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도시' 속 교회들, 학원·문화원 등 '눈높이 사역' 주력

신지호,유경진 2022. 8.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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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 시대의 한국교회] <중> 젊은 도시 교회들이 사는 법
하상길 주예수소망교회 목사가 세종시 대평동에 있는 교회 교육관에서 진행하는 ‘영어 동요 모임’에서 기타를 치며 어린이들과 함께 영어 동요를 부르고 있다. 주예수소망교회 제공


“따라 해 보세요. 헤드(head) 앤(and) 숄더(shoulders), 니즈(knees) 앤 토(toes), 니즈 앤 토….”

세종특별자치시(세종시) 대평동 주예수소망교회 3층 교육관에선 영어 동요가 자주 흘러나온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영어로 동요를 부르고, 이 교회 담임 하상길 목사는 기타를 치며 반주를 하곤 한다. 하 목사는 16일 “5년 전 교회를 개척할 때 성도들과 첫 만남은 예배가 아니라 ‘영어 동요 모임’이었다”면서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에서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 스무명과 함께 시작한 동요 모임이 지금은 300명 넘는 성도가 출석하는 교회가 됐다”고 회고했다.

‘3040세대’ 몰리자 교회도 급증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세종시와 경기 화성시는 노령화지수가 가장 낮은 도시, 즉 가장 젊은 도시로 꼽힌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현황(2022년 7월 기준) 등에 따르면 세종시 인구 37만여명 중 30,40대는 13만여명(약 35%) 화성시는 88만명 가운데 30,40대가 40만명(약 46%)에 달한다.

인구가 몰리는 곳엔 교회도 몰린다. 세종시교회총연합회(세교총) 사무총장 장래원 목사는 “10년 새 세종시 인구가 3배 늘었고 같은 기간 세종시 전체 교회 수는 100여개가 증가해 현재 400개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화성시도 지난 10년 새 인구가 52만명에서 88만명으로 70% 가까이 늘었다. 교회 수 역시 500개에서 800여개로 64%나 증가했다.

다음세대 사역은 ‘필수’

화성기독교총연합회 고문 권상일 목사는 “도시에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교회는 30,40대와 이들의 자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특성은 교회가 자연스럽게 젊은 층을 겨냥한 사역에 집중하게 만든다. 다음세대 사역이 대표적이다.

영어 동요 모임으로 시작한 세종시 주예수소망교회는 출석 성도 300여명 가운데 30,40대가 100여명, 교회학교(영아부~청년부) 등록자가 100명이 넘는다. ‘아이들이 오고 싶은 교회를 만들어야 부모도 따라온다’는 하 목사의 목회 철학은 다양한 다음세대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젊은 부부들이 금요저녁기도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동시간대 아이들만을 위한 ‘주키즈 예배’를 운영하거나 평일엔 ‘영어 태권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이다.

30,40대 ‘맞춤형’ 커뮤니티도

지난 10일 경기 화성 좋은사람들교회가 운영하는 '토브예술문화원'에서 수강생들이 퀼팅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주예수소망교회 제공

4년 전 개척한 화성 동탄의 좋은사람들교회(이진해 목사)는 30,40대 성도가 재적 인원의 절반이 넘는 500여명이다.

교회 건물 3층에 '토브예술문화원'을 두고 운영하는데 인기가 많다. 교인들과 지역주민들은 기타 드럼 우쿨렐레 플루트 색소폰 바이올린 재즈피아노 첼로 클라리넷을 배울 수 있다.

지난 10일 현장에서 만난 이상선(56) 권사는 "퀼팅(피륙과 피륙 사이에 심이나 솜을 넣고 바느질해 무늬를 두드러지게 하는 기법) 수업뿐 아니라 새신자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통로가 된다"며 "리폼 성경책을 나누며 섬김과 봉사를 동시에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교회 1층에는 지역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토브카페'가 있다.

2018년 세종 신도심 지역에 개척한 세종산성교회(지성업 목사)는 '맞춤형' 모임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모임에 대한 30,40대 성도들의 수요를 적극 반영했다. 이 교회 장홍준 목사는 "세종은 신도시여서 새로운 만남과 관계가 늘 이뤄진다"며 "같은 30,40대라도 자녀를 둔 부부, 자녀가 없는 부부, 미혼 남녀 모임 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극화·이단 극복 과제도

젊은 도시 속 교회들에도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다. 인구와 교회가 함께 늘면서 교회 간 빈익빈 부익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최근엔 이단·사이비 단체들의 세력화도 큰 도전 거리다.

세교총 사무총장인 장래원 목사는 "개척교회는 늘고 있는 한편 신·구도심 모두 건물 임대료가 비싸지고 있다"면서 "개척을 했다가 다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교회도 생겨나는 만큼 교회의 양극화 현상도 유념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진해 목사는 "젊은 도시 교회들이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목회자들의 열린 마인드가 요구된다"며 "다양성을 추구하고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적극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지호 기자, 화성=글·사진 유경진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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