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바이코리아' 행보..긴축 완화·실적·환율 기대감 호재로

류지민 2022. 8.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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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반등 신호탄? 불확실성 여전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코리아’ 행보에 국내 증시가 살아나고 있다. 특히 2차전지 관련주를 비롯해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는 종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두 달여 만에 2500선을 회복한 가운데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투자자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9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했다. 올 들어 최장 기간 순매수 기록이다. 지난 1월 3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수보다 4거래일이나 더 길게 이어졌다. 외국인 순매수는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7월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만 4조원어치가 넘는다. 올 상반기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움직임에 코스피 시장에서 16조505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던 것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8월 9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2503.46포인트로, 7월 이후 6.8% 상승했다.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 하락폭이 21.6%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반등세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수급 양상은 코스피의 지속적인 하락 구간을 지나면서 달라졌다. 7월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주춤해지면서 외국인이 순환적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두 달여 만에 2500선을 회복했다. 사진은 지난 7월 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발언으로 투자심리에 불을 붙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AP)

▶미국 물가지수 정점 지났다

▷국내 기업 실적 대비 주가 저평가

이탈했던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온 배경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다. 최근 물가 정점론과 함께 ‘파월 피벗’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긍정적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월 3연속 자이언트스텝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통화 정책 스탠스가 더욱 긴축적인 방향으로 가면서 (나중에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 발언대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5%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가정할 경우, 9월 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연말까지 남은 두 차례 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폭은 0.2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시장은 현재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완만한 스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신호를 읽고 우려 대신 기대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둘째, 증시 발목을 잡았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8월 10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7월 CPI는 296.28포인트로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 8.7% 상승을 밑도는 것으로, 지난 6월 기록한 41년 만의 최고치(9.1%)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폭 둔화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순매수에는 미국 물가가 6월 정점을 찍고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물가 정점 기대와 경기 침체 전망이 함께 높아지고 있어 오는 9월부터는 금리 인상 속도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셋째, 국내 기업의 실적 대비 주가가 낮다는 판단이 매수세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8월 10일 기준 코스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0.83이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98이다. 코스피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 2021년 6월 25일과 비교하면 PER(18.41)은 절반 가까이, PBR(1.3)도 70%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2분기 실적이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점 역시 외국인 매수세에 힘을 보탰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은 예상치 대비 각각 3%, 5%, 7%를 웃돌았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크게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넷째,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흐름이 진정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15일 1325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8월 10일 1305원으로 하락했다. 8월 5일에는 1298.5원으로 1300원대가 깨지기도 했다. 원화 가치 상승은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일 뿐 아니라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 구조 특성상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미 달러 강세 기조가 누그러지면서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2차전지株, 외국인 러브콜

▷코스피 추세 반전은 두고 봐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종목은 2차전지 업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이후 8월 10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종목 1위는 LG에너지솔루션(7266억원), 3위는 삼성SDI(4434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위와 2위에도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972억원)와 엘앤에프(659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최근 반등장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자동차 업종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3815억원, 13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본격적인 전기차 확대를 앞두고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에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2차전지 관련주가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의 대표 수혜 업종으로 지목되며 매수세가 집중됐다.

2차전지를 비롯해 자동차, 반도체 등 대형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긴 호흡으로 한국 주식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투자자에게 외면받았던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무엇보다 외국인 매수세를 부채질한 미국의 긴축 완화 기대감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용 지표 호조다. 지난 8월 5일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고용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일자리는 7월에 52만8000개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5만개)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7월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내렸고,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5.2% 올랐다. 기대 이상의 고용 지표는 연준이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코스피의 추세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확인 이후 기술적 반등이 지속되며 코스피지수가 2650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도 “완전히 추세가 반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올 4분기에서 2023년 1분기 역실적 장세를 예상하는데 경기 경착륙 과정에서 제조업 경기 약화, 실적 전망 하향 조정으로 코스피 2차 하락 국면이 올 가능성이 적잖다”고 진단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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