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말랑한 '물복' 아삭한 '딱복'..'6말 10초' 복숭아 철 100% 즐기기

성선해 2022. 8.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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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향과 새콤달콤한 맛의 복숭아는 수박·포도와 더불어 여름철을 대표하는 과일 중 하나죠. 그런데 어떤 복숭아는 물렁물렁하고, 또 어떤 복숭아는 단단합니다. 과육이 하얀색인 품종도 있고, 노란색인 품종도 있죠. 복숭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여름철 우리 곁에 오게 되는 걸까요. 또 복숭아의 종류는 왜 이렇게 다양할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복숭아 전문 농원을 찾아 직접 과실을 수확해보고,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청도복숭아연구소와 함께 복숭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어요.

고명성(서울 강명초 6) 학생모델, 김채량(서울 석촌중 1) 학생기자, 문시윤(서울 상명초 5) 학생모델(왼쪽부터)이 복숭아 전문 농원과 복숭아 연구소를 통해 복숭아에 대한 다양한 사실을 알아봤다.


복사나무의 열매인 복숭아는 한자로 도자(桃子)라고도 하는데, 원산지는 중국의 황허강 및 양쯔강 유역이에요. 복숭아는 실크로드를 통해 페르시아를 거쳐 유럽의 여러 나라와 북미 대륙으로 전파됐고, 최근까지 5000여 품종이 개발될 만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과일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어요. 실제로 청동기시대 유물에서 현재 재배되고 있는 복숭아와 비슷한 크기의 씨가 출토된 바 있으며, 재배 관련 기록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죠.

인류와 함께한 역사가 긴 만큼 복숭아와 관련한 이야기도 많아요. 혹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란 단어를 들어봤나요.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말인데, 중국 진(晉)나라 무릉에 살던 한 어부가 배를 저어 가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곳을 발견하고, 낯설지만 아름다운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다시는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죠. 무릉도원은 흔히 ‘이상향’ ‘별천지’를 비유적으로 말할 때 써요. 또 복숭아는 요사스러운 귀신을 쫓는 벽사(辟邪)에도 활용됐어요.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귀신에 복숭아나무 방망이"가 있죠. 귀신이 복숭아나무 방망이를 무서워하듯, 무엇이든 그것만 보면 꼼짝 못 하게 되는 경우를 일컬어요.

복숭아는 수천 가지 품종이 있지만 크게 털복숭아와 천도로 나뉘어요. 털복숭아는 표면에 털이 난 백도·황도를 말해요. 반면 표면에 털이 없고 매끈한 종류는 천도라 불러요. 천도는 씻어서 바로 먹을 수 있어 편하지만 신맛이 약점이고, 털복숭아는 당도가 높지만 털이 있어 먹기 불편하죠. 그래서 기존 천도의 단점을 보완해 시지 않고 달콤한 천도를 개발하기도 했어요. 농촌진흥청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개발한 옐로드림·스위트퀸·이노센스가 바로 그 품종이죠.

중생황도를 수확 중인 문시윤 학생모델. 복숭아는 두 손으로 과실을 잡고, 살짝 돌리며 잡아당기면 나뭇가지에서 잘 떨어진다.


또 과육의 색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어요. 같은 털복숭아지만 미홍·홍백·애천중도 등은 과육의 색이 흰색에 가까워요. 반면 장호원 황도·찌요마루 등은 황색이죠. 천도 중에서도 신비·이노센스·설홍 등의 과육색은 흰색이지만, 천홍·옐로드림·스위트퀸의 과육은 황색에 가까워요.

내 손으로 직접 딴 복숭아로 황도 간식 만들기

복숭아는 종류가 다양한 만큼 수확 후 시장에 나와 소비자와 만나는 출하 시기가 6월 하순부터 10월 초까지 다양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충북 옥천군에 있는 내안의복숭아농원을 찾아 직접 복숭아를 수확해보기로 했죠. 내안의복숭아농원은 20여 종의 품종을 재배하는 복숭아 전문 농원으로, 복숭아 따기 체험도 할 수 있어요. 박준용 대표와 최숙경씨가 수백 그루의 복숭아나무 앞에서 이들과 만났습니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청도복숭아연구소(이하 청도복숭아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복숭아 연구기관과 복숭아 재배 농가에서 보유 중인 품종은 500여 가지에 이르며,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품종은 약 100여 종 정도예요. 내안의복숭아농원에서는 과육이 부드러운 미황부터 단단한 과육 덕분에 황도 만들기에 적합한 중생황도까지 20여 종의 품종을 재배 중이죠." 보통 복숭아 농가는 이렇게까지 많은 품종을 재배하지는 않지만, 저는 복숭아 수확 체험까지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품종을 키우는 편입니다."(박)

직접 수확한 복숭아를 나르는 고명성(왼쪽) 학생모델과 김채량 학생기자. 복숭아는 6월 하순부터 10월 초까지 출하된다.

