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잭팟 터진 아람코..실적 잔치 석유 공룡 '횡재세' 압박

염지현 2022. 8. 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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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올해 상반기 1년 전보다 86% 늘어난 879억 달러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로이터=연합뉴스]

고유가에 '글로벌 석유 공룡'이 실적 잔치 중이다. 세계적인 석유 생산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86% 늘었다. 엑손모빌을 비롯해 셰브런, 셸 등 석유 회사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고유가 '잭팟'이 터지며 호황을 누린 석유 기업에 곱지 않은 시선도 이어진다. 초과이익을 환수(횡재세)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14일(현지시간) 더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람코는 올해 상반기 879억 달러(약 114조79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472억 달러)보다 86% 늘었다. 2분기 당기순이익(484억 달러)이 1년 전(255억 달러)보다 89.9% 급증한 덕이다. 2019년 12월 기업공개(IPO) 이후 분기 기준 최고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아람코의 상반기 순이익 급증은 국제 유가가 상승한 영향이 가장 크다. 고유가에도 수요가 늘면서 원유 판매량이 늘었고, 정제 마진도 상승해 실적이 개선됐다는 게 아람코의 설명이다. 실적 강세 속 주가도 뛰면서 아람코의 시가총액은 지난 14일 2조3690억 달러로 애플(2조7650억 달러)에 이어 글로벌 시총 2위를 차지했다.

국제 유가 급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등으로 제재에 나섰고,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대응하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 3월 8일 배럴당 127.98달러까지 솟구쳤다. 상반기 브렌트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5달러였다.

미국 1위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은 지난 2분기에 178억5000만 달러 순이익을 거뒀다. 1년 전보다 3.8배 증가했다. [AFP=연합뉴스]


들썩이는 유가에 실적 잔치가 벌어진 곳은 아람코만이 아니다. 미국 1·2위 석유기업인 엑손모빌(178억5000만 달러·약 23조3121억원)과 셰브런(116억2000만 달러)은 2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순이익을 기록했다. 엑손모빌과 셰브런 모두 1년 전보다 3.8~4배가량 순이익이 늘었다. 유럽 석유기업인 셸도 2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고인 115억 달러(약 15조 535억원) 순이익을 냈다.

국내 정유 업계도 호실적을 거뒀다. 15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에쓰오일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체 4곳이 발표한 경영 실적에 따르면 이들의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12조3203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3조8995억원)보다 215.9% 증가했다.

글로벌 석유 기업들은 역대급 성적표를 받고도 표정관리 중이다. 고유가와 고물가에 세계 각국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는 상황에서 정유업체 홀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횡재세란 시장 상황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 이윤세를 의미한다.

영국은 지난 5월 셸 등 고유가로 이익이 많이 늘어난 석유·가스 기업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도 횡재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 민주당은 이익률이 10% 넘어선 석유 기업에 추가로 21%의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엑손모빌 등 정유사 7곳에 보낸 서한을 통해 “전쟁이 한창인데 정상보다 높은 정유사 이윤을 미국 가정에 직접 전가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고유가로 큰돈을 번 정유업계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고유가로 서민들이 기름값으로 고통을 받는데 정유업체는 최대 이익을 거뒀다”며 “정유사 이익이 과도한 만큼 횡재세를 걷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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