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도 못다루면서" VS "무대 기획력 중요"..'리슨업'이 쏘아올린 '프로듀서의 자격'

류지윤 2022. 8. 1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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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발언, 긴장감 주는 역할

케이팝(K-POP)의 글로벌 성장은 가수뿐 아니라 뒤에서 음악을 만들고 기획하는 프로듀서들의 역할까지 조명 받게 만들었다. KBS2 '리슨업'은 이 흐름을 타고 프로듀서들을 공개된 무대로 불러내 실력으로 순위를 겨루는 서바이벌이란 링 위에 올렸다.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라이언 전, 싱어송라이터 도코, 픽보이, JYP 공채 프로듀서 오디션에서 1위 김승수, 힙합 프로듀서 팔로알토, 발라드에서 강세인 정키, 신예 프로듀서 빅나티, 라스, 그리고 아이돌 그룹 에이비식스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이대휘 등 각자 포지션과 색깔이 다른 10명의 섭외해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케이팝의 방향성 및 여러 가지 담론이 제시될 수 있도록 기획한 '리슨업'의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리고 이 의도는 첫 방송부터 적중했다. '리슨업'에 참가자인 김승수가 프로듀서의 개념에 대해 불만 섞인 지적을 내뱉으면서부터다. 김승수는 "귀에 걸면 귀걸에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다 그냥 프로듀서라고 한다. 저는 악기도 못 다루고 컴프레서 기능도 모르는 사람은 프로듀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날 선 발언을 했다.


김승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라이언 전을 워스트 프로듀서로 꼽으며 "원칙적으로 어쨌든 자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안되면서 프로듀서 이름을 쓰면 다 프로듀서다"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라이언 전이 기획한 '키스 미 해피'(Kiss me happy) 무대 후 "후렴 멜로디는 다른 외국인 작곡가분이 썼겠죠. 그분이 아시면 속상해하지 않을까"라고 직구를 연이어 날렸다.


아이유의 '셀러브리티', 오마이걸 '돌핀', 아이브 '일레븐' 등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언 전은 퍼블리싱 회사를 운영하며 5~600명의 팀원들과 작업하고 있다. 라이언 전 역시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메인 플레이어가 아닌데 플레이어인척하냐고 하더라. 곡을 받아서 하는데 왜 곡을 쓴 것처럼 하냐고 한다. 저는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저는 팀원들과 함께 건강한 생각으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 출연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라이언 전이 평소에 강조하던 것도 음악적 방향성이기도 하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기회가 없는 작곡가들과 함께 일하며 건강한 케이팝 구조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프로듀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리슨업'이 만들어 낸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라이언 전은 노래를 만드는 것은 물론, 무대 콘셉트, 의상, 안무 등 공연이 필요한 요소를 모두 계획하는 것이 프로듀서라고 정의하고 있다. 반면 김승수는 악기를 다루거나 악보를 보는 것이 프로듀서의 기본이라고 바라보는 입장이다.


여기서 '리슨업'의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누가 더 프로그램에 부합한 인물인지 짐작 가능하다. '리슨업'은 기획의도란에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음원의 모든 요소를 디자인하고 결정하는 프로듀서들'이라고 적어놨다.


실제로 라이언 전은 첫 무대에서 에일리의 '키스 미 해피'를 해외 시상식 같은 무대 연출로 호평을 받았으며 다른 프로듀서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인트로까지 가미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도코는 "한 수 배워 간다"라고 평했으며 이대휘는 라이언 전 무대에 압도 당한 감상을 숨기지 않았다.


라이언 전은 에일리의 무대와 함께 '그 여름' 김승수의 무대를 본 후 "너무 좋았지만, 아직은 작곡가 같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실력을 여유 있게 증명한 셈이다.


방송을 본 한 소속사 대표이자 프로듀서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가 직접 곡을 만들어서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노래를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최고의 아이돌 프로듀서라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냐"라며 "제작에 뛰어드니 작곡만 할 때 몰랐던 것들과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다"라고 귀띔했다.


다른 프로듀서 역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가요계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던 문제다. 이런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김승수의 패기를 높이 산다. 프로듀서란 개념에 대해 라이언 전의 입장에 더 공감하는 편이지만, 김승수도 필요한 이야기로 긴장감을 줬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역할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라고 감상평을 전했다.


현재 '리슨업'은 아직 3회까지 불과하다. 누가 더 뛰어난 프로듀서인지,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뒷받침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실력이다. 이를 갈고 준비한 무대와 함께 프로듀서들의 경연이 케이팝의 나아갈 방향이나 현주소에 대해 또 어떤 이야기를 꺼내놓을지 '리슨업'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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