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명' 뒤집을 변수는 있다, 그러나..

입력 2022. 8. 1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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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더불어민주당이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을 시작한 8월 6일 강원 원주시 한라대 대강당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으로 바뀌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경선 초반부터 이재명 의원이 권리당원 표를 거의 휩쓸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역대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율을 보면, 지난해 전당대회는 42.74%, 2020년 전당대회는 41.03%였다. 현재까지만 보면, 이번 전대 투표율은 이에 못 미칠 확률이 높다. ‘확대명’ 프레임이 일찌감치 자리 잡아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투표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확대명’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테다. 하지만 윤 대통령 상황이 어려우니, 맞수였던 이재명 의원 주가가 올라가는 모양새다. 대통령에 대한 대안적 존재라는 이미지를 야당 지지자에게 주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은 일종의 ‘시소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기 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금 올라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지지율이 갑자기 높아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지지율이 갑자기 상승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연 그 조건이 전부 충족될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첫째, 대통령 부부 지인 관련 의혹을 불식시키는 조치다. 현재 대통령 부부 지인 관련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고, 대통령실도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도 필요하지만, 이런 ‘소문’이 돌지 않게끔 만드는 선제적 조치가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특별 감찰관과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야 한다. 그런데 특별 감찰관 임명에 대한 말은 나오지만, 제2부속실 부활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제2부속실 부활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번 대통령 관저 공사에 참여한 업체 중 과거 코바나콘텐츠 전시 관련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업체도 포함돼 있다는 보도가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와 과거 관련 있는 업체 혹은 인물이 세간의 입에 자꾸 오르내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구설이 나오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김건희 여사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제2부속실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 메시지 전문가들로 채워져야 제 기능을 할 것이다. 그런데 제2부속실 부활 관련한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는 돌발변수는 또 언제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른다. 상황이 이러니 대통령 지지율이 단기간 내 상승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둘째, 문제를 야기하는 정부 관련 인사는 ‘경질’했어야 한다. 지난 8일 느닷없이 취학 연령 하향을 꺼내 들었던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자진 사퇴했다. 자진 사퇴보다는 경질 형식을 밟았어야 했다. 경질을 분명히 했다면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확실하게 따른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었을 테다. 또 잘못하면 확실한 책임을 묻는다는 단호함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못했기에 국민은 박 장관 사퇴를 ‘파격’이 아닌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셋째, ‘뭐가 문제냐’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낮은 자세’를 보여주기는 했다. 문제는 이런 자세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다. 지속하지 못한다면, 국민 눈높이 맞추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대통령 지지율 급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선출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어대명’이 ‘확대명’이 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들 수 있다.

지난 6월 2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6월 21일과 22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응답률은 2.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를 보면, 응답자의 52.7%가 ‘이 의원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는 정당한 수사’라고 답했다. ‘정치보복 수사’라고 답한 비율은 41.2%였다. 주목할 점은, 진보층과 보수층에서 확연히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보수층의 80.7%는 정당한 수사라고 응답한 반면, 진보층의 74.4%는 부당한 수사라고 답했다. 진보층 대다수는 이재명 의원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이는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진보층 결집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압도적으로 권리당원 지지를 받는 이유도, 이런 사법 리스크에 대항해야 한다는 진보층의 절박함의 표시일 수 있다. 진보층은 이재명 의원을 중심으로 뭉치는데, 보수층은 그 결집도가 오히려 약해지는 듯하다. 보수층 결집의 구심점은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48.56%의 득표를 달성했다. 77.1%의 투표율 속에서 득표한 것이니, 전체 유권자 대비로 환산하면 37.44%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 한 달간 만 18세 이상 유권자 3008명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이 조사한 이념 지형을 보면,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9%,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5%, 중도는 32%였다. 이런 이념 지형을 기준으로 보면,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보수뿐 아니라 중도 유권자 일부까지 지지층으로 흡수했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갤럽의 7월 4주 차 여론조사(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1.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대략 30%, 진보는 27%, 그리고 중도는 31% 정도다. 대선 직전 이념 지형이 별로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보수층마저 윤석열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8월 5일 발표한 여론조사(8월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1.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24%다. 7월 유권자 이념 지형 조사를 토대로 보면,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은 보수층 비율보다도 낮다. 계산상으로는 전체 보수층의 약 21%가 대통령 지지를 철회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진보는 현재 정권의 야권에 대한 수사에 반발하며 결집하고 있는 반면, 보수층은 오히려 구심점 없이 흩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의 거세질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주도권은 야당에 완전히 넘어갈 수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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