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이오 대전환'에 앞장서야 할 이유

2022. 8. 1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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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대전환’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메타버스·모빌리티 혁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대전환이라든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중심에서 풍력·태양열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 대전환이 대표적 사례다. 대전환이 생태 파괴, 기후 위기, 팬데믹, 전쟁 등 자연적·사회적 재난의 일상적 빈발과 맞물리면서 인류의 삶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의 친환경 녹색 분류체계(green taxonomy) 정책 도입에서 보듯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디지털 과학기술이 게임 체인저로 작동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전환은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대전환을 선도하거나 적어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

「 생명공학 발달로 우리 삶도 급변
‘인간+기계’ 포스트휴먼 구체화
대학·사회 연결망 기능 강화해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잘 대처해가야 할 대전환이 하나 더 있다. ‘바이오 대전환’이 그것이다. 인간 생명을 둘러싸고 과거에는 없던 대전환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생명공학(BT)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듯이 생명을 공학적으로 처리하는 활동이 본격화한 지 이미 오래다.

의료기기를 인체 내부에 넣음으로써 생명을 연장하는 의술이 도입된 지는 더 오래됐다. 머잖아 자연적으로 타고난 생명보다 기계적으로 구성된 생명 장치에 인류가 더 의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결과 인간 생명은 비약적으로 연장될 것이다. 죽음이 대폭 유보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인간 삶과 생명에 대한 사유와 감각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미 다른 생명체에 대해 인간의 생명이 누리던 특권이 해체되고 있다. ‘동물권’은 인권에 버금가는 위상으로 중요성이 상승하고 있으며 뭇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차원에서 지구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생물권’이 운위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에게 인간의 감성·사유·도덕 등을 이전하는 작업도 착착 진척되고 있다. 적잖은 SF 영화에서 다루었듯이 안드로이드·휴머노이드 등으로 불리는 포스트 휴먼과 인간이 일상에서 함께하는 상황은 그저 상상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몸에 장착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인간 역량도 증강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미 사이보그일지도 모른다. 20세기까지 상상 속의 사이보그가 각종 기기 장치를 신체 안에 장착하고 삶을 지속해 가는 유형이었다면, 21세기 사이보그는 인간 신체 바깥에 구비된 각종 기기 장치에 자신을 접속해야 비로소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는 유형으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휴대전화로 인터넷과 웹에 접속하지 않으면 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는다. 식당에 가더라도 키오스크에 접속하지 않으면 음식을 사 먹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문명 조류 앞에서 삶과 생명, 인간 자체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바이오 대전환’이라고 일컬어도 손색이 없는 상황이다. 더 늦기 전에 디지털 대전환, 에너지 대전환과 함께 바이오 대전환을 준비하고 선도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대전환을 정확히 인식하면 대학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대학이 르네상스의 요람이자 주력으로 근대문명을 빚어온 데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학은 문명 전환의 요람이자 첨단이요, 든든한 주력이기에 그러하다. 다만 대학의 변신이 필요하다.

문명의 대전환을 선도하기 위해서 대학은 ‘창의·융합적 휴먼 그리드(grid·연결망)’로 거듭나야 한다. 사람을 중시하고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사람이 지닌 지식·기술·경험·지혜를 서로 연결하는 창의·융합적 휴먼 그리드가 대학의 새로운 틀이 돼야 한다. 이를 기초로 대학은 기업과 연결되고 시민사회와 연결돼야 하며 지역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세계와 연결돼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초지능·초연결이 가속하는 디지털 대전환을, 일국 차원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수행되는 에너지 대전환을, 사람·삶·생명에 대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신세계가 펼쳐지는 바이오 대전환을 창의적으로 선도해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영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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