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전쟁 전보다 낮아졌다는데..주가 힘 못쓰는 이유는?

정은혜 2022. 8. 17. 18: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킹스베리의 석유 저장고. [EPA=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국내외 증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물가상승률(CPI)에 대한 '피크 아웃(정점 통과)'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3.2% 떨어진 8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119달러를 넘겼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전인 1월 2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0월물 브렌트유도 3% 떨어진 배럴당 92.34달러를 기록해 지난 2월 10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 것이란 우려와 함께 이란의 국제 원유시장 복귀로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월마트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소비가 견조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투자심리가 주춤해졌다. 이날 S&P500 지수와 다우존스는 각각 0.2%, 0.7%씩 상승했지만, 나스닥은 0.2% 하락했다. 코스피도 17일 전일 대비 0.67% 내린 2516.47을 기록했다.

노르웨이 북해에 위치한 에코피스크 유전. [AP=연합뉴스]


시장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 대신 '빅스텝'(0.5%p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우울한 경제지표들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신규 주택 착공 실적은 전월 대비 9.6% 감소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7.1%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은 8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31.3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치 11.1에서 42.4포인트 급감한 것으로 역대 두 번째 큰 낙폭이다.

중국발 경기 침체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15일 발표된 중국의 7월 소매 판매와 산업 생산은 각각 2.7%,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각각 5%와 4.6%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돈 수치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중기 대출 금리를 2.75%로 0.1%포인트 인하했다. FT는 원유시장 컨설턴트인 오일리틱스의 연구원을 인용해 "중국의 암울한 데이터가 지속해서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엇갈린 지표로 인해 국내 증시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팀장은 "유가가 하락하면 기업실적에서 비용이 완화되고, 국채금리 상승이 완화되면서 밸류에이션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다만 경기 둔화와 수요 둔화로 인한 유가 하락의 경우에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꺾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측면이 있지만 CPI 상승률을 빠른 속도로 끌어내리기는 어렵다"며 "원자재 가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데 시차가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만으로 당장 해소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