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밭이 좋다는 나비들, 반전 외모를 보여줍니다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이상헌 2022. 8. 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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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진무구한 낯짝을 좀 보세요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얕은 지식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이상헌 기자]

나비는 동요와 대중가요에도 나올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곤충이다. 보통 사람들은 나비가 꽃꿀을 먹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꿀 먹는 나비보다는 참나무 수액이나 짐승의 배설물을 먹고 사는 녀석들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주변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동물의 똥에 꼬이는 나비에 대해 알아보자.

네발나비과에 속하는 세줄나비류는 계곡 주변의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모습이 비슷하여 날개에 있는 하얀 줄무늬의 작은 차이로 구분을 하는데 전문가들도 항상 헷갈린다. 썩어가는 과일이나 들짐승의 똥에 앉아 무기질을 빨아먹으며 약수터 주변에도 자주 출몰하여 목마름을 달랜다.
 
▲ 짐승똥을 먹고 있는 세줄나비들. 왼쪽이 높은산세줄나비, 오른쪽 두 마리는 세줄나비.
ⓒ 이상헌
 
비가 온 다음날 계곡 옆의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땅바닥에 앉아 미네랄을 흡수하고 있는 여러 종의 세줄나비(황세줄나비, 애기세줄나비, 별박이세줄나비, 왕세줄나비, 참세줄나비, 높은산세줄나비 등)를 볼 수 있다. 이중에서 세줄나비와 어리세줄나비는 오뉴월에만 볼 수 있으며 나머지는 9월까지 활동한다.

개똥밭에 꼬이는 화려한 나비

이름처럼 날개에 5가지 색을 갖고 있는 왕오색나비는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동물의 똥을 먹는다. 배설물에는 나트륨과 칼슘 같은 무기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이런 성분을 얻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나무진이 흐르는 곳에서도 볼 수 있으며 썩어가는 동물의 사체 즙을 마시기도 한다.

6~8월까지 볼 수 있으며 코발트 색이 지배적인 수컷에 비해 암놈은 수수한 갈색의 몸매를 가졌다. 사찰에서는 개를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방금 싼 개똥 위에서 수십여 마리가 내려앉아 영양분을 섭취하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똥 냄새를 맡는 것이 고역이므로 참나무 수액이 나오는 곳이나 약수터 주변의 흙 바닥에서 관찰하는 것을 추천한다.
 
▲ 왕오색나비와 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만두 모양의 알을 낳는다.
ⓒ 이상헌
몸집이 커서 알을 맨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다. 부화가 임박하면 작은 돌기가 줄무늬를 이룬 비취색 알 속에 흙갈색의 검은 머리를 한 애벌레가 보인다. 정성들여 빚은 만두 같기도 하다. 한여름에 알에서 깨어나 팽나무 잎을 먹고 자란다. 초록색 몸매에 등판에는 네 쌍의 돌기가 있는데 마치 날개가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머리에는 한 쌍의 뿔이 나 있고 까만색의 홀눈과 주둥이의 조화가 귀여운 인형을 보는듯하다. 다 자라면 먹이식물(팽나무, 풍게나무)에서 내려와 낙엽 아래에서 종령 애벌레로 겨울을 난다.

짐승똥을 먹는 나비들

은판나비는 6~8월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남북한 전역의 잡목림에서 관찰할 수 있다. 애벌레는 느릅나무 종류와 난티나무, 느티나무, 시무나무 잎을 먹고 자란다. 개체수가 많으며 몸집이 커서 가까이 다가서면 푸드득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처음 보게 되면 큰 덩치와 아름다운 자태에 반하게 된다. 암컷의 경우 100mm를 훌쩍 넘는 크기에 오묘한 코발트 색감이 멋지다. 성충은 참나무 수액을 빨아 먹으며 물기가 있는 흙 바닥에도 잘 내려 앉기에 약숫물이 흐르는 곳에서도 볼 수 있다.
 
▲ 은판나비. 마스크를 쓴 듯한 하얀 눈알무늬를 가졌다.
ⓒ 이상헌
 
산에서 짐승의 배설물을 발견하면 여러 종의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그냥 지나치지 말자. 말라버린 똥에는 나비가 꼬이지 않으므로 물을 축여가면서 건조해지지 않게 하면 더 많은 나비를 볼 수 있다. 원하는 나비를 볼 수 없을 때도 많지만 다양한 곤충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먹물을 찍은 붓으로 굵은 줄은 그은듯한 외모의 홍점알락나비는 뒷날개 아랫면에 붉은점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평안남도 이남 지역에서 제주도까지 분포한다. 날개편 길이가 100mm에 달하는 큰 녀석으로서 날갯짓이 힘차고 점유행동 습성도 강하다. 애벌레가 풍게나무와 팽나무를 먹고 자라며 반원형의 비취색 번데기를 만든다.
 
▲ 홍점알락나비. 오소리똥에서 무기질을 먹고 있다.
ⓒ 이상헌
 
5~9월까지 출현하며 수컷은 오후 서너시부터 해질녘까지 활동한다. 참나무와 팽나무 수액이 흐르는 곳에 찾아오며 동물의 배설물에도 내려앉는다. 강한 빛을 받으면 검은색 줄무늬가 청람색을 반사시켜서 매력 넘치는 구조색을 보여준다. 간혹가다 갈색 기운이 감도는 개체가 발생하며 여름에 발생하는 녀석은 미색의 바탕색을 갖는다. 

이상 3종의 나비들은 오색나비아과에 속한 녀석들이라 생활사가 비슷하다. 애벌레의 모습이 뿔을 가진 귀여운 인형과 같으며 번데기 모양도 유사하다. 정면에서 보고 있으면 순진무구한 낯짝을 하고 있으며 등판에 난 돌기도 공통점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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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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