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악마의 시'의 질긴 여진

고세욱 입력 2022. 8. 1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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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영국인 작가인 살만 루슈디(75)가 1988년 펴낸 4번째 소설 '악마의 시'는 영국으로 이민 온 인도인들의 삶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호메이니 사후인 1998년 이란 정부가 루슈디의 사형 선고를 거두어 들였지만 악마의 시가 촉발한 '표현의 자유와 신성 모독' 논란은 계속돼왔다.

루슈디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문화 축제에서 강연을 준비하다 아랍계 미국인 청년에게 피습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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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인도계 영국인 작가인 살만 루슈디(75)가 1988년 펴낸 4번째 소설 ‘악마의 시’는 영국으로 이민 온 인도인들의 삶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꿈과 현실, 현재와 과거가 뒤섞이는 이른바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문단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은 작품의 완성도보다 허구·해학이 종교적 엄숙주의, 신념에 대한 광기를 건드렸을 때 어떤 파장을 낳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으로 더 유명하다.

이방인을 경계하는 영국 사회 비판이 책의 주제이나 이슬람권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와 경전 ‘코란’을 풍자한 부분을 문제삼았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는 1989년 루슈디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파트와(이슬람 칙령)를 발표했다. 루슈디는 영국 정부 보호 속에 숨어 지냈다. 악마의 시를 번역한 이들이 칼에 찔려 숨지거나 테러를 당해 부상을 입었다. 호메이니 사후인 1998년 이란 정부가 루슈디의 사형 선고를 거두어 들였지만 악마의 시가 촉발한 ‘표현의 자유와 신성 모독’ 논란은 계속돼왔다. 2015년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실었다는 이유로 프랑스 시사잡지사 직원들 10여명이 테러범에 의해 살해됐다.

루슈디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문화 축제에서 강연을 준비하다 아랍계 미국인 청년에게 피습당했다. 중상이지만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 한다. 출간된 지 34년이 된 ‘악마의 시’ 여진은 생각보다 길고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이 SNS에 루슈디의 쾌유를 빌다가 “다음 목표는 너”라는 댓글을 받았다. 작가 폴 오스터는 “역사의 변덕과 운명의 장난 때문에 나도 그(루슈디)와 같은 처지에 빠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종교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적대와 혐오의 전선이 생기는 중이다. 누구나 오스터와 같은 걱정을 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루슈디는 피습 전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민주주의의 상실”이라고 말했다. 한 번쯤 음미해 볼 부분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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