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재명 방탄'논란 당헌 개정 시도..비명 격렬 반발로 충돌

김효성, 김준영 입력 2022. 8. 16. 18:19 수정 2022. 8. 1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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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16일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소위 '이재명 방탄용'이라 불리는 개정안이다. 이에대해 같은날 열린 의원총회에선 친문재인계 등 다수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순천대학교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후보. 연합뉴스

결국 뇌관이 터졌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최대쟁점인 ‘당헌 개정’ 논란이 친이재명계(친명계)와 비이재명계(비명계)의 정면 대결로 치달았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안규백 의원)가 16일 부패 사건 관련 당직자의 직무 정지 시점을 ‘기소 시’에서 ‘하급심(1심) 금고형 이상의 유죄판결 시’로 늦추고, 그 ‘직무 정지’를 최고위 의결만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80조 개정안을 내놓으면서다.

각종 수사의 대상이 돼 있는 이재명 당 대표 후보에 대한 ‘방탄용’ 논란이 불거진 이 개정안에 비이재명(비명)계는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3선 의원 간담회를 통해 ‘당헌 개정 저지’에 뜻을 모았다.


안규백·우상호, 개정론에 힘 싣자…의원총회에서 반대 쏟아져

포문은 안규백 전준위원장이 열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 80조 개정 논의는 우리 당을 지키고자 시작했던 논의이지, 어떤 한두 사람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오늘 최종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은 친문 성향 의원이 더 많다. 그걸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이걸 계파의 논쟁거리로 끌고 가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개정론에 힘을 실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16일 '이재명 방탄용'이라 불리는 당헌 80조 개정안에 대해 "논란을 자초하면서 까지 끌고갈 필요가 있냐"라고 반발했다. 그는 2018년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때부터 이 후보와 대립관계라는 평가가 많다. 뉴스1


그러자 이날 오전 8월 임시국회 입법 논의를 위해 모인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반박이 쏟아졌다. 친문재인(친문)계 좌장인 전해철 의원은 발언을 자청해 “민주당이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더 엄격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그래서 당헌 80조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헌 80조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채택한 혁신안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부정부패와 결별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민주당 도덕성의 근거인 당헌 개정을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끌고 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왼쪽)은 16일 의원총회에서 '당헌 80조'에 대해 "당원의 뜻이라고 추진하다가 국민들의 민심을 잃게될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도 당원의 뜻이라고 추진했다가 민심을 잃지 않았느냐"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4일 본회의장에서 이 후보와 대화를 나누는 강 의원. 김상선 기자


박용진 당 대표 후보도 발언에 나서 “당헌 80조는 민주당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패’다. 이것을 왜 우리가 지금 내려놓아야 하고, 또 스스로 훼손하려고 하느냐”라며 “당헌 개정 추진은 정치적인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5선 중진 설훈 의원과 친문재인계 강병원·최인호·윤영찬 의원까지 “당헌 개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반면,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헌 개정을 찬성한 사람은 양이원영 의원 단 한 명이었다. 양이 의원은 “우리가 성직자를 대표로 뽑는 게 아니지 않나. 정치는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지 도덕을 앞세워서 하는 게 아니다”며 비명계를 공격했다. 논란의 한 가운데 선 이재명 후보는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고, 나머지 친명계 의원들도 공개발언을 삼갔다.


민주당 전준위, 당헌 개정안 마련…“최고위가 직무정지 취소”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대론이 쏟아지는 사이, 민주당 전준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헌 80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부정부패 관련 당직자의 직무 정지 시점을 ‘기소 시’에서 ‘하급심(1심)에서 금고형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을 때’로 늦추는 게 골자였다. 여기에 더해 ‘정치탄압’에 해당하는 경우 직무정지 취소 권한을 현행 당 윤리심판원이 아닌 최고위원회에 부여키로 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전해철, 설훈, 윤영찬, 최인호, 강병원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은 당헌개정안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룡 기자


전준위 의결 사실이 알려지자 의원총회장에선 “의견 수렴 도중 통과시키는 게 무슨 반성과 성찰이냐”는 반발도 터졌다. 특히 당 최고위 의결로 직무 정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선 당내에서 “최고위원 선거 판세를 보면 친명 일색인데, 결국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되면 실형이 나와도 임기를 채울 수 있게 한 것”(비명계 보좌관)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예상치 못한 집단 반발에 민주당 지도부는 당헌 80조 개정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루 더 진행하기로 했다. 우 위원장은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의총에서 반대 의견들이 많았고 논란도 있었다. 무겁게 이 사안을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박용민 민주당 대표 후보(왼쪽)는 16일 의원총회에서 ″당헌 80조는 민주당의 방패″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 당헌 개정 움직임에 대해 ″위인설법″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민주당 3선 의원 7명(전해철·한정애·이원욱·남인순·도종환·민홍철·김경협)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헌 개정 문제를 논의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원욱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 개정이 현시점에서 논의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며 “당헌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17일 선수(選數)별 의견을 취합해 전준위 안을 재논의할 계획이다.


친명계, ‘전당원투표’ 만지작…위성정당, 무공천 번복 선례 재탕?


당내 갈등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친명계 일각에선 “전(全)당원투표로 결정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친명계 당원들이 민주당 권리당원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만큼 숫자로 밀어붙이자는 의미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앞두고 민주당은 자신들이 반대했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이를 위해 전당원투표를 동원해 창당 명분을 만들었다. 선거 국면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 우희종·이종걸 시민당 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 연합뉴스


민주당은 과거에도 당 안팎의 비판이 컸던 사안에 대해 전당원투표를 거쳐 강행한 전력이 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을 창당할 때와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무(無)공천 당헌’을 무력화하고 후보를 공천할 때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친문계 재선 의원은 “민주당 출신 시장의 성비위 문제로 열린 지난해 4·7 보궐선거에 전당원투표를 거쳐 후보를 낸 결과 당이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당헌 개정을 강행하게 되면 특정인 때문에 법을 바꾸는 ‘위인설법(爲人設法)’임을 자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효성·김준영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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