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서부 최고의 관광명소 타왕복드

오문수 2022. 8. 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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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기14] 우리 서낭당과 닮은 오보.. 주민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물이자 이정표

고조선 유적 답사 회원들과 함께 20일(6.3~6.23)간 지구상 마지막 오지 몽골 고비사막과 민족의 기원 알타이 산맥을 탐방했습니다. <기자말>

[오문수 기자]

 낙타들이 4천미터에 가까운 타왕복드 프레지던트 오보까지 와서 풀을 뜯고 있었다. 한 여름이어서인지 털갈이를 하는 낙타가 약간 지저분하다
ⓒ 오문수
 
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의 21일간 여행 중 딱 절반이 지난 11일 만에 등산가들이 희망하는 알타이 타왕복드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몽골, 러시아, 중국에 걸쳐있는 몽골 최고봉(4374m) 타왕복드는 5개의 산으로 이루어졌다.
5를 의미하는 '타왕'에 든 산 이름은 각각 호이텡(Khuiten:추운산), 나랑(Naran: 태양), 을기(Ölgii:땅), 부르게드(Bürged:독수리), 나이람달(Nairamdal:우정)이다. 
  
 바양을기에서 타왕복드로 가던 중 만난 이정표로 세계 주요도시까지의 거리와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서울까지는 3325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 오문수
   
 바양을기에서 타왕복드로 가던 중 카자흐족 마을 인근에서 만난 나무다리로 주민들이 보수공사 중이어서 차를 제외한 모든 승객들이 걸어서 건너야 했다. 몽골 시골마을을 여행할 때 종종 볼 수있는 몽골의 옛 다리 모습이다
ⓒ 오문수
 
몽골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서쪽으로 1820㎞ 떨어져 있고 바양을기에서는 180㎞ 떨어져 있는 산이다. '타왕복드'에 가는 건 많은 몽골인들의 소망이다. 여수지역에서 다문화가정을 돕고 몽골을 네 번 다녀와 <오마이뉴스>에 몽골 기사를 쓴다는 걸 아는 몽골 출신 여수•순천•광양 이주민여성들은 매년 연말 송년회에 필자를 초청한다.

100여 명 쯤 되는 몽골 출신 이주민여성들에게 "타왕복드를 다녀왔느냐?"고 물으면 "꼭 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멀어서 못 가봤다"고 했다. 울란바타르에 본부를 둔 한국 NGO단체 '푸른아시아'를 책임지는 김성기 단장은 타왕복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NGO단체 '푸른아시아'는 몽골 식목 활동을 돕는 단체다.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사업을 하거나 주재하는 한국인들도 타왕복드에 가는 걸 로망으로 여겨요. 하지만 울란바타르에서 타왕복드까지 왕복하려면 열흘 정도의 시간을 내야하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오후 늦게 캠핑장에 도착해 야영 텐트를 친 일행은 들떠 있었다. 한여름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쓴 4천미터급 산들이 보여주는 장관에 압도됐을 뿐만 아니라 몽골 최고봉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행은 4050m 말칭봉 등정을 원하는 팀과 프레지던트 오보까지만 등산하는 두 팀으로 나뉘었다. 새벽 4시에 말칭봉으로 떠나는 팀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건강 때문에 말칭봉 등산을 포기한 필자가 야영장 주변 카자흐족 유목민 유르트를 방문하고 돌아오는데 한 아가씨가 웃으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하자 반갑다며 자기소개를 한다. 오는 10월이면 창신대학에 입학해 항공 관련 교육을 받는다며 가족이 있는 텐트로 초청했다.
  
 타왕복드 캠핑장에서 만난 바양을기 고등학교 3학년인 '아이쇼팡(Aisholpan)' 양은 오늘 10월 한국으로 유학온다며 반가워했다. 해외에 처음 나가기 때문에 긴장된다고 했다.
ⓒ 오문수
 