국내에서 복숭아는 최소 수백 년 전부터 품종별로 분류됐어요. 1611년 허균이 쓴 전국 8도의 식품과 명산지에 관한 책 『도문대작』에는 자도·황도·반도·승도·포도 등 5개 복숭아 품종이 기록돼 있죠. 대량 생산이 용이한 개량종 재배는 1900년대 초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신품종으로 시작했어요. 1906년에는 서울 뚝섬에 원예모범장이 설립돼 유럽 품종인 암스덴 준, 영국 품종인 얼리 리버스, 미국 품종인 살웨이, 중국 품종인 상해수밀도 등 4품종을 도입했죠. 2021년 기준 국내 복숭아 재배면적은 1만9475ha입니다. 청도군·영천시·경산시·상주시·영덕군이 있는 경북이 약 48%에 달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죠. 이외에 충북 충주시·음성군·옥천군, 경기도 이천시 등에서도 복숭아를 많이 재배해요.

"복숭아는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나요?"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탐스러운 열매를 바라보며 명성 학생모델이 물었어요. "비가 잘 안 오고 햇볕을 많이 쬘 수 있는 기후가 제일 중요해요. 때문에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복숭아 재배가 어려워요. 비가 많이 오면 나뭇가지에서 복숭아가 떨어지거든요. 또 땅에 물이 항상 고여있으면 복숭아 나무 뿌리가 상하기 때문에 유공관을 설치해 물길을 잡고, 배수가 잘되도록 신경 써야 해요."

박 대표의 설명처럼 복숭아는 연평균 기온이 11℃ 이상 되는 비교적 온난한 기후 지역이 재배하기 적합해요. 적정한 양의 물은 생장에 필수지만, 지나치게 강우량이 많으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과실의 품질도 떨어져요. 우리나라 복숭아 주산지 연강우량은 1000~1500㎜ 정도죠. 복숭아나무의 수명은 보통 15~18년으로 묘목을 심고 5년정도 지나면 열매가 많이 달리는데, 땅에 배수가 잘되도록 신경 쓰고 나무마다 약 8m 간격으로 거리를 띄워 햇볕을 쬐기 용이한 환경을 조성하면 20년까지도 살 수 있죠.

여름에 맛있는 복숭아를 출하하려면 1년 동안 많은 준비를 해야 해요. 묵은 가지를 제거하는 전정(전지) 작업을 여름·가을·겨울에 주기적으로 하고, 5~6월에는 과다하게 많이 열린 열매를 솎아 과실 간 양분 경쟁을 줄이는 열매솎기 등을 해야 하죠. 충분한 영양분 공급을 위한 거름 주기도 필수죠. 나무에 큼직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이를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가 부러질 수 있어 지지대도 설치합니다. 병충해가 드는 시기도 잘 파악해서 적절한 시기에 박멸도 해야죠. 다 잘했다면 6월 하순부터 10월까지 잘 익은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어요. 특히 열매솎기와 수확 및 선별 작업은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합니다.

