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취임 100일 윤석열 리더십 성공조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단 2명의 ‘오핵관’(오바마 핵심 관계자) 덕분에 집권했고, 재임 8년 동안 순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심리 전문가인 데이비드 액셀로드가 국민 심리를 분석하고, 20대 중반의 젊은 작가 존 페브로가 메시지를 작성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넘기면 감동적인 연설로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즉, 대중심리 파악→메시지 작성→감동 연설(소통)로 이어지는 3인 콤비 덕분에 오바마 대통령은 숱한 고비를 넘기고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오바마 참모 시스템’인 것 같다.
윤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정 지지율은 2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인사 실패’와 ‘경험 부족’ ‘이준석 파동’ 때문이며, 다들 ‘위기’라고 한다. 돌이켜 보면, 역대 정부의 취임 초마다 위기 아닌 때가 거의 없었다. 초유의 경제 위기, 검사와의 대화, 자질 논란, 광우병 파동, 친박-친이 갈등…. 인사 문제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첫 조각 때 4명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 주에 장관급 인사 6명이, 이명박 대통령은 ‘고소영 내각’ ‘강부자 인사’로 취임식 전후 3일 동안 3명이 각각 낙마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경험이 부족해서 집권 초 그토록 애를 먹었던가? 아마 그래서 윤 대통령이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거나 “문재인정부 때 훌륭한 사람 보았느냐”고 말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의 관점이 아니라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다. 노란불이 아니라 빨간불이다. 레임덕의 법칙에 의하면, 지지율 20%대가 되면 정치권의 반발 도미노 현상과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빠르게 진행된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초 리더십과 오바마 참모 시스템을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세 가지 성공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제1 조건, ‘감성 화법을 구사하라!’ 말 한마디로 천냥빚이 아니라 천하를 얻는 감성시대에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은 인사 실패 자체보다 인사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말투에 더 민감하다. 원래 도어스테핑은 영화배우 출신으로 임기응변이 뛰어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같은 사람이나 매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윤 대통령은 철저하게 준비되고 절제된 발언을 하기 바란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폭우, 코로나, 사면, 이준석 사태, 비대위, 경제 정책, 더불어민주당 문제 등 현안마다 ‘정치 공학’이 아니라 ‘정치 심리학’적 관점에서 국민 가슴에 와닿는 감성 메시지를 내놓는 이른바 ‘오바마 참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해야 한다. 이게 취임 초에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소통법이요, PI(President Identity) 전략이다.
제2 조건은 ‘민생에 올인하라!’. 윤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정도가 아니라 밤낮없이 땀 흘리며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취임 당시 7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국민적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마침 윤 대통령 취임 100일 다음 날 8월 18일이 서거 13주기다.) 윤 대통령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오로지 민생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영부인 리스크나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낙마 같은 악재들도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제3 조건은 ‘내부 결속을 다져라!’ 역대 대통령마다 집권 초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던 이유는 내부 분열이었다. 아직 법적으론 집권 여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권력자들의 씹어 돌림’ ‘집단 린치’ ‘지도력의 위기’ 운운하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향해 분노를 터뜨린 것은 뼈아픈 분열상이다. 국민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집안싸움이나 권력투쟁으로 본다. 이준석 사태는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흑인 총기 난사 희생자 장례식 때 딱딱한 추모사 대신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러 현장에 있던 수천명의 청중과 TV 시청자들이 함께 울었다. 노래 한 곡으로 온 국민을 감동시키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었다. 요즘 우리 정치를 보면 국민 통합도 여야 협치도 경제 성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강한 정치 리더십’이 아니라 ‘부드러운 경제 리더십’이다. 분열의 정치로 지칠 대로 지친 우리 국민에게 감성 화법-민생 올인-내부 결속의 세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취임 100일 직후 최고의 국정운영전략이자 지지율 상승전략이 아닐까?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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