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중국인 몇 명 필요하세요?" 불쑥 걸려온 전화

양한주 2022. 8. 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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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 중국인 인력 몇 명이나 필요합니까. 부르는 만큼 보내줄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한 인력사무소 대표는 최근 대뜸 이렇게 물어오는 전화를 받았다.

경북 구미의 인력사무소 대표는 "브로커들은 '관광객처럼 보이는 옷을 입어야 한다'거나 '지갑에 30만~50만원의 현금이 있어야 (입국 심사) 통과가 잘 된다' 등 코치를 해주기도 한다"며 "한 브로커에게 최근 한두 달 새 많게는 하루 3000명씩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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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인력난에 활개치는 브로커
태국인 관광객 76명 집단 잠적하기도
'지갑엔 현금 50만원..' 관광 가장 '팁' 공유도
지난달 14일 제주국제공항에 외국인 코로나19 검사센터 운영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태국인, 중국인 인력 몇 명이나 필요합니까. 부르는 만큼 보내줄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한 인력사무소 대표는 최근 대뜸 이렇게 물어오는 전화를 받았다. 외국인 노동자 알선 ‘브로커’로부터의 전화였다. 인력사무소 대표는 상대방이 연결해 준다는 인력이 불법체류자란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접 인력사무소를 찾는 경우보다 (브로커 등의) 알선을 받아 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과 비자 발급 등의 문이 좁아지면서 제주로 우회 입국해 불법취업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제주도는 국내 다른 지역과 달리 지난해 9월 도입된 전자여행허가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입국이 수월한 점을 악용해 관광하는 척 입국한 뒤 일자리를 찾아 눌러앉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들이 제주에서 대거 잠적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제주 단체 관광에 나선 태국인 437명 중 76명(17.4%)이 일정에서 이탈해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이 기간 727명은 불법 체류 전력이 있거나 불법 취업 확률이 높다고 의심돼 입국이 불허되면서 공항에서 곧바로 태국으로 되돌아갔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잠적한 이들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 일정에서 이렇게 이탈을 한 후에 브로커 도움을 받아 본토(국내 다른 지역)로 들어가는 등 불법취업의 경로로 가게 된다”고 했다. 국내 체류는 90일간 가능하지만, 단체관광 목적으로 입국했다가 이탈한 것이라 체류 기간과 관계 없이 사실상 불법 체류 신분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브로커들의 알선 행위는 점차 대담해지고 있다. 입국할 외국인 노동자들의 항공권 값을 먼저 내주고 일할 곳까지 데려다준 뒤 이들의 임금으로 경비를 사후 정산하기도 한다. 고용주들은 브로커에게 인당 30만원 수준의 별도 소개비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외국인 구인·구직 인터넷 카페에도 ‘오늘 태국인 남자 3명 입국했습니다(매일 10명 이상 입국 중)’ 등의 알선 게시글이 올라왔다. ‘비자가 필요 없다’는 구인 게시글도 다수 확인됐다. “항공권을 제공해달라”고 브로커들이 고용주 등에게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브로커들은 불법체류 목적의 입국을 관광으로 가장하기 위한 ‘팁’도 공유한다고 한다. 경북 구미의 인력사무소 대표는 “브로커들은 ‘관광객처럼 보이는 옷을 입어야 한다’거나 ‘지갑에 30만~50만원의 현금이 있어야 (입국 심사) 통과가 잘 된다’ 등 코치를 해주기도 한다”며 “한 브로커에게 최근 한두 달 새 많게는 하루 3000명씩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쿼터제로 제한된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며 산업현장 인력난이 가중된 것과 관계가 깊다. 한국행을 원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늘다 보니 결국 불법 입국 사례 증가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40만명에 달할 정도로 느는 추세”라며 “정부가 이를 선별해 필요 인력은 합법화하고 관리는 업격하게 하는 등의 양면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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