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우는 애는 민폐" "이해해야"..어떡해야 할까요?
"어른들이 이해해야"
샘 해밍턴은 승객들에 아이 이름으로 편지
해외 승객들은 '동요 떼창' 사례도
“부모들이 비행기에 아기를 태우는 것 자체가 솔직히 이해가 안 됩니다. 민폐 아닌가요?”
“누구나 말 못하는 아이 시절이 있었는데 사회 구성원들이 이해해야죠.”
기차나 비행기에서 우는 아기 때문에 휴식 시간을 방해 받은 기억, 누구나 종종 겪었을 일인데요. 16일 온라인 공간에서는 비행기에 우는 아기를 태우는 것 자체가 민폐라는 의견과 사회 구성원들이 그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거리 비행에서 아기가 울기 시작하면 부모와 승무원들도 쉽게 달랠 수가 없는 게 현실인데요. 오죽하면 아기를 태우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냐는 의견과 함께 “사회 인식이 이러니 사람들이 애를 안 낳는 것”이라는 반박까지 나옵니다.
비행기에서 우는 아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 걸까요.
온라인 공간의 논란은 지난 14일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가던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난동을 부린 A씨(46) 사건이 발단이 됐습니다.
A씨는 갓 돌이 지난 아기가 비행기에서 울음을 터트리자 시끄럽다며 좌석에서 일어나 아기와 아기 부모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등 행패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 사건이 알려진 후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저건 상황을 좀 봐야한다. 애기가 미친 듯이 울면 정말 견디기가 어렵다” “아이를 낳았으면 부모가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 등의 글도 올라왔습니다.
A씨는 당시 “XX야” 라고 소리를 쳤고 아기 어머니가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자 “누가 애 낳으래?”라며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승무원이 A씨를 제지했지만 A씨는 “니 애XX가 나한테 피해를 줬어. XX야”라며 끝까지 욕설을 했다고 합니다. 아기 어머니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제가 잘 챙길게요”라며 재차 사과했습니다. A씨는 결국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당시 상황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막말을 쏟아낸 A씨가 잘못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부모들이 너무 어린 아기를 비행기에 태우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아이한테도 스트레스일텐데 이민이면 몰라도 단순 여행을 할 때 꼭 비행기를 태워야 하나” “24개월 미만 유아에 대한 항공권 무료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 “부모들한테나 예쁜 아기지 남들한테는 우는 소리가 짜증나기만 할 뿐” “자기 차 끌고 국내 여행이나 다녀라”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아기가 있는 부모들도 여행의 자유가 있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비행기를 태워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회적으로 눈치를 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박도 나왔습니다. 아기는 부모가 아무리 잘 돌본다고 해도 울 수밖에 없는데 이런 특성을 사회 구성원들이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절충점을 찾는 댓글들도 있었습니다. 부모는 아기가 울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시도를 해야 하며, 승객들도 조금 더 말 못하는 아기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비행기에서 우는 아기로 인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부모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승객들은 아이를 이해하는 식으로 배려한 사례는 이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방송인 샘 해밍턴은 지난 2016년 17개월 된 아들과 함께 호주행 비행기를 타면서 주변 승객들에게 돌릴 사탕과 귀마개를 준비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승객들에게 건넨 편지에는 아이 이름과 함께 “요새 제가 말문이 트여서 조금 시끄러울 수 있어요. 착하게 타고 가도록 노력 할게요”라는 글이 써 있었습니다.
샘 해밍턴은 “아이 부모가 옆 승객들이 힘들어 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표현하면 좀 더 서로를 배려하는 여행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온라인 공간에서는 ‘아기와 함께 비행기를 탈 때 꿀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시넷 아기침대를 미리 신청하고, 애착 인형들을 챙기거나, 아기를 달랠 수 있는 영상을 태블릿PC 등에 미리 준비하는 겁니다. 아기가 자주 우는 성격이라면 승객들의 수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야간 비행은 피하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꼭 선물을 돌리지는 않더라도 아기가 울 때 아기를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주변 승객들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면 승객들도 한 번 더 아기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을까요.
아기가 우는 것을 귀찮은 소음으로만 여기는 승객들이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미국 국내선 기내에서 2살 소녀가 울음을 터트리자 이를 지켜보던 한 남성은 부모에게 “아이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네 아이의 아빠인 그는 아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태블릿PC를 건네줬는데요. 아이와 승객들을 위한 그의 행동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3월에는 기내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승객들이 동요 ‘아기상어’를 함께 부르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비행기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로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영상 속 우는 아기는 아버지가 품에 안고 달래도 쉽게 진정하지 않았는데요. 그러자 승객들이 아기를 위해 ‘아기상어’를 부르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리자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당시 영상을 촬영한 여행 블로거 파릭시트 발로치는 “6시간을 비행해야 하는데 옆자리 아기가 쉬지 않고 울었다. 나를 포함한 몇몇 승객들이 ‘아기상어’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다른 사람들도 노래를 따라 불러줬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승객들의 친절함이 감동적이다” “이래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나보다” “서로 이해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비행기에서 쉴 새 없이 우는 아기, 휴식 시간을 방해 받아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좁은 비행기 속 부모와 승객 모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좀 더 기분좋은 비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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