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총장 후보 9명에 대형로펌 변호사도..서울법대 2명뿐 [장세정의 시선]
비윤·여성후보도 넣어 균형 갖춰
법치 무너진 시대 새 총장 덕목
리더십·용기·소신·역량·안목 필요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수장을 뽑기 위한 중간 절차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16일 열린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무기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이 지난 5월 6일 사퇴한 지 102일 만이다. 지난달 11일 추천위(위원 9명 중 당연직 5명, 비당연직 4명)가 구성됐고, 지난달 19일까지 국민 천거를 받았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는 법조 경력 15년 이상 요건이 필요하다.
법무부는 천거된 쟁쟁한 법조인 중에 9명을 압축해 검증 동의를 받았고, 지난 주말께 추천위원들에게 명단을 이미 통보했다. 법무부와 대검 및 복수의 법조계 전언을 종합하면, 후보 9명에는 현직 고검장급 7명과 현직 변호사 2명(전 고검장과 전 지청장)이 포함됐다. 고검장급 정원은 모두 9명(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 법무연수원장, 일선 고검장 6명)인데 이들 중 7명이 후보군에 들어갔다. 그동안 언론에 거명되지 않았던 현직 고검장 2명, 일선 검사장을 거치지 않은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1명이 이름을 올렸다.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보면 23기 1명, 24기 2명, 25기 5명, 27기 1명인데 25기는 지방 고검장 6명 중 1명이 빠졌지만 가장 많은 후보를 배출했다. 예상과 달리 서울법대는 2명뿐이고, 서울대 인문·사회계가 3명이나 됐다. 서울대가 5명이지만, 연대·고대·동국대·이대 등 출신 대학을 고루 안배한 흔적이 엿보인다. 특수통 쏠림을 피하려 한듯 기획통과 형사통도 들어갔고, 속칭 '친윤' 검사가 많지만 '비윤' 검사도 복수로 넣었다.
이제 관심은 후보 9명 중에서 추천위가 3~4명을 누구로 압축하느냐로 집중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후보자 9명의 인적 사항과 그동안 담당했던 주요 사건 목록 등을 추천위원들에게 주말께 전달했다. 법무부가 16일 추천위에 1차 검증 결과까지 제공하면 추천위원 1인당 3~4명을 추천하고, 누적 득표순에 따라 3명가량을 추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게 된다. 한 장관은 이들 중에서 최종 1명을 2차로 정밀 검증한 뒤 윤 대통령에게 제45대 검찰총장 후보로 제청하게 된다.
누가 되든 윤 정부 첫 검찰총장은 어느 때보다 가시방석 위에 앉은 형국처럼 힘든 자리가 될 상황이다. 지난해 1월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으로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과 조직원들의 사기를 추슬러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게 된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다음달 10일부터 시행되는 검수완박법에 따라 검찰의 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검찰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이처럼 급변한 구조적 환경 때문에 차기 총장에게 요구되는 덕목과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 법조계와 학계의 의견을 두루 들어봤다. 수사 능력은 기본이고 정치적 외풍을 막아줄 용기와 결단력을 갖춘 후보(전직 총장),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시대정신을 정확히 인식하고 신망과 리더십을 갖춘 후보(법학 교수)를 원했다. 반부패 수사 의지는 물론이고 다양한 경험과 넓은 안목을 갖춘 후보(학계), 무너진 법치 질서를 바로 세우고 범죄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후보(전직 고검장)도 선호했다.
변호사 단체 임원은 "범죄를 신속하게 수사해 처벌해야 징벌 및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범죄가 덮이고 피해자 권익이 무시당하는 비정상이 일상이 되고 있어 심각하다"며 "소신이 뚜렷하고 리더십을 갖춘 분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사회과학대학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불편부당한 수사를 통해 법치주의를 확립할 총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복원해 중대 범죄 대응 역량을 키우고 법치주의를 되살릴 역량을 갖춘 총장이 필요하다"고 했고, 부장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며 만들어진 검수완박법으로 피해갈 여지가 생긴 권력형 범죄를 엄정하게 수사할 의지를 갖춘 후보를 바란다"고 했다.
김진태 추천위원장은 대검 중수부 검사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고 검찰총장 재임 시절에도 원칙과 소신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법조계에서 신망이 높다. 지방 근무 시절 알게 된 향토 막걸리 브랜드를 앞장서서 널리 알렸지만, 그 업체가 급성장하면서 서민의 주류인 막걸리를 지나치게 비싸게 팔자 다시는 입에 대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평도 있다. 김 위원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적격 후보 3~4명을 압축해서 한 장관에게 최종 추천할지 주목된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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