복숭아 윗부분의 노란 종이는 매년 5~6월쯤 씌우는데 벌과 나방이 열매를 손상시키는 걸 방지하고, 복숭아가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 수 있도록 돕는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무럭무럭 자란 복숭아 수확에 나섰어요. "오늘 여러분이 딸 복숭아의 품종은 중생황도예요. 과육이 단단한 편이라 아삭아삭한 식감이 특징이죠. 흔히 통조림 형태로 먹는 설탕에 졸인 황도를 만들 때 많이 쓰는 품종이기도 해요." 박 대표가 채량 학생기자와 명성·시윤 학생모델을 과수원 한가운데로 이끌었습니다. "오늘이 우리 농원의 올해 중생황도 첫 수확일이에요. 여러분이 가장 먼저 따게 된 겁니다. 하나당 400~500g 정도로 무거우니 두 손으로 복숭아를 잡고, 살짝 돌리면서 잡아당기세요. 그럼 나뭇가지에서 잘 떨어질 거예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방법에 복숭아를 따려고 보니 모든 복숭아의 윗부분에 노란색 종이가 씌워져 있었어요. 5~6월쯤 과실마다 씌우는 종이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로 벌이나 나방이 열매를 손상시키는 걸 방지하고, 두 번째로 복숭아가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 수 있도록 도와줘요. 종이를 씌우지 않으면 복숭아 표면이 모두 붉은색이 되지만, 종이를 씌우면 햇볕에 노출된 부분부터 덜 노출된 부분까지 선홍색이 단계별로 그러데이션 효과를 준 것처럼 물들죠.

큼직하게 잘 익은 복숭아를 열심히 따다 보니 어느덧 수레 위에 올려둔 바구니에 가득 찼어요. 복숭아는 생과실 그대로 깎아 먹어도 맛있지만, 특유의 풍미와 식감 덕분에 여러 식품과도 궁합이 잘 맞죠. 갈아서 마시면 복숭아 주스, 탄산수를 더하면 복숭아 에이드, 과육을 다져서 설탕을 넣고 졸이면 잼으로 먹을 수 있죠. 케이크 위에 올리면 달콤 상큼한 토핑이 되기도 하고요.

간식으로 황도 만들기에 도전한 소중 학생기자단. 황도를 만들 때는 과육이 단단한 품종을 쓰는 게 좋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직접 수확한 복숭아로 설탕에 졸인 황도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복숭아를 물·설탕과 함께 끓이는 간단한 조리법에 저장성도 좋아서 먹다 남은 복숭아로 만들 수도 있답니다. 과수원 근처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자 최숙경씨가 황도 만들기에 필요한 휴대용 버너·냄비·과도·설탕·물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죠.

"여러분은 황도를 먹어본 적 있나요?" 최씨의 질문에 채량 학생기자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명성·시윤 학생모델은 오늘이 생애 첫 황도 시식이네요. 황도는 과육이 단단한 품종을 사용해야 맛있어요. 과육이 연한 품종을 사용할 경우 뜨거운 물에 풀어질 가능성이 높죠. 오늘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수확한 중생황도 3개를 사용할 겁니다.

"복숭아 표면은 털이 있어서 까끌까끌하니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주세요. 그리고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8조각으로 잘라줍니다." 최씨의 말에 따라 부지런히 중생황도를 손질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손질 후 냄비에 넣고 과육이 살짝 잠길 정도로만 물을 부은 뒤 그 위에 설탕을 넣습니다. 설탕의 양은 원하는 당도에 맞춰 조절하되, 나중에 화채·에이드를 만들 때 활용하려면 넉넉히 넣는 게 좋아요.

중불에 올려 인내심을 갖고 잘 젓다 보면 복숭아가 담긴 물에 거품이 생기며 끓어오르는데요. 이때 거품을 걷어내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팔팔 끓으면 불을 끄고 냄비째 식혔다가 살균한 병에 옮겨 담으면 완성이죠. 황도 만들기는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을 사용하므로 꼭 어른의 도움을 받으세요. "황도는 냉장 보관해야 오래 가요. 이왕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을 여닫는 냉장고 말고, 김치냉장고처럼 꼭 필요할 때만 여는 곳에 보관하면 더 좋죠."(박)

■ 황도 만들기

1. 껍질과 씨앗을 제거한 복숭아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냄비에 넣는다.

2. 냄비에 담긴 복숭아가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준다.

3. 설탕을 원하는 당도에 맞춰 냄비에 담긴 복숭아 위에 붓는다.

4. 중불에 끓이다가 복숭아 위로 거품이 끓어오르면 걷어낸다.

5. 냄비째 식힌 후 살균을 마친 병에 국자로 옮겨 담는다.

6. 황도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6개월 정도 두고 먹을 수 있다.

전문 연구원에게 듣는 복숭아 상식 A to Z

복숭아를 재배·수확하는 농부의 노고와 황도 만들기까지. 농원에서 복숭아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복숭아 전문 연구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청도복숭아연구소가 바로 그곳인데요. 박원흠 연구소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의 복숭아 관련 궁금증에 답변을 보내왔어요.