몽골인들의 친절은 유별나다. 저녁을 금방 먹었는데도 테이블 위에 음식을 듬뿍 차려놓고 '드시라'고 해 과일만 들고 양해를 구했다. 바양을기 고등학교 3학년인 '아이쇼팡(Aisholpan)'은 영어가 유창했다. "어떻게 한국으로 유학갈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창신대학에 다니는 이웃집 오빠가 소개해줬다"고 말한다. 그녀가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유학 가는 이유도 "영어를 잘해서 합격했다"며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다음날 새벽 4시 말친봉 등정팀이 떠나고 오전 10시경이 되어 말친봉 등정에 참가하지 않은 나머지 대원들이 푸르공을 타고 프레지던트 오보가 있는 곳을 향했다. 3년 전 말 타고 2시간여 걸려 올라간 길을 차를 타고 올라가는 데도 한 시간여가 걸렸다. 가파른 경사길에 눈 녹은 진창길을 피하느라고 안간힘을 쓰는 운전사 바인졸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드디어 '프레지던트 오보'에 올랐다. 빙하 트래킹을 원하지 않는 관광객들이 차나 낙타 혹은 말을 타고 오를 수 있는 곳이 여기까지다. '프레지던트 오보' 주위에는 파란색 하닥이 빙 둘러 있고 몽골인들이 바친 제물이 놓여 있었다.

한여름에 하얗게 눈덮힌 빙하를 바라본 관광객들이 탄성을 지르고 있는 가운데 카자흐 전통 복장을 한 4명의 여학생들이 보여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묻자 영어로 '오케이'를 말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반색을 하던 맨 큰언니가 자신을 소개했다.
  
 부모님 승용차를 타고 울란바타르에서 42시간만에 타왕복드에 도착했다는 울란바타르 국제학교에 다니는 '나뭉'(맨 왼쪽 고2)양이 "한국의 BTS와 K-pop을 좋아해 커서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얘기했다. 자매간인 이들 모두가 카자흐족 전통의상을 입었다.
ⓒ 오문수
 
"저는 울란바타르 국제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입니다. 부모님 승용차를 타고 울란바타르에서 42시간 만에 타왕복드에 도착했어요. 저는 한국의 BTS, K-pop을 좋아해요. 제 동생도 블랙핑크, 마마무를 좋아해서 크면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처음 자신을 소개하면서 15살이라고 했던 '나뭉(Namuun)'은 "나이는 모르는 걸로 해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해 "나이를 밝히지 않는 경향은 한국 여학생도 마찬가지야"라고 하자 수줍게 웃는다. '나뭉'과의 대화를 마친 내게 3년 전 남미 여행할 때 겪었던 일이 오버랩됐다.

세계적인 관광지 페루 마추픽추 등산을 마친 후 마추픽추 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던 중 역무원과 대화를 하며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내 아들이 BTS열성팬인데 아들이 BTS멤버인 김남정, 김석진 등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칠레 발파라이소에 있는 노벨상 수상자 네루다 기념관에 들렀을 때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하자 "와! BTS 나라에서 왔다!"며 20여 명의 고등학생에게 둘러싸여 기념사진을 찍혀야 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가지에는 15미터쯤 되는 건물 벽에 BTS멤버들의 플래카드가 펄럭였고 우연히 강변에서 고등학생 20여 명에게 둘러싸여 기념사진을 찍혀야 하는 즐거움을 겪었다. 문화가 경쟁력임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4천미터가 가까운 타왕복드에도 야생화가 피었다.
ⓒ 오문수
   
 고산지대에 사는 카자흐족 아주머니가 야크젖을 짜고 있다. 처음 젖짜기를 싫어하던 어미가 새끼를 묶어놓자 순순히 응했다. 젖먹이 새끼를 옆에 두어야 젖이 나온다는 걸 아는 유목민의 지혜다
ⓒ 오문수
 
타왕복드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몽골에서 가장 높은 산인 호이텡산(4374m)은 얼음 등산용 도끼, 아이젠, 로프 등으로 무장한 전문 산악인들이 찾는 곳이다. 2006년 몽골 대통령이 호이텡을 오른 후 산 이름을 '이흐 몽골(Ikh Mongol)로 바꿨지만 아무도 그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보에서는 12㎞ 길이의 포타니 빙하를 구경할 수 있고 체력이 좋은 사람은 4050m의 말칭봉까지 올라갈 수 있다. 말칭봉까지 오른 등반대가 하산할 때까지 오보에서 기다리다가 빙하가 만든 호수까지 내려가자 빙하의 힘에 밀려 떠밀려온 집채만한 바위들이 계곡을 메웠다.

