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한쪽 편에 서지 않는다..美쿼드 들어가도, 중·러 교류"

박형수 2022. 8. 1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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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 인터뷰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는다.’ 이것은 인도가 외교는 물론 국내 정치에서도 고수하는 원칙입니다. 인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방관하는 게 아니라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스비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가 12일 서울 한남동 인도대사관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인도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스리프리야 란가나탄(52) 주한 인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도가 취하고 있는 중립 외교’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외교에서 원칙은 언제나 한결같이 지켜야 하는 가치”라며 “미래에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위기가 다시 발생해도 인도는 이번처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란가나탄 대사는 2018년 8월, 대사 첫 부임지인 한국에 왔다. 이날은 4년간 대사 임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러시아 중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줄타기 외교’ 중이다. 인도가 지지하는 쪽은 어디인가.
A :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이 이미 훌륭한 답변을 했다. 그는 ‘국가마다 세계 또는 지역 문제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이 있다’고 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방관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관점대로 행동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 또는 러시아가 아닌) 평화의 편이다. 또 우크라이나 국민이 일상을 회복하고 평화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테이블에 앉아 외교적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제 사회가 지원할 수 있지만, 해결은 당사자 간 몫이다. 나 역시 외교부 장관의 의견에 동의한다.”

Q :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의 일원이자, 중국·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이다. 최근 서방 언론에선 인도가 미국보다 중·러와 더 가까운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러시아 침공 이후, 인도는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 불참했다. 우크라이나 위기 책임이 러시아에 있음을 명시한 유엔총회 결의안에도 기권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늘렸다.)
A : “인도는 쿼드 안에서 매우 단단하게 결속돼 있다. 쿼드의 파트너 국가들과 강력하고 협력적인 유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 때도 사이버 보안, 해상 영역에 대한 관점, 연계성 등에 대해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다. 인도는 쿼드의 일원으로서 이런 공동 가치에 기여하고 동참할 것이다. 동시에 중국·러시아와 교류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국은 인도의 가장 큰 이웃이고 중국이 주는 기회 역시 인도에는 중요하다. 러시아와 인도는 오랜 우정의 역사가 있다. 과거 소련 시절 협력을 시작했고,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와도 꾸준히 관계를 강화해왔다.”

Q : 인도도 지정학적 분쟁을 경험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파키스탄과의 분쟁인데,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8월 15일 영국으로부터 인도가 독립하면서 두 개의 국가가 됐다. 현재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분쟁 중이다.)
A : “파키스탄은 나의 공적 업무가 아니다. 다만, 개인적 경험으로 답하자면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수도)에 나의 친구들이 많다. 실제로 인도와 파키스탄 사람들은 매우 친하고 가깝다. 문화와 관습, 언어가 거의 같다. 우르두어(파키스탄 공용어 중 하나)와 힌디어(인도 공용어)로 소통이 가능할 정도다. 인도 정부는 항상 파키스탄과 긍정적인 교류를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파키스탄 정부가 자국 내 반(反) 인도 활동에 대해 제재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스비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가 12일 서울 한남동 인도대사관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Q : 15일은 인도의 75번째 독립기념일이다.
A : “굉장히 뜻깊은 날이고 즐거운 행사다. 인도 정부는 75년 기념행사 준비를 75주 전부터 했다. 모든 상징물을 75라는 숫자에 맞췄다. 인도는 원래 국기 게양을 정부기관이나 공공단체에서만 할 수 있었는데, 독립 75년을 맞아 각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게양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꿨다. 국민이 굉장히 기뻐했다. 주한 인도대사관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고 영국대사관도 초청했다. 인도는 영국 지배의 역사를 극복했고 영국을 용서했다. (웃음)”

Q : 한국이 대사의 첫 부임지다. 임기 마지막 날인데, 소회는.
A : “하루하루가 모두 특별했다. 부임 후 6개월 만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방한했던 순간, 한국·인도 간 스타트업 협력, 양국의 문화적 공통점인 불교 교류 등이 뜻깊은 기억이다. 한라산‧지리산 등 한국의 명산들을 여러 차례 등반했는데 정말 아름다웠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한국은 인도에 귀감이 되는 특별한 나라다. 한국만의 방식으로 독립을 성취하고, 경제 성장에도 성공했다. 한국이 걸어온 길은 인도를 포함한 많은 나라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인도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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