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서울의 빗물 배수 시간당 100mm 이상 돼야

입력 2022. 8. 16. 00:59 수정 2022. 8. 1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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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급속한 도시화와 이상기후에 따라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높아지며, 인구가 밀집한 도심 지역의 침수·범람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엔 중부지방 폭우로 서울 강남 지역 곳곳이 속수무책으로 물에 잠겼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그것도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번화가인 강남역 부근에서 침수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이런 물난리의 원인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이란 불가항력인 측면도 있지만, 침수에 대한 준비 부족에 따른 인재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강남역 침수 피해 원인은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서울시 빗물 배수관로가 감당할 수 없는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둘째, 강남역은 주변 동쪽 역삼역이나 서쪽 서초역보다 10m 이상 낮은 저지대로, 빗물이 모이는 깔때기 모양의 지형이다. 셋째, 빗물을 일시 저장했다 내보내는 저류 시설용량이 적다. (강남역 배수시설 1만5000t, 신월동 배수시설 32만t) 넷째, 강남역 근처 반포천 수위가 올라가면 빗물 배수가 원활하지 않다. 이렇듯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인재라 할 수 있다.

「 지난주 동작구 시간당 141㎜ 비
서울 방재 목표 95㎜ 크게 넘어
기후변화 대비해 목표치 올려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다. 우리나라 기술력과 문화가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졌고, 그중 서울 강남은 세계적 핫플레이스로 유명 지역이 됐다. 해외에서도 과거 홍수와 달리 이번 강남 지역 침수에 관심을 보이며 보도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강남역이 침수 취약 지역이 된 이유는 서울시 도시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은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수해에 취약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개발로 1970~80년대 하천변 저지대 지역이 택지지구로 개발되면서 체계적 방재 수립이 미흡했다. 또 도시 영세민 주거 공간으로 지하 주택을 정책적으로 대량 보급했다. 이에 따른 도시 개발은 빗물이 침투해 저류할 수 있는 녹지공간은 적어졌고, 도로포장이 늘어남에 따라 지표면 강우 유출량이 증가했으며, 저지대의 지하 주택은 폭우 때 생명을 위협받는 공간이 됐다.

기상청 지역별 상세관측자료(AWS)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기록한 시간당 강우량 141.5㎜는 기상청 관측 이후 최대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서울의 집중호우 발생 가능성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하천과 도심지 피해 가능성은 증가하는데 기존 배수 시설물의 대응 능력은 부족하다는 점이 이번 강남 지역 침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 서울시 방재 성능 목표는 시간당 95㎜ 강우다. 30년 빈도의 강우로 설정하고 침수 취약 지역 중심으로 시설물을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이상 기후에 의한 폭우 발생 가능성을 본다면 지금의 배수 시설은 침수 피해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남 지역 침수에서 보듯 도시에서의 침수 피해는 빗물 배제 불량에 따른 침수가 대부분을 차지해 배수시설의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서는 서울의 미래 확률 강우량은 1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강우 강도도 증가해 30년 빈도 시간 강우가 100㎜, 50년 빈도는 110㎜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배수시설의 강우량 목표는 시간당 100㎜ 이상으로 늘리고, 강남역처럼 주요 지역은 110㎜ 이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과거 추진했다 중단된 7개 지하 빗물 배수 터널(현재 신월동 1개 완공, 공사비 1390억원)에 대해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시간이 지나면 침수 피해 기억은 잊히고, 운 좋게 수년간 비 피해가 없으면 치수사업은 정책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한강 제방의 설계 빈도는 200년이다. 이렇듯 치수사업은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수립하는 것이지 10여년 침수 피해가 없었다고 세금이 낭비되었다고 할 수 없다. 침수 피해의 아픈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치수 계획은 지속적인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가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민은 집중호우에 강한 방재 복지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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