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이민이라는 촉매

김찬희 2022. 8. 16.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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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2.1이어야 하는데 0.83까지 떨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이끈 정부는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현재 독일 인구 5명 중 1명은 이민자다.

이민자 유입이 소수 자본가·기업가에게 이익을 집중시킬 뿐 전체의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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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희 산업부장


적어도 2.1이어야 하는데 0.83까지 떨어졌다. 14년 연속 인구 감소라는 폭탄을 맞고 있는 일본조차 1.30에서 버티는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만들고, 400조원에 육박하는 나랏돈을 쏟았지만 속수무책이다. 2020년 기준 0.83명의 합계출산율이 0.7명 수준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암울한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이 가파른 인구 절벽으로 굴러떨어지는 이면에는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자리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 긴 노동시간, 치열한 교육 경쟁, 차라리 포기하게 만드는 육아의 덫이 그것이다. 그리고 기저에는 교육을 도구로 하는 ‘세습 엘리트’의 강이 도도하게 흐른다. 교육 권력, 학벌 세습은 부의 대물림으로 귀결한다. 그래서 대다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써야 하는 출산은 ‘동화 속 얘기’일 뿐이다.

인구 감소의 충격파는 국가와 사회, 개인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 인구는 노동력의 공급원인 동시에 소비를 지탱하는 뿌리다. 경제 쇠락을 촉발하는 방아쇠 구실을 할 수도 있다. 꼬일 대로 꼬인 문제들의 실마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장벽을 제거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예산을 요구한다. 또한 선순환의 고리를 작동시킬 ‘촉매’가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의 강에 빠졌던 국가들은 국경을 넘어서는 노동력 순환이라 할 수 있는 이민을 촉매로 썼다. 2000년대에 진입하며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독일은 ‘포용적 이민 정책’에 눈을 떴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이끈 정부는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현재 독일 인구 5명 중 1명은 이민자다. 다만, 대규모 이민 유입은 내국인과의 일자리 경쟁, 인권 탄압, 노동 착취 같은 어두운 그림자를 잉태한다. 부정적 시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민 정책을 삿되게 보는 건 ‘단일민족’이라는 환상에 젖어서가 아니다. 비숙련·저임금 노동자 위주로 진입하고, 일자리를 두고 내국인과 충돌하면서 ‘정서적’ ‘정치적’ 반대를 부른다. 이민자 유입이 소수 자본가·기업가에게 이익을 집중시킬 뿐 전체의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이런 관점에서 싱가포르 사례는 흥미롭다. 싱가포르는 이주 노동자가 내국인 3명당 2명꼴이다. 대규모 이주에도 불구하고 이민에 대한 반감이 적거나 없다. 이민에 따른 혜택이 사회, 국가 전체로 고르게 나눠지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우리 정부도 늦었지만 이민 정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하반기에 이민청 신설을 공론화하겠다고 했다. 이주와 이민을 둘러싼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만들어 탄력적이고 세밀한 이민 정책을 세우겠다는 취지다.

한국 사회에 이주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들어오면 해외로 떠난 공장들이 돌아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일자리는 소득의 증가로, 소득은 출산율 상승으로 가는 문을 열어줄 수도 있다. 물론 장밋빛 일색은 아니다. 이민 확대는 불평등과 갈등을 유발한다. 중산층 이상 계층이 혜택을 보는 동안 이주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계층은 극빈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 고학력의 숙련 노동자, 전문직 기술 인력을 이민자로 받아들이고 싶은데 막상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들만 유입되는 흐름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초점을 ‘인구와 경제 규모 유지’ ‘경제 활력’ ‘저출산 극복’에 두되, 이민자를 포괄하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복지·노동·이민 정책을 짜야 한다. 일손이 필요한 저임금 일자리에 외국인을 단기적으로 채워 넣는 땜질로는 미래를 말할 수 없다.

김찬희 산업부장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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