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발랄한 멤피스적 바이브의 코펜하겐 하우스
2003년에 완공된 이 아파트의 작은 부엌은 위대한 탄생기를 품고 있다. 집주인 미켈 비야르쇠(Mikkel Bjergsø)는 이곳에서 홉과 맥아, 효모의 실험적인 조합을 찾는 데 열정을 쏟으며 수제 맥주를 탄생시켰다. 미켈은 맥주 브랜드 ‘미켈러’ 창립자다. 또한 그는 멤피스 그룹 디자인에 매우 진심이다. 코펜하겐의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고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의 머릿속은 멤피스 디자인으로 가득했다. “미켈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한번 꽂히면 그것에 올인하는 편이에요. 반면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죠.” 방대한 디자인 컬렉션에 현대적 인테리어를 접목하는 능력이 탁월한 디자이너 캐롤린 엔젤가르(Caroline Engelgaar)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강력한 아우라를 풍기는 프로젝트는 처음입니다. 저에게도 흥미로운 도전이었어요.” 2층으로 이뤄진 68평 크기의 아파트는 흡사 ‘멤피스 박물관’ 같다. 차이가 있다면 실제 박물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전시품 위에 편하게 앉아 쉬어도 된다는 것. 멤피스 설립자 에토레 소트사스의 유명한 ‘카사블랑카’ 선반 세트를 계단에서 만나고 나면, 피터 샤이어(Peter Shire)의 ‘빅 수르(Big Sur)’ 소파와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와 조지 사우덴(George Sowden)이 만든 의자를 거실에서 조우한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마이클 그레이브스의 '스탠호프(Stanhope)' 침대 역시 이 집의 인상을 만드는 대표 가구다.
멤피스 디자인은 불규칙한 형태와 눈에 띄는 색상을 사용해 진부하고 평범한 감각을 단번에 뒤집는다. 물론 누군가는 이토록 눈에 확 띄는 디자인과 일상을 함께하는 일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캐롤린이 이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색상과 소재에 특별히 신경 쓴 이유다. “멤피스 디자인 가구는 눈에 안 띌 수가 없거든요. 나머지 실내 소품과 균형을 맞추는 작업은 매우 중요했어요. 따뜻한 색상과 무광택 소재의 바닥 표면을 선택해 각 공간의 개성을 잘 표현하려고 애썼죠.” 캐롤린은 디자인 가구와 다양한 제품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환경을 만들어 이번 인테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새롭게 단장한 아파트의 주방은 그녀가 만든 조화로운 환경의 백미다. 다양한 색채로 이뤄진 주방 옆에는 각양각색의 디자인 오브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요소들을 따로 떼어 보면 하나하나 매우 세련되고 멋지기에 요란스럽고 과해 보이지 않는다. 캐롤린은 침실의 파란색 천장, 청록색의 계단 지지대 등 이 집 곳곳의 색채가 과해 보이지 않도록 벽면은 화이트 계열을 고수했다. “이 집의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실용적인 이유에 치중하지 않았어요. 이번 작업은 디자이너로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자유롭게 해방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재단장을 거치며 아파트를 장식한 제품 중 일부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것이기도 하다. 집주인인 미켈이 혼란스러운 경매시장에 보석 같은 물건이 올라올 때마다 매의 눈으로 옥석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미켈 비야르쇠는 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었다. 현관에서 코트 랙 역할까지 해내는 거대한 선인장은 어떤가? 거대한 선인장만큼 코트 랙으로 적합한 건 없을지도 모른다. 다채로운 컬러를 뽐내는 1980년대 디자인이 어느 때보다 인기가 높은 지금, 젊은 세대가 40년 전의 상념을 깬 파격적인 디자인 운동에 매력을 느낀 건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멤피스 디자인은 지금도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4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멤피스의 지속적인 영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상 속의 진부함을 뒤엎고 과감해지고 싶다면 지금 망설이지 말고 당장 시도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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