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본 한국영화, 문화적 자부심 '쑥쑥'
[김성호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아 베트남 여행이 뜨겁습니다. 그중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건 단연 베트남입니다. 비자 없이 관광 목적으로 15일 간 체류가 가능한 상황에 코로나 확산 이전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내려온 비행기값도 한몫 하고 있습니다.
각종 쌀국수와 신선한 채소, 해물까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먹거리에 전통과 역사가 있는 명소들이 함께하니 베트남 여행은 다른 어느 유명 관광지 못지 않게 풍성합니다. 특히 먹거리며 마실거리 등 체감물가가 한국의 절반 정도에도 미치지 않아 부담없이 여행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볼 것도 갈 곳도 많은 베트남이지만 최근엔 특별한 장소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가장 인기 높은 영화관 체인으로 자리잡은 CGV가 그것입니다. 다른 아시아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에도 한국문화가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K-Pop으로 대표되는 음악과 박항서 감독부터 시작된 스포츠, 여기에 패션까지 더해 한국에 호감을 가진 젊은이들이 아주 많습니다. 영화는 그런 흐름의 가장 앞에 있습니다.
2011년 처음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12년차를 맞은 CGV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이전의 70% 이상까지 관객수를 회복한 베트남 CGV는 매주 한 두 편의 한국영화를 개봉하며 흥행회복의 선두주자로 삼고 있습니다.
▲ 비상선언 베트남 하노이 CGV에 걸린 포스터 |
ⓒ CGV |
베트남 백중날 상영관 가득채운 한국영화
이날은 한국영화 <비상선언>의 개봉일이기도 했습니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같이 베트남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유명 스타가 줄줄이 출연해 관심이 높았습니다. 백중날이라 늦게까지 여가를 즐기려는 시민들도 많았는데, 이들은 일반 상영관보다 가격이 배는 더 비싼 여러 특별상영관에서 영화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제가 찾은 일반 상영관은 관람석이 40여 석에 불과했는데 베트남에선 보통의 일반 상영관이 이 정도 크기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첫 열은 거의 비었는데 두 번째 열부터는 관람객이 가득 들어찼습니다. 어디나 고객를 꺾어 영화를 올려다보는 건 고된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비상선언>의 베트남 제목은 <HẠ CÁNH KHẨN CẤP>인데 영어 제목을 대며 티켓을 달라고 하니 점원이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대신 한국영화를 달라는 뜻으로 '핌 한궉, 코리안 무비'라고 말하니 곧장 표를 끊어주더군요. 영화는 한국어로 진행되고 영어와 베트남어 자막이 있다고 했습니다. 가격은 17만동, 한국 돈으로는 8000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곳 물가를 고려하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 베트남 CGV 베트남 CGV 상영관 |
ⓒ CGV |
한국에선 혹평, 베트남에선 호응
극장은 상당히 깔끔하고 쾌적했습니다. 극장 좌석은 앉기도 편하고 뒤로도 젖혀지는 것이 한국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신 마스킹(상영영화 비율에 따라 검은 천으로 스크린의 남는 부분을 가리는 작업)은 특별히 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에선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는 <비상선언>은 베트남에선 그러나 제법 호응을 일으키는 모습입니다. 특히 초중반까지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은 베트남에서 흔히 보이는 드라마나 영화의 수준을 고려할 때 상당한 것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또 한국에선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는 후반부 다소 감정을 자아내는 부분도 베트남에선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듯 보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현지인들은 상영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 데 열심이었습니다.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영화관을 찾아 한국영화 한 편을 보는 건 어떨까요. 현지 관객들 사이에서 한국보다 훨씬 싼 값에 한국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니까요. 문화강국이 된 한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어줄 겁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멘트 공장서 위험한 연기가... 온 국민 위험해진다
- [단독] 충남대에 평화의 소녀상 세웠다... 국립대 최초
- 강남 폭우 피해 둘러싼 SNS 논쟁... 나는 몸으로 겪었다
- 정치 지향 달라도... 도합 294세 모녀들이 여행을 떠났다
- 검사 출신 1호 '대통령'은 이 사람, 그의 특별한 과거
- 확연히 달랐던 '안나' 감독판, 쿠팡플레이의 오만함
- 축구 경기 다 졌는데... 그 와중에 들은 놀라운 한 마디
- 문 전 대통령 사저 마을 시위 남성 칼부림 혐의... 긴급 체포
-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 윤 대통령 "인적개편, 국민 위한 쇄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