서낭당과 유사한 오보

몽골을 여행할 때 몽골인들이 만든 무생물 피조물 중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건 뭘까? 그건 다름 아닌 오보다. 몽골의 오보는 대개 산꼭대기, 샘, 강, 기묘한 모양을 한 언덕, 바위, 중요한 상징을 지니는 나무 주변 등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오보가 가장 많이 세워진 곳은 사방을 관망할 수 있는 산꼭대기다.

우리의 서낭당을 닮은 오보는 주민의 안녕과 풍요를 보살펴주는 신앙물이다. 또한 경계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기능도 한다고 한다. 오보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오보 주위를 세 바퀴 돌고, 흩어진 돌을 주워 얹고, 그 위에 담배, 차, 돈 등을 올려놓는다. 이 같은 행위는 우리와 비슷하다. 오보는 위치, 숫자, 재질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프레지던트 오보 주위에는 하닥이라 불리는 천이 걸려있고 제단에는 몽골인들이 바친 제물이 쌓여있었다. 부리야트 출신 샤먼이 시계방향으로 오보 주위를 3번 도는 옆에 13오보가 보인다. 프레지던트 오보와 13오보가 있는 타왕복드는 몽골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성산이다.
ⓒ 오문수
   
 타왕복드 프레지던트 오보 인근에 세워진 13오보 모습. 중앙의 큰 오보를 중심으로 사방에 3개씩 도합 13개가 세워진 13오보는 몽골에서 쉽게 볼 수있는 오보가 아니라 중요한 제사장소나 사원주변에 있다
ⓒ 오문수
 
◆위치에 따른 분류 – 삼림오보, 초원오보
◆숫자에 따른 분류 – 독립오보, 13 오보, 군락오보
◆재질에 따른 분류 – 돌오보, 나무 오보, 흙오보

오보의 위치와 재질에 따른 분류는 쉽게 추정 가능하지만 13 오보는 쉽게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연구를 해야 한다. 13 오보는 중심오보를 중앙에 두고 주변의 작은 오보가 양옆이나 십자형으로 늘어서 있는 오보이다.

작은 오보가 중심적인 오보의 양옆에 늘어설 경우에는 좌우로 6개씩 배치되며 십자형 오보는 동서남북으로 각각 4개씩 배치된다. 13 오보는 중요한 제사 장소나 사원 주변에 많이 위치해 있다. 오보에는 대개 하얀색이나 오색천이 매달려 있다.

샤머니즘에서 비롯된 '잘라마'는 몽골 옛 풍속에서 제사에 바칠 희생 가축의 갈기나 목에 매둔 오색의 천조각을 뜻한다. 몽골 오보에는 대개 하얀색이나 오색의 천 혹은 종이조각을 매단다. 몽골인들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기원할 때 사용했던 잘라마에 대해 몽골역사학자인 '작치드세첸'은 이렇게 말했다. 

"몽골각지에 산재된 오보는 원래 샤만교의 유적으로 지방신을 모시는 곳이다. 오보 위에는 버드나무 가지를 꽂고 가지에 여러 가지 색깔의 천을 매두는 데 이것은 잘라마의 관습에서 유래되었다고 보여진다."
 
 2020년 1월 홉스골 호수 가까운 곳에 사는 차탕족 마을을 방문했을 때 오르츠 옆에 매어둔 순록으로 목과 주둥이에 노란 '잘라마 '천을 걸고 있었다. 한쪽 뿔이 잘려 가치가 떨어진 순록을 보며 순록주인은 "내일 다른 곳으로 이사갈 때 식량으로 사용하기 위해 희생시킨다"고 얘기했었다. 샤머니즘에서 비롯된 '잘라마'는 희생될 가축의 명복을 비는 의식 중 하나다.
ⓒ 오문수
    
오늘날 몽골인들이 오보에 바치는 제물에는 양고기, 말젖술, 술, 천조각, 향, 두송나무 잎으로 만든 가루향, 아롤, 치즈, 돈 등 정성이 깃들어 있는 물건이다. 몽골인들이 신성시하는 타왕복드 오보 제단을 자세히 살펴보니 호쇼르, 녹차, 돈, 쌀, 술, 땅콩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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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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