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희천 (12) 비행기 삯 없어 한 달간 배 타고 태평양 건너 유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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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하려면 대학 졸업과 어학 준비를 동시에 해야 했다.
한미재단에 108달러를 내면 유학생에 한해 이 수송선을 탈 수 있었다.
경제 사정이 허락되길 기다리면서 유학을 하려면 평생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감행한 것이었다.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데 한 달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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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후 귀국해 박윤선 목사님 도움으로
목회 시작하고 대학서 헬라어 강사 생활도
유학을 하려면 대학 졸업과 어학 준비를 동시에 해야 했다. 하지만 부산 삼일교회에서는 영어를 공부할 방도가 없었다. 서울로 가기로 결심했다. 이때 내겐 식구도 있었다. 1957년 고향이 같은 차진실 자매와 결혼했다. 한상동 목사님이 서울에서 사역할 곳을 알아봐 주셨다. 숭실대 영문과에 편입해 61년 3월 졸업했다. 이듬해 4월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입학시험을 쳤다.
내 경제 사정에 비행기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당시 주한 미군의 모든 수송은 로스앤젤레스와 인천항을 한 달에 두 번씩 왕래하는 미 해군 수송선이 담당했다. 한미재단에 108달러를 내면 유학생에 한해 이 수송선을 탈 수 있었다. 이 돈을 겨우 마련해 62년 11월 29일 인천항에서 미국으로 가는 배를 탔다. 유학 떠날 때 내게는 6살, 4살, 2살짜리 아이가 있었다.
경제 사정이 허락되길 기다리면서 유학을 하려면 평생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감행한 것이었다.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데 한 달이나 걸렸다. 로스엔젤레스에서 학교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까지 가는 데는 버스를 이용했다. 밤낮을 달려 사흘 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아내로부터 생활비가 떨어졌다는 편지가 왔다.
돈도 없이 아이 셋을 돌보고 있을 아내 생각에, 막막한 유학 생활 걱정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기도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는 외국인 학생들을 잘 돌봐주는 좋은 학교였다. 등록금을 면제하고 기숙사비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유학 온 첫해에는 식비도 학교에서 대줬다. 기숙사 식당에서 웨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하면 밥을 공짜로 먹을 수도 있었다.
웨이터로 일하면서 받은 52달러를 아내에게 바로 송금했다. 52달러는 우리 가족 한 달 생활비로 충분했다. 한 학우의 제안으로 방학 중에 친구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학 내내 가족에게 생활비를 넉넉히 보낼 수 있었다. 준비해주신 ‘여호와 이레’(창 22:14) 하나님에게 감사했다.
학교에서 신약 주임교수인 존 해밀튼 스킬톤 교수님으로부터 헬라어를 배웠다. 교수님은 나의 헬라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길 원했다. 나는 솔직히 다 잊어버렸다고 답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구나. 지금부터 하면 된다. 내가 개인 교습을 해주겠다”고 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헬라어 귀신’이란 별명을 가진 스킬톤 교수님은 정성껏 개인 교습을 해주셨다.
68년 6월 그렇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 고려신학교에서 총신대로 자리를 옮긴 박윤선 목사님이 내가 일할 곳을 알아봐 주셨다. 목사님 소개로 목회를 시작했고 총신대에서 헬라어 강사로도 일했다. 71년 4월 신학교에서 교내 부흥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박윤선 목사님이 강사였는데 갑자기 입원하시면서 강단에 설 수 없게 됐다. 학우회에서 느닷없이 나를 강사로 요청했다. 박윤선 목사님이 설 자리에 내가 서게 된다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때 일주일 내내 금식하면서 집회를 인도했다.
정리=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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