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전드' 황연주, 아직 녹슬지 않았다

양형석 입력 2022. 8. 1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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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4일 인삼공사전 17득점19디그로 공수 맹활약, 현대건설 3-0 승리

[양형석 기자]

지난 시즌 1위 현대건설이 컵대회 첫 경기부터 강 팀의 면모를 드러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4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B조 첫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0(27-25,25-10,25-21)으로 꺾었다. 현대건설은 국가대표 차출 3명(황민경, 김연견, 이다현)과 부상 1명(정지윤)으로 주전 4명이 이탈했지만 여전히 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컵대회 2연패를 향한 순조로운 첫걸음을 밟았다.

현대건설은 양효진이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2득점을 올렸고 고예림도 46.15%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2득점을 보탰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출전한 김주하와 이영주 리베로는 각각 45.45%와 54.55%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안정된 수비를 뽐냈다. 그리고 아포짓 스파이커로 선발출전한 현대건설의 맏언니 황연주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0.25%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며 17득점으로 현대건설의 승리를 이끌었다.

여자부 최초 'MVP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
 
 황연주가 현대건설 이적 후 8시즌 동안 300득점을 넘기지 못했던 시즌은 단 한 번(2013-2014시즌,275점) 뿐이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05년에 출범해 어느덧 18번의 시즌을 치른 V리그는 원년부터 리그에 참가한 여자 선수가 5명(정대영, 김해란, 한송이, 황연주, 임명옥) 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황연주는 원년 드래프트 출신으로 18번의 시즌에 모두 개근한 3명 중 한 명이다(정대영과 김해란은 출산 때문에 한 시즌을 통째로 쉰 적이 있다). 그야말로 V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선수가 바로 황연주다.

V리그 원년 전체 2순위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입단한 황연주는 서브(세트당 0.31개)와 후위공격(29.94%) 1위에 오르며 신인상을 수상, '슈퍼루키'의 등장을 알렸다. 그리고 그 해 두 번째 신인 드래프트에서 '배구여제'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입단하면서 여전히 그 대항마를 찾을 수 없는 V리그 역사상 최강의 '토종쌍포'가 탄생했다. 김연경과 황연주 콤비는 2005-2006 시즌부터 2008-2009 시즌까지 3번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8-2009 시즌 흥국생명의 3번째 우승을 이끈 김연경이 일본의 JT마블러스로 임대 이적하며 흥국생명의 '쌍포'가 해체되고 말았다. 2009-2010 시즌 외롭게 팀을 이끈 황연주는 득점 4위(465점)와 공격성공률 5위(36.98%)를 기록하고도 흥국생명의 4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결국 2009-2010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황연주는 역대 최고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고 황현주 감독이 이끌던 현대건설로 이적했다.

황연주는 이적 첫 시즌부터 케니 모레노, 양효진과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맹활약했고 현대건설의 V리그 출범 후 첫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황연주는 2010-2011 시즌 여자부 최초로 단일 시즌에 정규리그와 챔프전, 올스타전 MVP를 휩쓰는 'MVP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 블루팡스에서 활약했던 '괴물' 가빈 슈미트가 황연주보다 1년 먼저 'MVP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황연주는 현대건설로 이적한 2010-2011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8시즌 동안 7번이나 정규리그 30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황연주가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서 현대건설은 황연주와의 포지션 중복을 막기위해 다른 구단과 달리 서브리시브가 가능한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를 구해야 했다. 황연주는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 영입에 영향을 줄 정도로 거물 선수였다.

컵대회 첫 경기서 팀 내 최다득점과 최다디그
 
 황연주는 컵대회 첫 경기부터 팀 내 최다득점과 최다디그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하지만 천하의 황연주도 영원히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2018-2019 시즌 대체 선수로 합류해 22경기에서 504득점을 올린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 PAOK 테살로니키)에 밀려 20경기에서 160득점을 올리는 데 머문 황연주는 2020-2021 시즌 19경기에서 18득점으로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팀의 정신적 지주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상 공격수로서 생명력이 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황연주는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현역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객원 해설위원을 맡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황연주가 30대 중반의 노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설위원 활동은 선수생활을 정리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하지만 황연주는 작년 올림픽이 끝나고 출전한 컵대회 5경기에서 50득점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황연주는 지난 시즌 V리그에서도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의 백업으로 활약하며 26경기에서 38.82%의 공격성공률로 76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더 이상 팀의 주역은 아니지만 현대건설이 시즌 최다연승 기록(15연승)을 세우며  90.3%의 비현실적인 승률을 기록하는데 황연주도 분명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번 컵대회에서도 대표팀 차출과 부상으로 4명의 선수가 팀을 이탈하면서 황연주는 첫 경기부터 현대건설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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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도 없고 정지윤도 없는 현대건설이라면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양효진과 2019년 컵대회 MVP 고예림에게 공격이 집중될 거라고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김다인 세터는 이날 팀 내 최고령 선수 황연주에게 30.25%의 점유율을 몰아줬고 황연주는 14개의 공격득점과 3개의 블로킹으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7득점을 올렸다. 또한 황연주는 이영주 리베로, 고예림(이상 15개)보다 많은 18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다.

황연주는 V리그가 개막하면 다시 야스민의 백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황연주는 왼손잡이라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하기도 여의치 않고 신장이 177cm에 불과해(?)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황연주는 여전히 외국인 선수가 없을 경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황연주가 이번 대회에서 현대건설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는 건 그저 그녀가 팀 내 '최고참'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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