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지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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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방(房)이라기보다 관(棺)이라 불러야 할 공간이었다.' 고시원을 다룬 소설의 고전 격인 '갑을고시원 체류기'(박민규)는 고시원이란 주거공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주거 빈곤층의 고충을 표현한 조어 지옥고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대변하는 세 공간 가운데 반지하와 옥탑방의 장단점을 묻는 글이 인터넷에 수두룩하다.
고시원에 이어 반지하도 참사에 할큄을 당했으니 이제 옥탑방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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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방(房)이라기보다 관(棺)이라 불러야 할 공간이었다.’ 고시원을 다룬 소설의 고전 격인 ‘갑을고시원 체류기’(박민규)는 고시원이란 주거공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창문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관 같은 방들은 언제부턴가 고시생이 떠나면서 도시 빈민층 거주지가 됐다. 값이 쌌기 때문인데, 그만큼 안전도 저렴했다. 특히 불에 취약했다. 2018년 서울 국일고시원 화재로 18명이나 사상자가 나온 것은 흔한 스프링클러가 없어서였다. 당국은 매년 50건씩 화재가 발생하는 고시원 안전대책 수립에 나섰지만, 그리 안전해지지 않았다. 올해도 영등포 고시원 화재로 2명이 숨지는 등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다. ‘지옥고’의 한 축인 고시원은 그렇게 안전 사각지대로 낙인이 찍혔다.
주거 빈곤층의 고충을 표현한 조어 지옥고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대변하는 세 공간 가운데 반지하와 옥탑방의 장단점을 묻는 글이 인터넷에 수두룩하다. 이런 답변이 달린다. #반지하: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 계단이 많지 않다 / 습하다(곰팡이), 창문 못 연다(먼지), 화장실·하수구 잘 막힌다. #옥탑방: 전망 좋다, 공기 좋다, 옥상 이용 / 겨울에 냉동고 여름에 한증막, 계단 오르느라 고생. 단점의 경중을 가리기 어렵던 참에 115년 만의 폭우가 쏟아졌다. 저지대마다 반지하 침수피해가 속출했고, 일가족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고시원에 이어 반지하도 참사에 할큄을 당했으니 이제 옥탑방만 남았다.
이번에도 당국은 대책을 말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퇴출 카드를 꺼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환경 개선에 무게를 뒀다. 반지하란 주거형태를 없애자는 구상과 반지하를 살만하게 만들자는 주장. 다 좋은데, 좀 더 큰 그림이 필요하지 싶다. 이것은 집의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끊임없이 되풀이될 각종 이상기후 속에서 주거 빈곤층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듬을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 됐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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