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욱 쏘카 대표, IPO '절반의 성공'..모빌리티 슈퍼앱 출사표

노승욱 2022. 8. 16. 15: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EO LOUNGE]
1985년생/ 서울대 전기공학부·경영학과(복수 전공)/ 2011년 VCNC 창업/ 2020년 쏘카 대표(현)/ 2022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현)
9665억원.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정해진 카셰어링 기업 ‘쏘카’의 공모가 기반 기업가치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다소 실망스럽다. 2년 전 6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몸값 약 1조1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자 주당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기존 대비 최대 38%가량 낮췄기 때문이다. 공모 규모도 455만주에서 364만주로 약 20% 줄였다.

단, 일각에서는 상장 성공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증시가 불황이고 유수의 기업들이 예정했던 상장을 잇따라 철회한 상황을 감안해서다. 긍정적인 신호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우선 공모주 일반청약 경쟁률은 14 대 1을 기록, 예상보다 선방했다. 쏘카 직원에게 배정된 우리사주조합도 추가 청약이 몰리며 청약률 39%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공모 물량의 8%에 달한다. 올해 이뤄진 공모 가운데 우리사주 배정 물량이 전체 공모 물량의 5%를 넘긴 것은 연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쏘카가 처음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상장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박재욱 쏘카 대표(37)다. 박 대표는 올 초부터 ‘공모 철회는 없다’고 선을 긋고, 쏘카의 비전 제시에 집중해왔다.

박 대표가 그리는 쏘카의 청사진은 한 마디로 ‘스트리밍 모빌리티’다. 소비자가 차를 소유하는 대신, 카셰어링을 중심으로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이동을 포함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가겠다는 것. 박재욱 대표는 지난 8월 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이후 기술 역량을 높이는 한편 모빌리티 가치 사슬(value chain) 내의 유관업체에 대한 M&A와 지분 투자를 통해 슈퍼앱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셔틀 등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쏘카는 카셰어링 사업과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 주차 서비스 등을 비롯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약 80%에 달하는 카셰어링 사업은 전국 4500곳 이상의 쏘카존에서 1만9000대 이상 차량을 서비스한다. 운전면허 소지자 4명 가운데 1명꼴인 800만명이 쏘카 회원이며 모두의주차장, 일레클 등을 포함하면, 1138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안에 쏘카 앱 내에서 KTX 예약을 연계하는 것을 시작으로, 카셰어링과 전기자전거 서비스, 공유 주차 플랫폼은 물론, 숙박 예약 기능 등을 더해 ‘모빌리티 슈퍼앱’으로 진화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창업부터 인수까지 ‘이재웅의 남자’

▷VCNC서 쏘카 대표로 ‘인생 2막’

박재욱 대표는 학부 시절부터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해온 ‘N차(연쇄) 창업가’다. 그는 병역특례로 일하며 만난 지인들과 함께 7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브이씨엔씨(VCNC)를 창업했다. 처음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태블릿PC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여러 언론사 기사를 모아서 보여주는 ‘뉴스 갤러리’ 서비스에 나섰다. 그러나 작은 스타트업에 기사 콘텐츠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없었다. 전자책(E-BOOK)으로 아동에게 영어 동요를 들려주는 ‘영어 동요’ 앱도 개발했지만 또 실패했다.

세 번째로 도전한 것이 커플 메신저 앱 ‘비트윈(between)’이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급성장하던 2010년대 초반, 연인 간 대화에 특화된 폐쇄형 SNS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게 대박이 났다. 국내를 포함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수천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비트윈은 2018년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겸 쏘카 전 대표가 인수, 쏘카 자회사에 편입된 데 이어 지난해 크래프톤에 다시 매각됐다.

박재욱 대표 삶의 궤적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재웅 창업자다. 박 대표는 창업 초기인 10년여 전부터 이재웅 창업자와 멘토와 멘티 관계로 만나 비트윈 사업 조언부터 M&A, 쏘카 대표 선임까지 많은 지원을 받았다. 비트윈이 쏘카에 인수되던 2018년 당시 박 대표는 이재웅 창업자와의 인연에 대해 개인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남겼다.

“비트윈을 계속 성장시키면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점은 버티컬 서비스의 한계였다. 2020년까지는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 이후에는 성장 여력이 많이 닫힐 것 같아 새로운 사업과 아이템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때 이재웅 쏘카 대표로부터 M&A에 대한 생각을 전해들었다. … 이재웅 대표와 알게 된 것은 7년도 더 전의 일이다. 스타트업 모임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남을 가졌던 게 첫 만남이었다. 회사가 비트윈 출시 전 2개의 아이템을 실패하며 방황하고 있을 때 제주도에서 만나 VCNC의 비전을 수립하는 데 많은 조언을 주셨다. 그 뒤로도 서로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비즈니스에 대해 많은 토론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는데, 그 인연이 이어져 M&A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오게 됐다.”

비트윈과 함께 쏘카로 영입된 박 대표는 이후 타다의 사령탑을 맡아 택시업계와 규제 당국에 맞섰다. VCNC 창업 초기부터 박 대표의 강한 추진력과 실행력을 지켜본 이재웅 대표가 모빌리티 신시장 개척이라는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로 박 대표를 낙점한 셈이다. 박 대표는 2020년 불법 유상운송행위 혐의로 기소된 타다에 대해 법원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판결 한 달 만인 2020년 3월 타다 서비스를 규제하는 내용의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 결국 타다는 멈춰 서게 됐다. 이후 타다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매각되고 박 대표는 쏘카 경영에 집중하게 됐다.

▶남은 과제는

▷흑자전환 찍고 카카오T와 경쟁

코스피 상장의 팔부능선을 넘은 박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쏘카의 연내 흑자전환’이다. 쏘카는 1분기 84억원 영업적자를 냈지만 2분기는 1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쏘카 차량 운영 대수가 60% 증가하는 동안 차량 가동률은 28.8%에서 36.9%로 8.1%포인트 상승하는 등 지표 흐름도 고무적이다. 박 대표는 “리오프닝 효과로 이동 수요가 늘어난 만큼 흑자전환은 무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쏘카는 과연 쾌속 주행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사업 다각화 효과’ ‘수익성 확인’ ‘모빌리티 경쟁 심화’ 등을 관전 포인트로 제시한다.

“글로벌 비교 기업군(peer group)의 경우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성을 보여주는 중이다. 반면 쏘카는 사업 부문 매출액 중 카셰어링이 약 97%를 차지할 만큼 매출원이 집중돼 있다. 사업의 다각화와 각 사업 부문의 성장성과 수익성 확인이 필요하다. 택시 호출(라이드헤일링)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 내비게이션 서비스 1위인 ‘티맵모빌리티’ 등과의 모빌리티 플랫폼 경쟁 심화도 우려된다. 단, 급격한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쏘카의 적절한 기업 선별을 통한 인수합병과 투자가 향후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 선두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된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