청도복숭아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신품종 개발이다. 1998년부터 2022년까지 총 14가지 품종을 개발했다. 청도복숭아연구소

Q : 시윤: 청도복숭아연구소의 역사가 궁금해요. 왜 청도에 복숭아연구소가 설립됐으며, 어떤 일을 하나요.

A : 청도복숭아연구소는 농촌진흥청에서 지역특화작목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어요. 1994년 5월 경상북도농촌진흥원 청도복숭아시험장으로 설립된 것이 시초죠. 경북 청도군에 복숭아연구소가 설립된 이유는 설립 당시 청도군이 전국 시·군 중에서 복숭아 재배면적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돼요. 연구소에서는 신품종 육성과 고품질 과실의 안정적인 생산, 과실 가공 기술 개발 등의 업무를 해요. 또한 복숭아 농가가 재배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도 하죠.

Q : 채량: 복숭아는 여러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이라고 들었어요. 섭취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A : 복숭아는 대표적인 여름 제철 과일로 더위를 이기는 데 필요한 영양성분이 많이 들어있어요. 땀으로 손실되기 쉬운 칼륨뿐 아니라 수분·당분 함량이 높아 피로 회복과 식욕 증진을 돕죠.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폴리페놀의 함량도 높아 변비를 예방할 수 있고, 포만감도 높아 다이어트에도 좋죠. 비타민 A와 C, 칼륨·인·마그네슘·칼슘·셀레늄·망간·구리·아연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원소도 함유돼 있어요.

복숭아는 품종마다 당도·산미·과육의 식감 등이 다르다. 내 입맛에 맞는 품종의 출하 시기를 기억하면 맛있는 복숭아를 사 먹을 수 있다. 청도복숭아연구소

Q : 명성: 가끔 맛없는 복숭아도 있던데, 같은 방법으로 재배해도 맛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복숭아는 품종마다 당도와 단단한 정도(경도)가 다 달라요. 그래서 소비자 개인이 선호하는 맛을 지닌 품종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죠. (동일 품종인데 맛의 차이가 클 경우) 해당 복숭아나무가 자라는 곳 환경이나 농가의 재배 기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다만 복숭아 맛은 강우량·일조량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수확시기에 비가 많이 오거나 구름이 많이 끼는 날이 지속된다면 맛이 없을 수밖에 없죠. 따라서 열흘 이상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들이 계속될 때 구입한다면 맛있는 복숭아를 먹을 확률이 높아요.

Q : 시윤: 최근 유럽산 '납작 복숭아'가 인기인데요. 국내에서도 재배가 가능한가요.

A : 도넛 모양의 납작 복숭아는 반도라고도 불러요.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가까운 중국에서도 많이 재배하는 품종이죠. 국내에서도 일부 농가에서 반도를 재배하고 있어요. 청도복숭아연구소는 반도 품종의 유전자원 15여 종을 보유하고, 수년 후 반도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복숭아의 맛은 강우량·일조량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수확 시기에 비가 오지 않고, 햇볕을 많이 받아야 잘 익는다.

Q : 채량: 복숭아 껍질(털)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왜 그런가요? 복숭아 껍질의 좋은 점도 있나요.

A : 알레르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 어떤 물질이 특정 사람들에게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여러 증상을 말하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항원 또는 알레르겐(allergen)이라 하는데, 알레르겐은 꽃가루·식물의 분말·곰팡이·동물의 털부터 우리가 즐겨 먹는 달걀흰자·우유·새우·게·땅콩 등 다양해요. 이와 마찬가지로 복숭아털도 특정 사람들에게 알레르겐으로 작용하죠. 복숭아 껍질에도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므로, 알레르기 반응만 없다면 껍질째 먹는 게 좋아요.

Q : 명성: 복숭아도 딸기·수박처럼 하우스 재배를 할 수 있나요.

A : 할 수 있어요. 하우스 재배는 노지 재배보다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정도 빠르게 수확이 가능합니다. 노지 재배 복숭아보다 빨리 시장에 판매할 수 있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청도복숭아연구소에서는 복숭아에서 순수 토종효모를 분리해 복숭아 빵 제조법을 개발했다. 청도복숭아연구소

Q : 채량: 신품종 복숭아는 어떻게 탄생하나요? 개발 과정이 궁금해요.

