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득점' 도로공사 김세인, 전직 리베로 맞아?

양형석 2022. 8. 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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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6일 현대건설전에서 22득점 폭발, 도로공사 3-1 승리

[양형석 기자]

도로공사가 현대건설을 꺾고 가장 먼저 컵대회 조별리그 2승 고지에 올랐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16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조별리그 2번째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25-20,21-25,32-30)로 승리했다. 양 팀은 지난 시즌 2위와 1위답게 치열한 명승부를 펼치며 배구팬들을 열광시켰고 조별리그 2승째를 챙긴 도로공사는 4강진출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도로공사는 미들블로커 배유나가 55.88%의 공격성공률과 함께 20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이예림과 문정원도 서브리시브를 책임지며 나란히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현대건설의 허를 찌르며 도로공사의 승리를 이끈 김종민 감독의 '히든카드'는 따로 있었다. 바로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이고은 세터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두 번째 경기에서 22득점을 폭발한 김세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고은 세터 보상선수로 지명한 유망주
 
 김세인은 루키 시즌 동료들과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리베로로 활약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 한국배구연맹
 
프로 출범 당시만 해도 김사니라는 걸출한 국가대표 세터를 보유하고 있던 도로공사는 2007년 김사니가 FA자격을 얻어 KT&G 아리엘즈(현 KGC인삼공사)로 이적하면서 극심한 세터난에 시달렸다. 설상가상으로 2007-2008 시즌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을 제치고 득점왕(692점)에 오른 주포 한송이(인삼공사)마저 팀을 떠나면서 도로공사의 전력은 더욱 약해지고 말았다.

도로공사는 2009-2010 시즌까지 최윤옥과 박진왕 등 경험이 많지 않은 세터들로 시즌을 치렀지만 2008-2009 시즌과 2009-2010 시즌 연속으로 최하위에 머물며 암흑기에 돌입했다. 도로공사는 2010-2011 시즌부터 이재은 세터가 주전으로 자리 잡은 후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다시 안정을 찾는 듯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2012-2013 시즌이 끝나고 다시 이재은 세터를 인삼공사로 트레이드했다.

2013-2014 시즌 차희선과 이고은 등 주전경험이 거의 없는 신예 세터들로 한 시즌을 치른 도로공사는 2014년 FA시장에서 이효희(도로공사 코치)라는 국가대표 세터를 영입했다. 이효희 세터 영입 후 치른 첫 시즌 곧바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도로공사는 배유나와 박정아가 차례로 가세한 2017-2018 시즌 프로 출범 후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효희 세터 역시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또 다시 세터 자리가 허전해진 도로공사는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 KIXX로부터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다. 2020-2021 시즌 이고은 세터가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실업배구 수원시청 출신의 중고신인 이윤정 세터가 이고은의 자리를 위협하며 맹활약,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이고은은 페퍼저축은행 이적을 선택했다.

지난 시즌을 통해 부쩍 성장하며 주전으로 올라선 이윤정과 장신세터 안예림을 보유한 도로공사는 더 이상 과거처럼 주전세터가 떠났다고 갑자기 세터부재에 시달리는 팀이 아니다. 이에 도로공사는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FA보상선수로 여러 옵션을 고려할 수 있었다. 도로공사는 40대 노장 정대영의 후계자가 필요한 미들블로커 자원을 지명할 거란 배구팬들의 예상을 깨고 만19세의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을 지명했다.

2경기 만에 데뷔 최다득점, 공격 포텐 폭발
 
 컵대회에서 공격수로 중용되고 있는 김세인은 2경기에서 30득점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김세인은 선명여고 시절부터 팀을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선정될 정도로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다만 173cm의 비교적 작은 신장 때문에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프로무대에서의 성공여부에는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지명된 김세인은 페퍼저축은행이 신생팀인 만큼 많은 출전기회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이한비와 박경현, 박은서 같은 비교적 넉넉한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을 보유한 페퍼저축은행은 기본기가 좋은 김세인을 문슬기 리베로의 뒤를 받치는 백업 리베로로 활용했다. 실제로 김세인은 루키 시즌 페퍼저축은행이 치른 31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지난 시즌 공격시도는 단 10번에 불과했다. 김형실 감독이 김세인을 원래 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포인트 서버와 수비보강을 위한 '서베로(서브+리베로)'로 활용됐다는 뜻이다.

그렇게 아쉬운 루키 시즌을 보낸 김세인은 지난 4월 이고은의 보상선수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다. 당시 몇몇 배구팬들은 김세인이 베테랑 리베로 임명옥의 후계자로 육성될 거라 예상했지만 김종민 감독은 김세인을 공수를 겸비한 아웃사이드 히터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김세인은 이번 컵대회에서 박정아의 국가대표 차출과 전새얀의 부상을 틈 타 이예림과 함께 도로공사의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14일 '친정' 페퍼저축은행과의 이적 후 첫 경기에서 8득점을 올리며 공격수로서 가능성을 보인 김세인은 이틀 후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4번의 공격을 시도한 김세인은 45.45%의 높은 성공률로 22득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173cm의 단신 공격수 김세인이 이렇게 많은 공격을 시도할 거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종민 감독은 이번 컵대회에서 리베로 출신 김세인에게 서브 리시브를 면제시켜 주고 있다. 이는 김세인으로 하여금 공격에 대한 감각을 끌어 올리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배려다. 물론 V리그 개막 후 박정아와 전새얀이 복귀한다면 김세인이 지금처럼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만19세의 김세인이 지금처럼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도로공사는 V리그에서도 전도유망한 아웃사이드 히터 한 명을 더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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