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다음세대 키우는 '하이 바이블', "최고에요"
선교지에는 부족한 게 많다. 선교사들의 삶은 불안하고 주민들의 일상도 넉넉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선교지 교회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교인을 양육하는 데 필수적인 현지어 교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교회학교 교재는 더욱 찾기 어렵다.
영어권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선교사가 직접 교재를 만들지 않는 한 제대로 된 교육 교재를 사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교지 교회학교 운영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교회학교 학생을 위한 무료 교재 ‘하이 바이블(대표 최아론 목사)’이 세상에 나온 건 교육 교재가 없어 교회학교를 운영하지 못하는 교회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2010년 최아론 목사는 국내 미자립교회나 낙도 교회들이 마땅한 교재가 없어 교회학교 운영을 포기하는 걸 보고 교재 개발에 착수했다.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과 출신인 최 목사는 교회교육 전문가인 동문 4명과 의기투합했다. 삽화는 홍익대 미대 출신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지속적으로 교재를 개발하기 위해 최 목사는 성동구에 살림교회를 세웠다.
다음세대 양육을 위해 머리를 맞댄 이들은 매주 교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설교와 후속 프로그램, 성경 통독 교재를 제작하고 있다.
처음에는 국내용으로 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선교지에서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이 바이블 제작팀이 교재를 만들면 선교사가 현지어로 번역하는 식이다.
첫 열매는 네팔에서 맺었다. 네팔어 하이 바이블을 통해 가능성을 엿본 최 목사는 그 길로 카자흐스탄 침켄트의 최재현 선교사를 찾아갔다. 현지에서 하이 바이블을 번역하고 이를 활용해 교회교육을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현지인들이 출석하는 침켄트제일장로교회를 담임하며 교회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최 선교사에게 하이 바이블은 천군만마와도 같았다고 한다.
16일 서울 반포교회(강윤호 목사)에서 만난 최 선교사는 “다음세대 양육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하이 바이블을 통해 새 길을 열었다”고 전했다. 2019년 1월부터 러시아어 하이 바이블을 사용한 뒤 교회학교는 6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한다.
2012년 침켄트에 부임한 직후부터 교민 네 가정을 위해 러시아어 설교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꾸준히 했던 최 선교사 하이 바이블을 번역하는 게 천직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 도착하자마자 번역을 시작했는데 긴 시간 고군분투하며 쌓은 러시아어 실력이 하이 바이블을 번역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기독교교육을 전공한 부인 신혜영 선교사는 한국에서 교재 원고를 보내오면 침켄트 사정에 맞게 필요한 준비물 바꾸고 전체 내용을 현지화 하는 일을 맡았다.
선교지 언어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한국에서 교재 원고를 선교지로 보내면 선교사가 현지어로 번역하는 게 첫 출발이다. 현지어 원고는 어린이 눈높이 맞춘 쉬운 문장으로 바꾼 뒤 현지인이 낭독한다. 이 녹음 파일을 다시 한국으로 보내면 설교 영상에 음성 파일을 편집해 완성본을 만든다.
현지어로 번역된 교재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로 소리 소문 없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최 선교사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3억명 가량 된다”며 “러시아어 하이 바이블의 보급 속도가 빠른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 바이블은 네팔과 러시아어를 비롯해 몽골, 네팔, 태국, 영어로 번역됐다. 올해 안에 카자흐스탄어와 미얀마어 교재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 바이블을 이끌고 있는 최 목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무료로 공급하는 하이 바이블을 통해 교회와 선교지에서 다음세대를 양육할 수 있다면 그걸로 보상은 충분하다”면서 “교재가 없어 교회학교를 운영하지 못하는 교회가 사라지길 바랄 뿐”이라고 바랐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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