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루슈디 피습과 무관..종교인 분노 불러 화를 자초"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 흉기 피습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이 자국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 정부는 루슈디 피습 사건과 관련해 기존 언론 보도 내용 외 다른 정보가 없다"며 이란 정부와 사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루슈디는 이슬람뿐만 아니라 신성한 종교를 모독했고, 종교인들의 분노를 키워 화를 자초했다"며 "이번 사건은 루슈디의 지지자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여객기 폭발 사고에서 살아남은 두 남자가 각각 천사와 악마로 변해가는 모습을 담은 소설 '악마의 시(1988)'로 유명한 루슈디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슬람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하면서 수십 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 당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이 소설을 신성모독으로 규정하면서 루슈디를 살해해야 한다는 '파트와'를 선포했다. 파트와는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종교적 유권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이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문학 축제에 참석했다가 20대 남성의 흉기 공격을 받았다. 중상을 입은 루슈디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현재 회복 중이다.
서방 외신들은 루슈디 피습이 이 파트와와 연관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란 보수 언론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탄이 공격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란 강경 보수지 카이한은 "변절자이자 악마 루슈디를 뉴욕에서 공격한 용감하고 (알라에) 순종적인 이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논평했다. 또 "신(알라)의 원수 목을 할퀸 이의 손은 입맞춤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루슈디의 피습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발생해 여러 해석을 낳았다. 이란은 핵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미묘한 시점에 미국에서 '이란 혐오' 사건이 잇따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모하마드 마란디 이란 핵협상팀 고문은 지난 13일 "핵협상에서 중요한 시점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이란이 암살하려 했다는 미국의 발표와 루슈디 피습이 잇따라 발생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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