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대비 어려운 중소병원들.."지자체 대비책 필요"

박선혜 2022. 8. 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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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병원 비해 대비 부족한 소규모 의원들
예산 부족에 건물주 협의도 필요.."개별적으로 막는 데 한계"
지난 9일 오전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건물.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임형택 기자

예산 부족으로 중소병원들이 폭우·침수 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9일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정체전선이 다시 발달하면서 이번 주 역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15일 기상청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은 17일, 18일은 소강상태였다가 19일부터 시작해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병원들은 또 다른 침수 피해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높이고 있다. 병원은 의료기기 등 고가의 장비가 많아 침수 시 손실 금액이 상당하다. 또한 정전 등으로 인해 환자 목숨과 안전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 침수 피해 현장.   트위터 캡처

자구책 있는 대형병원…“진료에는 영향 없어”

대형병원의 경우 매년 방수공사를 진행하며 개별적 시설팀의 상시 시스템 검토 및 보고, 차수문 설치 등을 통해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놨다. 폭우로 인한 피해도 진료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건물 1층과 지하 1층에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직원 약 100명이 동원돼 빗물을 퍼날랐다. 침수 피해는 식당과 카페, 약국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실 등이 위치한 지하 1층에 집중됐다. SNS에서는 MRI 등 의료장비가 피해를 입을까 직원이 흙탕물을 막아내려 노력하는 사진이 퍼졌다. 

강남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는 “내부에 큰 피해가 없어 진료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서 ”또 다른 침수 피해는 아직까진 없지만 침수의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확인 과정 중이며, 향후 보수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밤, 동작구에 위치한 중앙대학교의료원도 주차장 일부가 침수돼 인근에 거주하는 직원 여러 명에 긴급 문자를 돌리기도 했다. 병원 측은 큰 피해는 없었지만 1~2시간가량 여러 직원이 모여 주차장 물을 퍼내는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중앙대의료원 관계자는 “늦은 밤에 일어난 일이라 가까이 사는 직원들이 고생을 좀 했다”며 “그나마 지하주차장 입구 등에 차수문을 설치, 모래주머니, 배수장비 등을 미리 준비해둬서 침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빗물펌프장’ 설치로 피해 빗겨간 병원들

지역구 차원에서 ‘빗물펌프장’ 등의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설치한 덕에 피해를 입지 않았던 병원들도 있다.

송파구 풍납동은 한때 일명 ‘물납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침수 사례가 빈번했다. 일례로 1990년 9월, 갑작스런 홍수로 서울아산병원이 침수돼 8만 1000권 정도의 의무기록차트가 손실되고, 고가의 의료장비가 망가지는 사건이 있었다. 

피해가 점차 커지자 결국 지역구 차원에서 풍납동에서 망원동에 이르기까지 배수 펌프장 28개소를 한강 본류에 추가적으로 설치하고 17개 제방을 쌓았다. 

양천구도 마찬가지다.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신월동, 목동 등도 빗물터널로 불리는 ‘대심도 터널’이 생긴 이후 3년째 무탈하다. 이에 따라 인근에 위치한 이대목동병원과 주변 병원들도 큰 탈 없이 이번 사태를 넘겼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근처에 빗물터널이 있어서 침수로부터 무사할 수 있던 것 같다”며 “자체적으로 평소에 배수로 정비라든지 응급상황 대비해 비상 펌프 등을 준비해둔 덕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소재 한 의원 휴진 안내문.   블로그 캡처

예산도, 빗물탱크 시설도 없는 중소 병원들은 ‘발 동동’

폭우로 인한 피해는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가장 컸다. 이번 폭우로 인천 부천 지역 중소병원 환자 300여명은 2시간여 동안 대피해 있어야 했다. 또 건물 지하 기계실이 침수돼 전산이 멈춰 최소 2일, 길게는 5일을 쉬어야했던 의원들도 있다. 

강남의 한 피부과의원 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건물 지하주차장 수전실, 발전실까지 정전 되서 복구가 안 된다. 자가발전기를 돌려 겨우 전기를 썼지만 원장실에서 나는 연기로 불편을 겪었다”며 “근처 병원을 운영하는 동기 말을 들어보니 건물 옥상부터 물이 새서 전 직원이 바닥을 닦기도 했다더라”고 말했다. 

환자들도 불편을 겪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한 누리꾼은 커뮤니티에 “약도 떨어지고, 마침 진료 날이라 폭우를 뚫고 의원을 찾아갔는데, 지하에 있는 기계실이 잠겨 전산이 안 된다고 돌아가라 했다”며 “게다가 언제 복구될지도 모른다고 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강남권 한 이비인의과의원 관계자는 “어쩌다 한번 있는 폭우를 대비하자고 부가적 방수시설을 설치하기엔 예산이 빠듯하고, 대부분 의원급 경우 건물에 임대로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아 건물주와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피해는 실상 지역적 대책 유무에 따른 영향이 컸다고 본다. 빗물펌프장 등이 있는 곳은 피해가 적었다고 들었다. 강남구도 그런 설비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지역 빗물저류배수시설 확대 대책을 내놨다. 오 시장은 상습 침수지역 6개 지역 중 강남역 일대를 비롯해 도림천 및 광화문 지역에 먼저 오는 2027년까지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동작구 사당동 일대와 강동구, 용산구는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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