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한동훈 법치'가 전부인가

정효식 입력 2022. 8. 17. 00:36 수정 2022. 8. 17.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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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사회1팀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잘하고 있지 않느냐.”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놓고 여권 관계자가 ‘그래도 한동훈’이라며 위안 삼아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용산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 국민의힘의 100일 정치는 상징적 장면 하나로 파탄이 났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란 윤 대통령의 문자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날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려고”라며 맞받는 기자회견이 생중계됐다.

정부는 이상 없나. 100일이 되도록 윤석열 정부의 대표 브랜드 정책을 내놓은 장관이 없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선 공약은 물론 대통령직인수위 110대 국정과제에도 없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꺼냈다가 사퇴한 일만 국민 뇌리에 박혔다.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까지 아직 장관급 네 자리가 공석이다.

지난 12일 광복절 특사 명단을 발표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100일 동안 정부·여당이 기능 부전에 헤매는 사이 ‘2인자’ 한동훈만 눈에 띄는 한동훈 현상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행정부 가운데 정책 부서가 아니라 법 집행 수장인 법무부 장관이 국민을 상대로 직접 마이크 잡는 일이 잦아졌다.

한 장관은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첫 사면권 행사인 광복절 특사 명단을 직접 발표했다. 국민 정서와 법 원칙을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인·공직자 사면 배제를 관철한 것도 한 장관이라고 한다. 그는 사면 전날인 11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박탈)’ 법률 시행에 맞서 직권남용 등 공무원 범죄, 마약·보이스피싱·조직폭력 등 민생범죄를 각각 부패·경제범죄로 재분류하는 대통령령 개정안을 브리핑했다. ‘시행령 쿠데타’란 민주당에 “서민 괴롭히는 깡패 수사, 마약 밀매 수사, 보이스피싱 수사, 공직을 이용한 갑질 수사, 무고 수사를 왜 하지 말아야 합니까”라고 반박하는 입장문도 직접 냈다.

취임 당일 전전임 추미애 장관이 폐지한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을 부활했고,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법 위헌 소송을 내고, 조국 전 장관이 만든 ‘형사사건 공보금지’ 규정을 ‘형사사건 공보’ 규정으로 개정·시행한 것도 한 장관이다. 그는 매번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 회복을 앞세웠지만 야당·반대파와 대결과 갈등의 최전선에 섰다.

이 100일이 한동훈 띄우기를 의도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법치’로 정치를 대신할 수 없고 대신해서도 안 된다. 특히 법치를 세력다툼, 정쟁 도구로 쓰면 나라가 망가진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는 ‘법치를 위한 나라’가 아니라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 아닌가.

정효식 사회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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