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5도 2촌' 해볼까..자재값 급등이 변수

2022. 8. 1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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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전원주택 투자 다시 살아날까

서울 강남구 반포동에 거주하는 김정훈 씨(52)는 5~6년 후 은퇴를 대비해 전원주택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도 양평군이나 강원도 가평군 일대를 둘러본다는 김 씨. 사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한때 서울 근교 전원주택 투자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전원주택 투자는 조금씩 시들어지는 추세였다. 그럼에도 김 씨는 “굳이 서울에 있는 집을 처분하지 않고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지낼 전원주택을 알아보고 있다”며 “은퇴할 때까지 평일은 서울, 주말은 시골에서 지내면서 전원주택 생활이 적합한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한다.

지방 주택에 대한 세금 규제가 완화되면서 잠시 시들었던 전원주택 투자가 다시 인기를 끌지 주목된다.

정부는 내년 세법 개정안에 공시가격 3억 이하 지방 저가 주택은 종부세 산정 시 1가구 2주택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전반적으로 지방 저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 계획이 시행되면 지방 세컨드 하우스나 서울 근교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데 드는 부담이 한결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바다나 산 근처의 전원주택이 다시 인기를 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 양평의 한 전원주택 밀집 지역. 일대 앞으로 남한강이 흐른다. (윤관식 기자)
▶지방 주택 보유세 완화

▷공시가 3억 이하 주택 산정 제외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농어촌주택·고향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특례’가 적용되는 기준 주택 가격이 공시가격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조정된다. 지방 주택에 대한 양도세 특례 요건을 완화한다는 뜻이다.

‘농어촌주택·고향주택 양도세 과세특례’는 수도권이나 조정대상지역을 제외한 지방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이 주택을 취득하기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일반 주택을 양도할 때 지방 주택을 주택 수에서 빼주는 제도다. 특히 1주택자가 지방 주택을 하나 더 취득해 2주택자가 됐을 경우 기존 주택을 처분할 때 1가구 1주택자로서 양도세 비과세(기준금액 12억원) 혜택을 받게 된다.

종부세 산정 때 지방 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부세 과표를 산정할 때는 지방 주택을 합산하지만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1주택자로 간주된다. 올해는 한시적으로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6억원이 아닌 14억원(1가구 1주택 기본공제)을 적용한다. 이후 내년부터는 12억원(1가구 1주택 새 기본공제)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공시가격 3억원을 실제 매매 가격으로 따져보면 아파트는 약 5억원, 전원주택과 같은 단독주택은 6억~7억원 수준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선택폭이 상당히 넓어질 수 있는 금액이다.

정부 세재 개편안 발표 이후 일부 전문가들은 2010년대 초·중반 붐이 일었던 전원주택 투자가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당시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면서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전원주택 투자 열풍이 불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의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경우 종부세나 양도소득세 계산 시 주택 수에서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원주택이나 세컨드 하우스 목적의 지방 주택 취득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전원주택 투자 다시 트렌드 되나

▷건축비 상승으로 신축은 쉽지 않아

사실 정부 세제 개편안 발표 전인 올해 상반기부터 전원주택에 해당하는 단독주택은 조금씩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올해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아파트 거래는 주춤하는 반면, 단독주택 거래량은 조금씩 증가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 거래량은 지난 1월 8052가구를 시작으로 2월 8269가구, 3월 9571가구, 4월 1만97가구에 이어 5월에는 1만1034가구가 거래됐다. 새로 단독주택을 짓는 수요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1월 3125가구의 단독주택이 인허가를 받았다. 5월 인허가는 5131건으로 1월 대비 64.1% 늘었다.

단독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19가 주거환경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재택근무·온라인 학습이 확산하면서 주거 공간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실거주자들이 많아졌다. 도심 외곽에 있는 전원주택은 이런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희망하는 주거 공간으로 단독·다가구·전원주택·타운하우스(38%)가 아파트(35%)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도심 외곽의 전원주택은 다양한 측면에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아파트와 면적이 동일해도 실사용 면적이 넓어 가족 단위 구성원에게는 공간 활용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여러 요인으로 수도권 외곽 전원주택 투자가 작은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현재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세제 개편이나 코로나19 영향만으로는 전원주택 투자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예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세제 개편 등의 영향으로 일부 수요가 유입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지방 집값 역시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적극적인 매수세가 나타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간 부쩍 늘어난 건축 비용 역시 부담스럽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목조주택의 건축 비용은 3.3㎡당 대략 350만~400만원 수준. 지금은 무려 600만원을 넘어섰다는 전언이다. 통상 단독주택을 지을 때는 철근, 시멘트, 내수 합판 등 300가지가 넘는 자재가 사용된다. 대다수 자재는 수입에 의존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수입이 줄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심상찮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2020년 t당 68만원에서 117만원(올해 6월 기준)으로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같은 기간 t당 8만2500원에서 10만7800원으로 30%, 내수 합판은 장당 1만6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급등했다. 건축업계는 단독주택 한 채를 지을 때 들어가는 건축 비용이 1년 전과 비교해도 최소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일까. 전원주택이 다시 주목받더라도 새롭게 땅을 사서 집을 짓는 것보다 기존 구축이 더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전망이다. 2~3년 전 다주택자 보유세 급등으로 양평 등 전원주택 밀집 지역에서 매물이 쏟아진 바 있다. 지금은 신축 비용이 급증하면서 기존 전원주택 가격 하락이 멈추고 오히려 일부 지역은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자재 가격 상승으로 신축이 어려워지면서 양평이나 가평 등 기존 전원주택 가격이 크게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전원주택은 완전 귀촌보다는 ‘5도 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 거주)’ 같은 방식의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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