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키 성장과 백신

입력 2022. 8. 17. 00:40 수정 2022. 8. 17.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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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키 성장 관련 제품 광고가 쏟아진다. 마치 키가 크는 새로운 방법이 나온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의 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적 요인이다. 일란성 쌍둥이를 비교하면 환경과 유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 수 있다. 쌍둥이 3000~9000쌍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 결과 영양 섭취가 충분한 지역에서 유전적 영향은 80% 이상이다.

거대영양소 중에서 성장에 제일 중요한 것은 단백질이다. 육류와 생선, 우유와 유제품, 달걀 같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해야 키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영양 섭취가 부족할 때는 유전의 영향이 60% 정도로 낮아지고 환경의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온 국민이 잘 먹을 수 있어야 키도 큰다는 이야기다. 지금 세계에서 평균 키가 가장 큰 국가는 네덜란드이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인은 유럽에서 가장 키 작은 사람들에 속했다. 소수의 특권층이 독점하던 부가 사회 전체에 더 고르게 분배되고 평균 소득이 늘어나면서 평균 신장도 커졌다.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는 어린이. [뉴시스]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환경적 요소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면역이다. 어릴 때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키 성장이 느려진다.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 열대 우림에 사는 수렵채집인은 산업화 국가에 사는 사람보다 하루 250~300㎉를 더 많이 쓴다. 이 지역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도시에 사는 어린이에 비해 기초대사율이 높다. 자연환경에서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감염에 노출된 만큼 면역체계가 더 바쁘다. 여기에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니 키가 클 겨를이 없다.

2018년 미국 하버드대 진화생물 학자 피터 엘리슨 연구에 따르면 아마존 수렵채집 부족 어린이들의 성장과 면역 기능 사이에는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있다. 하나가 달성되려면 다른 하나가 늦어지거나 희생된다는 것이다. 어릴 때 면역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자녀를 수두 파티에 참석하게 한 부모들로 인해 나라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그런 식으로 자녀를 억지로 감염시키면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만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랬을까 의문이다.

백신 접종이 어린이 성장에 도움이 될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2012년 미국 연구팀이 인도의 전국 어린이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4살 미만 어린이의 성장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백신 접종은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어린이의 비율을 무려 22~2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으로 어린이 사망률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면역체계가 불필요하게 감염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해 성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자녀의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부모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연구 결과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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