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뇌건강④]"치매 前단계 주관적 인지저하·경도인지장애 관리해야" 김기웅 교수의 조언

이관주 2022. 8. 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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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치매, 갑자기 아닌 서서히 진행되기도
발전하기 이전 단계서 관리 필요
경도인지장애 유발 요인 진단하고
운동·수면·활동..기본 충실해야
긍정적 마음가짐, 가족과 팀플레이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여기서 스펙트럼은 그만큼 보이는 양태가 사람마다 다양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극 중에서 뛰어난 능력의 주인공 우영우도 있지만,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훨씬 심한 자폐 증상을 보이는 인물도 나온다.

치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세간에서는 치매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불행’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치매는 원인에 따라 곧장 치매로 진행되기도, 서서히 단계별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증상 또한 경증부터 중증까지 각양각색이다. 스펙트럼이라는 표현이 절대 어색하지 않은 질환이 바로 치매다. 하지만 환자가 자각하지 못하거나 주위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지 못하고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치매 진단을 받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렇기에 치매의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주관적 인지저하,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모든 주관적 인지저하가 경도인지장애로, 모든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치매센터장을 역임하고 국내 최고의 치매 명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 치매 단계에 가서 치료하려면 너무 늦고 손해가 크다"면서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부터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관적 인지저하·경도인지장애·치매의 차이는

치매는 인지 감퇴를 동반하기에 치매 단계에 있는 환자 본인은 인지능력이 떨어져도 이를 인식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전에 스스로 혹은 주변인들이 보기에 기억력 등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시기가 있다. 이를 주관적 인지저하라고 본다. 이 단계는 전문 검사를 받지 않은 단계다.

주관적 인지저하와 함께 의사의 신경심리검사 등을 통해 객관적인 인지저하가 확인된다면 이때는 경도인지장애라고 볼 수 있다. 테스트 점수가 같은 나이·학력·성별 등 다른 사람에 비해 떨어지는 게 확인된 경우다. 경도인지장애는 이처럼 주관적·객관적 인지저하가 확인되지만 생활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다. 치매는 이에 더해 인지저하 정도가 일상생활이 불편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치매가 이 단계를 거쳐 발생하지는 않는다. 뇌졸중에 따른 혈관성 치매나 교통사고 등 외부 충격에 의한 외상성 치매는 바로 치매 단계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상당수의 치매는 이 단계를 통해 진행된다. 김 교수는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는데 알츠하이머가 대표적"이라며 "발병하면 10~15년은 주관적 증상을 전혀 못 느끼기도 하는데 이를 전임상기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 이렇게 관리해야

경도인지장애가 곧장 치매가 되진 않는다. 김 교수는 "3분의 1은 치매로 진행하지만 3분의 1은 경도인지장애에 머물고, 3분의 1은 회복된다"고 했다. 치매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먼저 경도인지장애를 유발한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 비타민 부족, 갑상선 기능 이상, 우울증 등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들 경우에는 원인을 제거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다른 퇴행성 뇌질환 때문에 경도인지장애에 이르렀다면 적절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병의 진행을 충분히 지연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양질의 수면 ▲유산소 운동 ▲꾸준한 활동 등을 제시했다. 우선 충분한 수면을 통해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요인인 아밀로이드베타(Aβ)를 청소할 수 있다. 그는 "기억장애가 있는 어르신의 경우 생활이 단조로워져 초저녁에 일찍 눕기도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수면시간이 짧아져 일찍부터 눕는다면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며 "이로 인해 낮에 졸리면 활동을 덜 하니 머리도 덜 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약해지는 기능일수록 부지런히 써야 한다"고 수면 관리의 중요성을 전했다.

유산소 운동은 기본적으로 뇌에서 신경세포 재생 물질의 생산과 분비를 촉진한다. 뇌세포 손상을 지연시킬 수 있고 뇌의 혈류 순환을 원활히 해 뇌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일상 속 ‘멍 때리는 시간’도 줄여야 한다. 김 교수는 "머리를 써서 뇌를 보호하는 거는 한 시간을 한다고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계속 꾸준히 써야 한다"며 "취미나 운동 등 일상에서 장기간 할 수 있는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머리를 훈련하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또 머리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기보다는 음주, 흡연 등 건강에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는 "보통 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은 생활습관성 질환, 고지혈증, 비만 등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다"면서 "당장 불편하지 않아 자칫 소홀해지기도 하는데, 관리가 되지 않을 때 치매 발병 위험을 1.5배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도인지장애가 있다면 뇌 관리도 중요하지만 전반적 신체관리를 통해 더욱 철저하게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료실의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긍정적이어야…가족 역할 중요"

치매 관리에 있어서 또 다른 중요한 주체는 가족이다. 퇴행성 뇌질환이 있는 경우 인지장애를 환자 스스로 인식하기 쉽지 않다. 가족이 보기에는 기억력 등이 예전보다 약해졌는데, 본인은 걱정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때도 있다. 가족들이 더욱 관심을 두고 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염두에 둘 부분은 치매나 경도인지장애가 옛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가족들이 기억력 테스트를 할 때 과거 기억을 물어보기도 하는데, 오히려 치매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김 교수는 "10년 전 일은 기억해도 방금 전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기억력 저하와 함께 성격 변화가 있거나, 길을 찾는 걸 어려워하거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단순 기억력이 아닌 다른 인지장애가 보일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어 병이 생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적극적으로 병을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다. 김 교수는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다"라면서 "이들은 병을 어떻게 관리하면 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대체로 이런 경우 예후가 좋다"고 전했다. 특히 환자가 가족과 유대관계가 좋은 경우 발견 시점이 빠르고 경과도 좋은 편이다. 이에 더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고 주변의 지원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는 "치매 관리와 돌봄은 반드시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며 "적어도 가까운 가족, 친지들과 정보를 공유해 지속가능한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치매와 관련된 가장 큰 오해에 대해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부분을 꼽았다. 치매는 일종의 단계이고, 알츠하이머는 원인 질환이라는 것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한데, 알츠하이머는 치매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미 치료가 늦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치매 단계에서가 아닌 그 전에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며 "자꾸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치매 검진을 해보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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