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초광역권으로 바라본 지방도시, 위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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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살고 있는 로드아일랜드주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다.
하지만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리적 한계는 극복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전의 행정 구역의 경계를 초월한, 특정 도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권과 초광역권이 형성됐다.
제2의 도시 부산은 그 자체로도 크지만 인접한 울산, 김해, 양산, 거제는 물론 교류가 많은 창원과 밀양까지를 아우른다면 인구는 700만명에 달하고, 행정 구역 세 곳을 초월하게 되니 이른바 초광역권으로 묶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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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울산 김해 등 아우르면 동북아서 중요한 위치 재인식
[아시아경제 ] 몇 년째 살고 있는 로드아일랜드주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다. 주도인 프로비던스도 인구가 19만명이니 큰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인접한 몇 개 도시를 포함하면 인구 수는 62만명으로 껑충 뛴다. 시야를 좀 더 넓혀 광역권으로 확대하면 로드아일랜드주 전체는 물론, 교류가 많은 매사추세츠주의 일부 지역까지 포함할 수 있고, 인구 수는 160만명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보스턴 광역권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보스턴-프로비던스 초광역권은 인구가 850만명에 육박한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의 행정 구역은 대개 오랜 역사를 가진 경우가 많다. 주로 지역 간의 교류를 가로막던 강이나 산 같은 지리적 한계를 중심으로 구역을 정하곤 했다. 하지만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리적 한계는 극복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전의 행정 구역의 경계를 초월한, 특정 도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권과 초광역권이 형성됐다.
이러한 광역권, 초광역권 중심으로 도시를 바라보면 행정 구역과는 전혀 다른 위상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해당 국가에서 그 지역의 중요성과 역할을 재인식할 수 있는데, 이런 새로운 인식은 지역의 균형 발전, 경제 활성화, 도시 재생 등을 목표로 하는 정책 시행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광역권 안에서 새로운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또 다른 발전을 모색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의 도시를 초광역권 렌즈로 다시 본다면 어떨까. 무엇보다 지역 도시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제2의 도시 부산은 그 자체로도 크지만 인접한 울산, 김해, 양산, 거제는 물론 교류가 많은 창원과 밀양까지를 아우른다면 인구는 700만명에 달하고, 행정 구역 세 곳을 초월하게 되니 이른바 초광역권으로 묶을 수 있다. 그렇게 바라보면 이 지역은 한낱 지방도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중요한 위치로 재인식된다.
대전은 어떨까. 바로 옆에 세종시는 물론, 그 이전부터 훨씬 가까운 청주도 있다. 행정 구역은 다르지만 대전과 세종, 청주를 초광역권으로 묶어서 바라본다면 약 270만명의 인구 수를 가진 지역이 된다. 흩어져 바라볼 때보다 훨씬 큰 위상을 갖는다.
이렇듯 전통적인 행정 구역에서 벗어나 초광역권으로 지역을 인식하면 달라진 위상은 물론, 그에 따라 경제적 토대와 주민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협력의 방안이 다양해진다. 초광역권 내 대학끼리 머리를 맞대면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해 우수한 학생의 유치가 가능해지고, 이는 곧 지식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계기가 된다. 지역활성화에 기여할 젊은 창업자 유치를 위한 효율적인 협력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개별 도시 단위보다 훨씬 더 포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민생 관련 협력 분야 역시 훨씬 더 다양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노인과 사회 약자를 위한 중앙 정부의 복지 정책에 협력하되 지역적인 특징을 감안해 보완한다면 더욱 더 섬세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행정 구역을 초월한 선형 공원을 대폭 늘림으로써 주민을 위한 녹지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초광역권 안에서의 환경 생태 관련 협력 역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행정 구역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선 초광역권으로 지역의 위상을 재인식하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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