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스릴러 '풀 타임'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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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랑스 여성의 이야기이다.
일상의 스릴러를 펼쳐 보이는 <풀 타임> 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쥘리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모습이다. 풀>
영화는 쥘리의 일상을 통해 선진국 프랑스 복지 시스템의 허울을 낱낱이 해부하며 이를 전 지구적인 이슈로 확장 시킨다.
프랑스인 쥘리의 일상을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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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기자]
▲ 영화 <풀타임> 관련 이미지. |
ⓒ 슈아픽처스 |
한 프랑스 여성의 이야기이다. 쥘리(로르 칼라미)는 어린 남매를 키우는 싱글 맘이자 파리의 5성급 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쥘리는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출근 전쟁을 벌이지만, 최근 상황은 더 가혹하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맡아주는 베이비시터가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도 모자라, 5일째 계속되는 파업으로 교통대란이 벌어져 도시가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파리 근교에 살며 원거리 출퇴근을 하는 쥘리에게는 이제 악몽과 같은 한 주가 펼쳐진다.
영화는 시작부터 핸드헬드와 리듬을 고조시키는 전자음악을 통해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맡기고, 기차에 오르고, 버스로 갈아타고 일터에 도착하는 쥘리의 사투를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이후 카메라는 마치 쥘리 몸에 부착된 바디캠처럼 90분 내내 쥘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적나라하게 뒤쫓는다.
하지만 장르물 같은 영화의 외양과는 달리 소시민 쥘리의 일상은 별다를 게 없다. 출근해서 호텔을 청소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상환 전화에 시달리고, 전 남편에게 양육비 독촉 문자를 보내고, 퇴근해서 아이들을 픽업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은 무미건조한 삶의 평범으로 가득 차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일상을 현실로 마주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개개인에게는 매 순간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은 스릴러 영화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영화 <풀 타임>은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일상의 스릴러를 펼쳐 보이는 <풀 타임>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쥘리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모습이다. 영화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쥘리는 매 순간 힘들어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캐릭터이다. 그는 출근 전쟁 속에서도 마케팅 회사 면접을 보러 가고, 새로운 베이비시터를 알아보고, 아들 생일 선물로 트램펄린을 사서 조립한다. 늘 최선을 경주하는 쥘리는 이 과정에서 출근부를 조작하고, 상사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 위기를 모면하고자 불의도 서슴지 않는다. 슈퍼 싱글 맘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쥘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캐릭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쥘리와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쥘리를 위기로 몰아간다.
쥘리가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은 캐릭터들 간의 연대이다. 쥘리 주위에는 갈등 관계의 캐릭터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네 이웃은 쥘리를 파리까지 태워주고, 직장 동료는 근무시간을 바꿔주고, 호텔 벨보이는 택시를 불러주고, 친구는 쥘리의 아이들을 돌봐준다. 놀라운 점은 모두가 교통대란으로 인해 엄청난 불편을 겪고 있지만, 누구 하나 파업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파업이 일상화된 프랑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교통대란을 이겨내는 시민들의 연대를 강조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풀 타임>은 장르 영화 화법을 차용한 다덴 형제의 영화처럼 보인다. 특히 그들의 초기작 <로제타>와 주제적인 측면에서 닮아있다. 영화는 쥘리의 일상을 통해 선진국 프랑스 복지 시스템의 허울을 낱낱이 해부하며 이를 전 지구적인 이슈로 확장 시킨다. 프랑스인 쥘리의 일상을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풀 타임>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직면하는 많은 문제를 종합선물세트처럼 풀어놓고 관객들에게 묻고 있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싸울 것인가? 주저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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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레디앙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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