A : 청도복숭아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복숭아 신품종 개발이에요. 1998년부터 새로운 품종 개발을 시작했죠. 신품종 개발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여러 복숭아 유전자원 중에서 우수 품종을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배조합을 작성하는 겁니다. 그리고 꽃이 필 때 교배조합에 맞춰 수분 작업을 하고 과실이 열릴 때까지 키운 뒤 완전히 익었을 때 종자를 채취해요. 채취한 종자는 아주 낮은 온도의 저장고에 보관하다 이듬해에 파종하죠. 이 종자에서 자란 복숭아 나무 개체(계통이라고 말함)는 따로 관리하는데요. 몇 년이 지나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면 그때부터 몇 해 동안 과실 특성을 살펴 우량 계통을 선별해요. 이렇게 선발된 우량계통이 기존 품종과 비교하여 우수하다고 판단되면 행정 절차를 거쳐 신품종으로 등록하게 되죠.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출원을 하고 2~3년간 심사과정을 거쳐 품종보호등록이 완료돼요. 연구소에서는 황도품종으로 미황·주월황도·조황·수황·금황·금빛대명, 백도 품종으로 수백·오수백도·홍백·참백·대명·스위트하백·은백·진백 등 14가지 품종을 개발했죠. 이중 10품종이 품종보호등록을 마쳤고, 4품종이 품종보호출원 중입니다.

Q : 시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나요.

A : 신품종은 익는 시기·무게·당도·신맛의 정도 등 여러 기준에서 기존에 국내 재배 중인 품종과 구분되는 차이가 있도록 개발하기 때문에 품종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어요. 품종을 개발할 때는 먼저 소비자들의 입맛을 고려하죠. 최근에는 당도가 높은 복숭아 품종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또 수확 및 선별이 쉬우면서도 기상재해나 병해충 관리가 쉬운 품종을 선호하는 복숭아 농가의 입장도 고려해야죠.

복숭아 빵은 실제와 흡사한 모양이 특징이며, 안에 복숭아 잼 등이 들어있다. 청도복숭아연구소

Q : 명성: 시장·마트에서 신선하고 맛있는 복숭아를 고르려면 어떤 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나요.

A : 상큼한 맛을 원하면 과육이 단단한 것을, 풍부한 과즙과 단맛을 원하면 과육이 무른 것을 선택하면 무난합니다. 또 과실이 크고 모양이 균일하며, 표면 색깔이 예쁘게 물든 복숭아를 고르면 돼요.

Q : 채량: 복숭아를 활용한 음식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을 추천하신다면요.

A : 청도복숭아연구소에서 최근 개발한 복숭아 빵을 소개하고 싶네요. 보통 빵을 만들 때 반죽을 발효시키려고 효모를 쓰는데, 대부분 수입품이죠. 저희는 2017년 국내 최초로 복숭아에서 순수 토종효모를 분리했고, 이 복숭아 효모를 이용해 2018년 복숭아 빵 제조법을 개발했어요. 2022년에는 복숭아 모양 틀을 제작해 복숭아 잼 등을 넣은 복숭아 모양의 빵을 만들었어요. 부드럽고 맛과 향이 풍부한 게 특징이죠. 해당 복숭아 빵은 현재 국내 20여 개 베이커리에서 판매합니다.

Q : 명성: 구매한 복숭아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A : 복숭아는 8~13℃ 정도 환경에서 보관할 때 아삭함·단맛·과즙이 잘 유지돼요. 과육이 단단한 복숭아일 경우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실내에 신문지나 포장지로 싸서 두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죠. 하지만 되도록 구입 후 1~2일 안에 먹는 걸 추천합니다.

통조림 형태로 익숙한 황도를 직접 만들어본 소중 학생기자단. 간식으로 만든 황도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화채나 에이드를 만들 때 활용할 수도 있다.

Q : 시윤: 통조림으로 만든 복숭아와 생과일 복숭아는 영양 성분에 차이가 있나요.

