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의 밤빛과 함께한 3일간의 수원문화재야행

권미숙 2022. 8. 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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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권미숙 기자]

▲ 2022수원문화재야행 기억의 문이 열리는 수원문화재야행이 수원화성행궁과 그 주변에서 지난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간 열렸다.
ⓒ 권미숙
2022년의 수원 야행은 8월 한여름에 수원 시민들과 만났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수원 화성행궁과 그 주변 일대에서는 '기억의 문이 열리는' 수원문화재 야행(아래 야행)이 '8야(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비록 마스크는 아직 벗지 못했지만 작년과 다르게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대면 축제여서 그랬는지 야행을 즐기는 시민들의 표정이 밝아보였다. 
 
 <문화재관리의 다양성>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는 최재헌(건국대학교 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교수.
ⓒ 권미숙
 
가장 먼저 찾은 현장은 12일 오후 4시부터 수원전통문화관에서 진행되었던 '기후변화 대응과 문화재지킴이 활동의 확장성'을 주재로 한 문화재 포럼이었다. 이 포럼은 (사)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와 수원지기학교가 주관한, 기후위기 속에 위협받는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민간 부문 차원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행사였다.
입구까지 꽉 들어찬 시민들의 모습을 보니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기후변화 위기와 문화재지킴이 행동>, <비지정 문화재 관리와 문화재지킴이 역할>, <문화재 관리의 다양성>, <지역재생과 문화재 마을 활성화 방안> 등의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고 질의응답과 토론의 순서로 마무리되었다.
 
 개구쟁이 창작놀이터의 <같이 있어 가치롭다Ⅱ>는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는 기획전시다.
ⓒ 권미숙
야행 첫 날은 내내 화창해서 축제를 즐기기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미술관 옆 잔디와 행궁광장, 화령전 쪽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마켓과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8야(夜)'중 '야화(夜畫)'에 해당하는 <같이 있어 가치롭다Ⅱ>전은 개구쟁이 창작놀이터팀의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는 기획전시였다.
개구쟁이 창작놀이터는 임승희, 배동진, 배혜윤, 배윤후씨로 이루어진 팀으로 백로, 수원 청개구리 등 수원을 대표하는 8대 깃대종 등을 쓰레기를 재료로 사용하여 표현했다('깃대종'이란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주요 동식물을 의미한다).
 
 '쇠기러기의 아름다운 동행' 업사이클 체험활동의 결과물.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했다.
ⓒ 임승희 작가
임승희 작가는, "수원문화재 야행은 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죠. 그 축제 현장에 의미 있는 전시를 준비했어요. 야행의 전체 주제는 '기억'이에요. 수원에 있는 보호종들과 사람이 함께 마주보면서 같이 있어 가치 있는 기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버려진 쓰레기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벤치에 앉아 작품을 마주하며 감상하는 시민들을 보니, 마치 서로가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 같아서 임승희 작가가 추구했던 '사람과 자연이 같이 있어 가치롭게'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야행 둘째날에는 비가 많이 와서 야외 전시는 철거하고 수원문화재단 입구에서 업사이클 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쇠기러기의 아름다운 동행'은 버려진 페트병에 바퀴를 달아 식물을 태워 동행하는 모습을 담은 활동으로 아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무심코 사용하던 페트병에 아이들이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두 손 가득 흙을 담아 직접 식물을 심는 것을 보며,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우리 생태계와 문화유산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니면서 또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건, '수원문화재야행 야행줍깅단'이라고 쓰인 보라색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7월부터 모집한 야행 자원봉사단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원문화재단 및 수원화성 일원을 다니면서 행사 구역 주변 정화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집게, 한 손에는 비닐봉투를 들고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한 봉사자에게 참가 이유를 물어보았다.

"개강을 앞둔 대학생인데요. 오랜만에 하는 야외행사가 반가웠어요. 그냥 와서 행사를 즐길 수도 있었지만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으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줍깅 프로그램에 신청을 했죠. 쓰레기를 주우며 중간중간 전시도 보고 일석이조입니다"라고 말하며 시민 분들이 깨끗한 환경 속에서 축제를 즐기기를 바란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양단우 작가가 '일상의 기억, 책가도' 토크살롱에서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 권미숙
곳곳에 세워진 엑스배너 속 '일상의 기억, 책가도' 야행 토크살롱이 열리는 현장도 찾았다. 13일 저녁 6시에는 '우리 동네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서현 작가가, 8시에는 '불확실한 세상, 회사 밖을 나와도 진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양단우 작가가 어울림센터 내 카페에서 수원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행 토크살롱은 시민기획단 나침반이 주관하는 야사(夜史)프로그램으로 수원의 현재와 과거가 녹아있는 행궁동에서 역사의 기억, 이웃의 기억, 터전의 기억, 생태의 기억 등 다양한 인문학 주제를 갖고 있다. 수원화성 주변 일곱 군데의 장소에서 21명의 작가들이 3일 동안 시민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인디온 책장터는 화령전 출구에서부터 길게 자리하고 있었다. 마스코트 디디가 눈에 띈다.
ⓒ 권미숙
 
화령전 출구에서부터 인도를 따라서는 북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인디온 책장터' 북마켓은 각 지역 독립서점 및 작가들이 수원으로 모이는 자리인데, 이미 지난 5월에 필자가 소개한 바가 있다. (관련 기사 : 수원에서 열리는 책 축제, '인디온on마켓'으로 놀러오세요 http://omn.kr/1yvyp) 이번 여름엔 수원 야행과 연계되어 야간에 진행하게 된 것이다. 독립서점 관계자와 작가들에게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미션투어를 통해 받은 띠부띠부실 스티커
ⓒ 권현영씨
증강현실 프로그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야행몬을 잡아라!' 미션투어도 시민들이 무척 즐거워했다. 행궁광장 부스에서 야행몬 도감을 배부받아 미션 수행 장소를 방문하여 각 장소별로 미션을 수행하면 야행몬을 잡을 수 있다. 이때마다 도감을 완성하여 다시 행사부스로 가져가면 띠부띠부실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데, 야행몬 5마리를 모으면 야행 기념품도 받을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이었다.
야행몬은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 동식물을 활용한 캐릭터로 설정한 것이 의미있었다. 미션 수행 장소는 구 소화초등학교(뽈리 화랑), 남문 로데오 청소년 공연장, 수원 종로교회, 열린 문화공간 후소, 화령전까지 모두 화성행궁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들이었다.
 
 '야행몬을 잡아라!' 미션투어 장소는 수원 화성 일원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했다.
ⓒ 권미숙
대학생 권현영씨는 "수원의 몰랐던 이야기들을 쉽게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미션 장소 구간을 적절하게 배치해놔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행궁 주변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어요"라고 미션투어 참여 소감을 전했다.  
올해 야행은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축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것 같다고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축제를 즐기고 누렸어야 할 당연한 시간들을 이제야 되찾았다는 듯 시민들은 밤 11시가 다 되도록 행궁 광장을 떠날 줄 모른다. 주황색 불빛이 그린 터널을 가득 채우고 기분 좋은 왁자지껄함이 행궁 곳곳에서 피어오를 때, 올해 마지막으로 뜬다던 슈퍼문도 함께 행궁 광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린터널에도 밤빛이 찾아와 시민들의 발걸음을 비춰주고 있다.
ⓒ 권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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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수원의 여름축제 야행을 알리고 싶어서 취재했습니다. 수원의 지역뉴스와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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