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펠로시 대만 방문으로 잃은 것

박성훈 입력 2022. 8. 16. 00:51 수정 2022. 8. 1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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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찾은 지 12일 만에 미 상·하원 의원 5명이 다시 대만을 방문했다. 지원 사격이겠지만 메아리는 크지 않았다. 에드 마키 의원은 민주당 소속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 위원장이다. “이번 방문이 대만 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증진할 것”이란 그의 말은 공허했다. 적어도 현재 위기는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명분 싸움에서 밀린 측면이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78년 ‘중·미관계 외교 수립에 관한 성명’에 의거해 “미국은 대만과는 문화, 상업, 기타 비공식적 관계만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국가 차원의 공식방문이며 양국간 외교적 합의 위반이라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12일 만인 지난 14일, 미 상·하원 의원 5명이 다시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대로 미국은 이를 반박할 근거가 부족했다. 미 백악관은 삼권분립에 의거, 방문 여부에 대한 판단은 펠로시 의장에 있다고 피해 갔다. 펠로시 의장 역시 대만 도착 직후 “시진핑 주석이 인권과 법치를 무시했다”고 직격했지만 합의 무시라는 중국 측 주장은 반박하지 못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이 대만의 주요 항로와 항구를 막는 초유의 ‘봉쇄 훈련’에 빌미를 제공했다.

위력 과시의 절정은 중국이 대만 상공을 넘기는 탄도미사일 발사였다. 우리나라 영공으로 북한의 미사일이 넘어왔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대만 국방부는 “대기권 밖으로 날아와 영공 위험이 없다고 판단, 방공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는 납득하기 힘든 성명을 냈다. 발사 궤적을 탐지했을 미군도 침묵을 지켰다. 대만 해협 경계선은 상시 침범 모드다. 미 의원단 방문에 중국 전투기 10대가 또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인민해방군보는 중국 스텔스전투기 J-20이 대만 해협 위기 전에 접근 불가능했던 지역까지 날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참에 경계선을 허물겠다는 기세다.

22년 만에 낸 세번째 대만 백서에서 중국은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평화통일과 일국양제’를 앞세웠지만 구체적 표현은 “평화적 수단에 의한 조국 통일이 우선적 선택”이었다. 차선은 무력 통일이다. 일국양제의 경계는 모호하다. 이전 백서에선 본토가 군을 대만에 주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1993년 백서엔 대만의 ‘군비 유지’까지 언급했지만 이번엔 모두 사라졌다.

대만 통일은 시 주석이 천명한 최대 정치적 과제다. 명분을 만들어 준 펠로시 의장에 중국은 도리어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도 재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만 해협의 대결 구도는 더 첨예해졌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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