A :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무기질과 비타민B 함유량은 복숭아 통조림과 생과에 별 차이가 없어요. 반면 비타민 A는 생과에 더 많죠. 통조림으로 만들 경우 탄수화물이 증가해 칼로리가 높아지고 비타민 C는 완전히 파괴된다고 해요.
복숭아 수확부터 재배 과정, 신품종 개발은 물론 복숭아에 대한 여러 궁금증까지 내안의복숭아농원·청도복숭아연구소와 함께 알아봤는데요. 복숭아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줄은 몰랐네요. 뜨거운 햇볕을 받고 자란 향기롭고 맛 좋은 복숭아와 함께 저물어가는 여름의 정취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 언제 살 수 있을까

「 복숭아는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6월 중순부터 10월 상순까지 품종별로 수확 및 출하 시기가 달라요. 일반적으로 6월 중순∼7월 중순 출하되는 조생종, 7월 하순∼8월 중순 출하되는 중생종, 8월 하순 이후 출하되는 만생종으로 구분하죠. 국내에서 많이 재배되는 복숭아는 어떤 품종이 있으며, 이들은 언제 소비자와 만날까요. 박원흠 연구소장이 소중 독자 여러분을 위해 시장이나 마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노지 재배 복숭아의 대략적인 출하 시기와 특성을 공유했어요. 내가 원하는 당도와 경도, 크기에 딱 맞는 복숭아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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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취재를 위해 내안의복숭아농원에 도착하니 복숭아나무에 열매처럼 주렁주렁 달린 노란 종이에 제일 먼저 시선이 갔어요. 이 종이들은 복숭아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막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요. 또한 복숭아는 날이 덥고 비가 안 오는 날씨에서 잘 큰다는데, 복숭아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자라고 수확하는지 모르던 제겐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죠. 복숭아를 따며 수많은 벌레(특히 모기)의 공격과 복숭아털로 인한 간지러움도 참아야 했는데요. 무더운 날씨로 인해 땀으로 샤워하면서 농가에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 알 수 있었어요. 평소 별 생각 없이 먹었던 복숭아인데 스스로 힘들게 따고 보니 복숭아 한 개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고명성(서울 강명초 6) 학생모델

내안의복숭아농원 박준용 대표님께 국내에서 재배되는 복숭아 품종이 수백 가지라는 사실을 듣고 놀랐어요. 취재를 위해 복숭아를 따러 들어간 농원은 넓게 펼쳐진 비밀 정원 같았죠. 노란 종이에 싸인 복숭아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병충해 예방과 색이 예쁘게 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래요. 복숭아를 따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는데 날씨가 더워서 힘들었어요. 수확이 끝난 뒤 실내에서 시원하고 달콤한 황도를 맛보며 더위를 식힐 수 있었죠. 직접 딴 복숭아로 황도를 만드는 법도 배웠는데, 집에서도 만들어보니 무척 달고 맛있었어요. 복숭아를 키울 때는 비가 오는 게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고 해요. 기후 변화 때문에 점점 더워져서 복숭아 수확시기도 빨라진다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죠.

김채량(서울 석촌중 1) 학생기자

충북 옥천으로 복숭아 취재를 간다고 해서 설레고 기대가 됐어요. 예정보다 조금 일찍 농장에 도착해서 복숭아를 맛봤는데, 따서 바로 먹는 그 복숭아는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무척 신선했어요. 황도도 만들었는데 과정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무척 달고 맛있었죠. 누구나 쉽게 만들어서 건강한 간식으로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로 제 키보다 높은 곳에 복숭아가 달려있어서 수확이 조금 어려웠지만, 박준용 대표님의 도움을 받아서 딸 수 있었어요. 복숭아를 어떻게 따는지 몰랐는데 박 대표님이 복숭아를 잡고 돌리면 쉽게 딸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죠. 주렁주렁 매달린 복숭아도 많았지만, 비가 와서 떨어진 복숭아도 많아 안타까웠어요. 박 대표님은 사람들이 아무 때나 와도 항상 수확 체험을 할 수 있게 농원에 20가지 종류의 복숭아를 심으셨다고 하셨어요. 덕분에 복숭아의 종류가 정말 많다는 것도 알게 됐죠. 맛있고 달콤한 복숭아도 맛보고 자연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취재였어요.

문시윤(서울 상명초 5) 학생모델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경상북도농업기술원청도복숭아연구소, 동행취재=고명성(서울 강명초 6) 학생모델·김채량(서울 석촌중 1) 학생기자·문시윤(서울 상명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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