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처럼 패스 훈련하는 골잡이 주민규 "득점·도움왕 동시 석권 목표"

피주영 입력 2022. 8. 16. 14:49 수정 2022. 8. 16. 14: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득점왕과 어시스트왕 동시 석권에 도전하는 골잡이 주민규.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스트라이커라고 골만 잘 넣으란 법 있나요. 요즘 부캐(부캐릭터) 시대잖아요."

득점왕과 어시스트왕 동시 석권에 도전하는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주민규는 이렇게 말했다. 주민규는 지난 14일 열린 2022시즌 리그 28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14호 골을 터뜨렸다. 후반 41분 김주공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패스를 내주자, 골문 앞에서 오른발 가볍게 밀어넣었다. 이로써 주민규는 득점 공동 1위로 올라섰다. 1

4골로 동률인 스테판 무고사(전 인천 유나이티드)가 최근 비셀 고베(일본)로 이적해 사실상 단독 선두다. 주민규는 지난 시즌 22골로 국내 선수로는 5년 만에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했다. 주민규는 "후반 교체 투입됐는데, 첫 터치에서 골을 넣어 기분 좋았다. 2연속 득점왕에 한발 다가설 수 있어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리 케인(가운데)과 경합하는 주민규(왼쪽). 둘은 패스 잘하는 스트라이커라는 공통점이 있다. 뉴스1

주민규는 골만 잘 넣는 게 아니다. 그는 올 시즌 도움도 7개나 올렸다. 어시스트 부문에서도 강원FC 김대원(9도움)에 이어 공동 2위다. 원톱 스트라이커가 주 임무인 득점은 물론 많은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는 건 드문 경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득점왕 출신으로 두 자릿수 이상 도움을 한 경우는 손흥민 동료인 해리 케인(이상 토트넘) 정도다. 케인은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가 심해지자, 중원으로 내려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동료들에게 골 찬스를 열었다.

주민규도 비슷한 사례다. 지난 시즌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상대 팀 수비수들에게 경계 대상 0순위가 됐다. 그러자 주민규는 중원으로 내려와 공을 받았고, 페널티박스에서도 양 측면과 2선 공격수들에게 다시 패스를 내는 연계 플레이를 자주 시도하고 있다. 주민규는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상대 마크가 더 빡빡해졌다. 그래서 미드필더에서 공을 받는 경우 늘었다"면서 "다행히 우리 팀엔 제르소, 김주공, 진성욱 등 골을 넣을 수 있는 측면 자원이 많다. 이번 기회에 팬들에게 연계 플레이에 능한 스트라이커의 면모도 보여줄 수 있어서 오히려 잘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12경기 남았는데, 10개 이상의 도움을 올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민규는 대학 시절 정상급 미드필더 출신이라서 패스에 능하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정확한 패스의 비결은 경험이다. 주민규는 한양대 시절 대학 최고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 신인 때 서울 이랜드FC(2부)에 입단하면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주민규는 "대학 시절 패스엔 일가견 있었다. 그때 감각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격수로는 드물게 훈련에서 패스 훈련을 한다. 공격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볼을 잡으면 슈팅 대신 골문으로 쇄도하는 동료에게 정확하게 내주는 훈련이다.

혼자 필드에 나가 개인 훈련도 한다. 주민규는 "축구는 팀 스포츠라서 욕심부릴 필요가 없다. 내가 넣든 동료가 넣든 똑같은 한 골이다. 완벽한 골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좋은 위치의 선수가 슈팅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종봉 JTBC 해설위원은 "많은 팬들이 주민규를 'K리그 케인'이라고 부를 만큼 슈팅 외 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다. 패스 길을 볼 줄 아는 선수라서 도움왕도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 득점왕 가능성은 도움왕보다 더 크다"고 예상했다. 득점왕과 어시스트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주민규는 "패스는 어디까지나 부업이다. 공격수로 많은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20골이 1차 목표, 그다음은 지난 시즌보다 많은 23골 이상을 노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