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이중직 법제화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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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소비시대'라고 말한다.
목회자의 이중직이 대세가 되고, 자비량 제도가 정착이 되면 목회자가 재정적으로 좀 더 안정적인 사역을 할 수 있는 것은 좋으나 목회자의 이중직을 법제화 또는 양성화 했을 경우에 따르는 부작용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지역과 규모에 관계없이 목회자를 향한 교인들의 요구가 지나쳐서 목회자들의 영육이 탈진상태에 있는데, 목회자가 이중직을 가진다고 해서 성도들의 다양한 요구가 결코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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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소비시대’라고 말한다. 소비 물결이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성도들은 말할 것 없고 목회자들도 세속의 물결과 자본주의의 거센 바람 앞에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필요한 것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사지 못했고, 차가 없으면 걷는 것이 당연했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었다. 그러나 소비시대는 전혀 다르다. 가진 돈이 없어도 대출을 받아서라도 승용차와 아파트를 구입해야 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하는 고약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세상 물결을 따라 교회에서도 ‘소비자(교인)가 왕’이라는 사고를 가진 교인들이 가끔 있다. 우리가 드린 헌금을 가지고 일꾼을 고용하면 되는데 왜 교인들이 봉사를 해야 하며, 왜 세상에서 힘든 삶의 자리를 가진 성도들에게 봉사를 강요하느냐는 불만을 토로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삶이 힘들면 예배도 누군가를 고용해서 대신 드릴 것인가? 교회는 목사도 새신자도 왕이 아니다. ‘주님을 왕’으로 섬기는 곳이다.
목회형태는 시대에 따라 여러 유형일 수 있다. 학교나 학원가 밀집 지역에서 개척교회를 한다면, 비싼 임대료를 주고 있는 예배당의 빈 공간을 활용해 주중에는 카페나 떡볶이 가게로 사용할 수도 있다. 도시의 개척교회 목사는 일정 시간을 택배원이나 택시운전을 통해서 가정 살림에 보탬을 줄 수도 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 한국교회의 선배 목회자들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산다’는 옛말에 따라 오로지 목회에만 전념해 한국교회를 일으키고 섬겼다. 그들도 가난했기에, 사택의 자투리땅에 텃밭을 가꾸고 성도들이 정성껏 가져다주는 ‘성미’로 생활했다.(쌀, 보리쌀과 잡곡 등을 성도들이 밥을 지을 때마다 한 숟갈씩 떠서 성미 주머니에 넣어서 주일에 예배당 입구 성미통에 넣었다. 목회자를 향한 이 사랑의 성미로 목회자들은 생활했다.) 가끔 시골교회 목회자들 중에 양봉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생계를 위해 부업을 한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교단마다 목사의 이중직에 대하여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곳곳에서 자비량 컨퍼런스, 이중직을 위한 세미나도 열리고 있다. 목회자의 이중직이 대세가 되고, 자비량 제도가 정착이 되면 목회자가 재정적으로 좀 더 안정적인 사역을 할 수 있는 것은 좋으나 목회자의 이중직을 법제화 또는 양성화 했을 경우에 따르는 부작용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아니 더 깊이, 더 심도 있게 논의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사실 필자도 초기에는 이 사안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개척교회나 젊은 목회자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한국교회 미래를 바라볼 때에 과연 이중직의 법제화가 바람직한가를 깊이 숙고하게 되었다. 이 제도가 한국교회 미래를 밝게 할지, 어둡게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요구로만 접근하지 말고 좀 더 역사적, 성경적, 전통적, 미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목회자의 이중직이 신학적으로 타당한지, 다양한 목회형태 중 한 종류인지,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지역과 규모에 관계없이 목회자를 향한 교인들의 요구가 지나쳐서 목회자들의 영육이 탈진상태에 있는데, 목회자가 이중직을 가진다고 해서 성도들의 다양한 요구가 결코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중직의 필요성은 논하지 않겠다.
김태영 부산 백양로교회 목사·전 예장통합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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