 구룡폭포에는 인파가 가득하다. 소금강 계곡 입구에서 구룡폭포까지만 들렀다 돌아가는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이 많다. 소금강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면 3㎞ 남짓 되는 거리라 접근하기도 편하다.

많은 군사가 식사할 만큼 넓고 평평한 식당암.


구룡폭포를 지나 식당암(食堂岩)에 이르렀다. 평평하고 넓은 바위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군사를 훈련시키고 식사를 하던 곳이란다. 소금강을 찾은 율곡 이이도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많은 등산객이 음식을 나눈다. 예나 지금이나 이름값을 한다.

활짝 핀 연꽃을 닮은 연화담.


이어 활짝 핀 연꽃을 닮은 연화담과 화강암 절벽이 십자형으로 길게 갈라진 십자소를 지난다. 연화담과 십자소에는 검푸른 빛을 띠는 물이 담겨 있다. 소금강 마지막 명소는 무릉계. 약 300m 계곡에 기암괴석이 펼쳐져 있다.

여행메모
진고개~노인봉 편도 4.1㎞
소금강 일대 민박 겸 상가 즐비

진고개는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에서 가깝다. 월정사 방면으로 가다가 병안삼거리에서 주문진 방향으로 우회전해 고개에 올라서면 닿는다. 진고개 정상에 휴게소와 대규모 무료주차장이 있다. 노인봉까지는 편도 4.1㎞다.

무릉계곡 입구 소금강탐방지원센터는 진고개를 넘어 내려가다 소금강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닿는다. 무릉계에서 백운대까지는 4㎞, 1시간 50분가량 소요된다.

소금강산 제2주차장 주차요금은 비싼 편이다. 1시간 기본요금 1100원에 할증요금이 10분당 300원이다. 9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1만3000원이다.

자가용을 이용해 진고개에서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탐방지원센터까지 트레킹하면 진고개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요금은 4만원 정도. 차량이 두 대일 경우 양쪽에 한 대씩 주차한 뒤 이동하면 편하다.

강릉과 진고개 사이 국도 옆에 호텔 여관 커피숍 펜션 등이 즐비하다. 소금강 일대에도 민박을 겸해 운영하는 상가가 많다.

강릉=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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