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사드 '3불'과 '3불1한'

유상철 2022. 8. 1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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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불거진 한중 사드 갈등
한국의 3불과 중국의 3불1한 주장 맞서고 있어
문제는 잘못된 언급으로 잘못된 기대 갖게 한 것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한중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갈등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지난 9일 회담, 그리고 10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등을 통해 사드 문제에 관한 입장을 다시 밝히면서다. 중국의 입장은 ‘3불1한(三不一限)’에서 달라진 게 없다. 한데 국내 일각에선 중국이 기존 3불에 1한을 덧붙였다고 말한다. 또 1한이 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답답하다. 사드 갈등이란 엄중한 사태를 겪고 있음에도 아직도 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너무 단편적이고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서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9일 중국 산둥성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기본부터 다시 살피자. 우선 3불이다. 이 말이 나온 건 2017년 10월 31일 당시 문재인 정부가 사드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과 협의해 공표한 내용에 기초한다. 당시 양국은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은 크게 다섯 문단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네 번째 문단에 3불 내용이 나온다. “중국 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하였다.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하였다.”
즉 한국이 1)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2)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고 3) 한미일 군사협력이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한국 사회 곳곳에서 격렬한 반발이 나왔다. 한국의 주권적 사항을 중국에 약속한 게 아니냐는 취지였다. 이후 우리는 3불만을 따졌다. 한데 중국은 줄곧 1한도 같이 주장했다. 1한은 10. 31 협의 결과에서 가장 긴 세 번째 문단에 기초한다. 다소 길긴 하지만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부 읽어볼 필요가 있다.

2017년 10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드 3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측은 중국 측의 사드 문제 관련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중국 측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하였다. 동시에 중국 측은 한국 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하였으며, 한국 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하였다. 양측은 양국 군사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 문단을 보면 중국이 한국에 이미 배치된 사드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입장을 읽을 수 있다. 대신 그 운용에 있어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라고 한 대목이 바로 그 내용이다. 이어 한국의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한다. ‘한국 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하였다’ 부분이 그것이다. 이는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한국이 말하고 있으니, 그럼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통해 중국이 믿게 해달라는 것이다. 당시 중국이 요구한 한국의 조치로 사드 운용 상황을 중국에 통보하거나,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탐지하지 못하도록 중국 쪽으로 담을 쌓아달라는 것과 같은 말이 돌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3불 1한’을 정식으로 선서했다고 주장했다. [AFP=뉴스1]

그리고 중국은 마지막으로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가를 확인하는 문구까지 넣었다. ‘양측은 양국 군사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가 그것이다. 한국이 중국이 요구한 대로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고 있는가를 앞으로 군사당국 간 채널을 통해 확인하자는 이야기다. 이게 바로 1한으로 중국은 이후 줄곧 3불1한을 말해왔다. 한데 우리 사회에선 1한은온데간데 없어지고 3불의 불합리성만 문제를 삼았다. 왜 그렇게 됐나.
우리 정부가 중국의 요구대로 1한을 해 줄 수 없게 되자 그냥 모른 체하며 방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10. 31 협의 결과로 사드 갈등이 해소된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3불은 앞으로 한국이 해 나갈 일이며, 당장 한국이 할 일은 사드 운용 제한인 1한으로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의구심을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1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역시 ‘한국의 적절한 처리’를 요구했다. 중국에서 말하는 ‘한국의 적절한 처리’는 바로 1한을 가리키는 것이다. 한데 미군이 운용하는 사드를 한국이 어떻게 제한하나.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9일 중국 산둥성에서 만나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10. 31 협의의 크나큰 맹점이 있다. 한국이 해 줄 수 없는 사항에 대해 중국에 기대를 갖게 한 것이다. 이후 한국은 중국에 ‘약속’한 적이 없다고 말을 한다. 당시만 해도 ‘3불 원칙’이란 말이 많이 쓰였다. 그러다 이를 지킬 수 없게 되자 ‘원칙’이 아닌 ‘입장’으로 표현을 바꿨다. 그리고 이젠 약속이나 원칙이 아닌 그저 입장 표명이었고,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때 수행 기자가 폭행을 당하는 등 냉대를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봤던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자명해진다. 10. 31 협의 결과가 잘못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이 협의가 누구 사이에 체결됐는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한국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이고, 중국은 ‘쿵쉬안유(孔鉉佑)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 부장조리’다. 우리 외교부가 문안 작성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문안이 중국에 철저하게 유리하게 작성돼 훗날 중국에 공격을 당할 빌미를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남기게 된 것이다. 당시 우리가 서두른 게 문제였다. 그 이유는 이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 초청을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를 서둘러 안정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왕이 외교부장 활동 소개 중 9건의 소식 가운데 한국 관련이 5건이나 된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사드 결정은 박근혜 정부가 했다. 한데 사드 배치를 내켜 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홀대를 더 받았다. 중국에 사드 배치 철수나 연기와 같은 잘못된 기대를 갖게 한 이유가 크다. 특히 10. 31 협의 결과 발표를 해 놓고 지키지 않는다는 생각을 중국에 갖게 했기 때문이다. 사드 사태는 한중 수교 30년 이래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준 최대의 사건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시작돼 문재인 정부 내내 양국 관계를 괴롭혔고, 윤석열 정부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런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에 대한 우리의 철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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