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광복절에 내놓은 종합 메시지.. '담대한 구상'부터 '한일협력'까지(종합)
-일본과는 경제·안보·사회·문화 등 협력.. "힘 합쳐야 할 이웃"
-"독립 희생 기억, 의무이자 미래.. 국내 문제는 긴축 재정으로"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담대한 구상'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다.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과 인프라 지원을 총망라한 대규모 지원책이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신인도 유지를 위한 방안으로는 공적 부문 긴축을 통한 재정의 건전 운용을 제시했다.
◆北에 ‘담대한 구상’ 제안… "경제·민생 획기적 개선"= 윤 대통령의 축사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북한에 대한 '담대한 구상'의 구체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나아간다면 북한에 대한 식량, 의료, 송배전, 항만 지원 등 '담대한 구상'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이 구상은 윤 대통령 취임사에서 첫 등장했으며 이날 제안은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이라며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북한은 그 단계에 맞춰 민생과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담대한 계획'으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전환 정책인 담대한 계획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한 것은 처음으로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일본, 힘 합쳐야 할 이웃"=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언급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다. 당시 한·일 정상은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열어간다는 데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재정 긴축 운용으로 국제 신인도 유지= 국내 경제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공적부문 긴축'과 '재정의 건전한 운용'으로 이를 통해 국제 신인도를 지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공적 부문의 긴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 여력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긴축재정으로 확보된 재정 여력을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데 투입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기초생활보장 강화, 장애인 돌봄서비스 보강, 보호시설 청년자립 지원 등으로 윤 대통령은 주거대책과 관련해서도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집중호우 피해도 언급하면서 "피해 지원과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수해,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충분한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독립 위해 헌신한 분들 기억… 의무이자 미래"= 윤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광복절인 오늘 우리는 과거에서 미래를 관통하는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모든 분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이분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다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미래 번영의 출발"이라고 밝혔다.
항일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3·1 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그리고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정신에서 보는 바 같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조국의 미래가 보이지 않던 캄캄한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며 국내외에서 무장 투쟁을 전개하신 분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무장 독립운동가를 길러내신 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고 벅차오른다"고 덧붙였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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